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에서 발견된 이후 '연인'이라 불려온 베수비오 화산 분화 희생자 두 명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이들은 남성 두 명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폼페이 고고학 유적지의 크립토포르티쿠스 저택에서 발견된 서로 껴안은 채 모습 그대로 굳어진 두 사람의 석고 형상.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로맨틱한 추정
1922년 폼페이 유적지 내 크립토포르티쿠스 저택에서 발견된 서로 얽힌 채 죽음을 맞은 두 구유(遺軀)는,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대분화 당시 치명적인 포옹 속에서 생을 마감한 한 남성과 한 여성으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사랑과 비참한 최후는 즉시 낭만적으로 결부되었던 것이죠.
2017년 4월 10일자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 메조조르노(Corriere del Mezzogiorno)가 보도했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가설도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한 사람의 머리가 다른 사람의 가슴에 기대어 있는 모습은 1863년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Giuseppe Fiorelli)가 개발한 방식으로 제작된 석고 형상에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남녀가 아니라 여성 둘이며, 어쩌면 딸을 지키려는 어머니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동성 커플일 가능성?
그런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두 석고 형상 안에 보존되어 있던 치아와 인골에 대한 최근 스캔 및 DNA 분석 결과, 이들이 실제로는 각각 18세와 20세의 남성 두 명인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이로써 2000년의 세월을 건너 새로운 가설, 즉 동성 커플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폼페이 관리국(Superintendence) 국장 마시모 오산나(Massimo Osanna)는 "두 사람이 연인이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자세를 볼 때 충분히 상정해 볼 수 있다"면서도 "확증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폼페이 고고학 연구소 소장 스테파노 바나코레(Stefano Vanacore) 역시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말하는 것은 결코 검증할 수 없는 추정일 뿐"이라며, "확실한 것은 이 두 사람이 부모와 자식 관계도, 형제도, 부자(父子) 관계도 아니라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DNA 분석이 열어주는 새로운 가능성
흥미롭게도 두 사람 중 한 명의 DNA는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네 번째 가설이 등장해 지금까지의 세 가지 가설을 모두 뒤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떤 결론이든, 19세기 말 이후 폼페이에서 제작된 103개의 석고 형상에 보존된 인골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이 수행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고대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전례 없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