왕가의 계곡에 위치한 무덤 KV55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한 오랜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릴 전망이다. 100년 넘게 이어져 온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제18왕조의 '이단 파라오' 아케나텐(아멘호테프 4세)의 상
황금박 500장이 풀 열쇠
황금박(GOLD LEAVES). 이집트학자들이 110년 넘게 풀어 온 미스터리의 해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위해 미국 이집트 연구센터(ARCE)는 카이로 박물관과 이집트 고대유물부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황금박 500장 연구에 2만 8,500달러를 지원했다. 그런데 이 황금박이 어떻게 복잡한 고고학적 미궁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이 귀중한 금박 장식들이 제18왕조의 유명한 파라오이자 투탄카멘의 아버지인 아케나텐(아멘호테프 4세, 기원전 1346~1329년)의 무덤 확인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통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은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매장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단 파라오' 아케나텐, 2천 년 신앙과의 결별
이번 연구의 결과는 20세기 초 왕가의 계곡, 즉 테베 왕족 묘역 한복판에서 발견된 신비의 무덤 KV55의 주인이 바로 '이단 파라오' 아케나텐임을 입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불과 2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천 년 가까이 이어져 온 신앙 체계와 결별하여, 암몬-레 숭배를 버리고 중부 이집트 사막 한가운데 새 도시를 세운 뒤 태양신 아텐에 대한 새로운 숭배를 백성에게 강요한 인물이다.
카이로 박물관에서 최근 발견된 황금박이 담긴 상자. 왕가의 계곡 KV55 무덤 출토품이다(© 고대유물부).
"몇 달 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박물관의 학예사와 복원 전문가들은 수백 장의 황금박과 두개골 뼈 조각, 그리고 여러 유기질·무기질 요소들이 담긴 나무 상자를 손에 넣었습니다."라고 폴 발레리 몽펠리에 3세 대학의 이집트학자 마르크 가볼드(Marc Gabolde)가 설명했다.
KV55 무덤 황금박과 함께 발견된 두개골 뼈 조각 © 고대유물부
엘함 살라흐(Elham Salah)가 주도한 초기 분석을 통해 이집트 학예사들은 이 황금박들이 1907년 에드워드 러셀 에어턴(Edward Russell Ayrton)과 시어도어 M. 데이비스(Theodore M. Davis)가 KV55 무덤에서 발견한, 세공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석관과 연관됨을 확인했다. "이 유물들은 과거 카이로 박물관에서 식별되어 일부 연구된 바 있습니다."라고 가볼드는 덧붙였다.
또한 일부 황금박은 당시 이집트와 발견 국가 간에 관례적으로 이루어지던 발굴품 분배 과정에서 시어도어 M. 데이비스에 의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도 전해졌다. 한편 상당량은 이후 이집트로 반환되었으나 독일 뮌헨에 남겨지기도 했다. "최근 발견된 유물은 이들 요소의 보완 물건으로, 석관 외부와 특히 내부의 장식 및 명문의 상당 부분을 복원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라고 고고학자는 설명을 이었다.
키야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왕의 유해를 안치한 석관
우연히도 현재 카이로 박물관에 전시된 이 석관은 고대에 한 왕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해 개조된 것이다. 원래 이 석관은 아케나텐의 차비(側妃)였던 키야(Kiya)를 위해 제작된 것이었다. "발견 이후 이 석관의 마지막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훼손이 극심해 해골 상태로 남은 미이라의 정체에 대해 수많은 가설이 제기되어 왔습니다."라고 가볼드가 말했다.
1907년 왕가의 계곡 왕족 묘역 KV55 무덤에서 발견 당시 촬영된 심하게 훼손된 석관
고대에 이 매장은 왕가의 계곡 KV55 무덤에 안치된 후 도굴당했으며, 왕의 이름을 새긴 카르투슈와 석관의 얼굴은 의도적으로 훼손되어 주인공이 익명이 되었다. 그렇다면 생전에 어떤 강력한 인물이 그토록 깊은 원한을 샀기에, 죽은 후에도 일부 세력이 영원히 그의 모습을 지우고자 했던 것일까?
"한동안 이집트학자들은 미스터리한 왕 스멘크카레(Smenkhkare)의 이름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학계는 이것이 아케나텐의 유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석관과 함께 발견된 카노포스 단지의 명문을 면밀히 검토한 저 역시 같은 견해입니다."라고 가볼드는 결론지었다.
2010년 자히 하와스(Zahi Hawass)의 지휘 아래 이 미이라에 대해 실시된 DNA 검사에서는 이미 이 남성이 아멘호테프 3세와 티예 여왕의 아들이며 투탄카멘의 아버지, 즉 아케나텐임이 입증된 바 있다. "이 황금박 조각에 대한 검토와 새로운 연구가 이 석관의 역사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되고, 모두의 희망대로 KV55 무덤에 안치된 고인의 신원을 확정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가볼드는 기대했다.
KV55, 문제 많은 무덤
1907년 발견된 KV55 무덤에는 제18왕조의 왕실 장례 유물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금박을 입힌 대형 목관, 시신의 방부 처리된 내장을 보관하던 카노포스 단지 등이 그것이다. 이 지하묘는 신왕국의 파라오 아케나텐이 테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일시적으로 건설한 도시 아마르나의 묘역에서 옮겨진 왕족들을 숨겨 두는 은닉처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992~1993년 재조사 과정에서 캐나다 고고학자 라일라 핀치 브록(Lyla Pinch Brock)은 고대 무덤의 원래 설계도 일부가 담긴 채색 오스트라콘(도기 조각)을 발굴해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