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사라진 중동의 기억, 베이루트 예수회 사진 보물고

사라진 중동을 담은 독보적인 사진 컬렉션

레바논에서는 지금 유례없는 사진 컬렉션이 디지털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이곳에는 이미 사라져버린 중동의 탁월한 고고학적·민족지학적 기록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사라진 중동의 기억, 베이루트 예수회 사진 보물고

1938년, 고고학 항공촬영의 개척자 앙투안 푸아드바르(Antoine Poidebard)가 촬영한 시리아 팔미라 고대 유적의 항공 사진.

약 10만 점의 방대한 사진 유산

진정한 보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생조제프대학교(USJ) 동양 도서관에서는 레바논 출신 고고학자 레본 노르디기앙(Lévon Nordiguian)이 약 10만 점에 달하는 방대한 사진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이 자료들은 19세기 말부터 1960년대까지 예수회 신부들이 남긴 것으로, 종이 인화지, 유리 건판, 네거티브로 구성된 이 유산은 레바논과 중동 지역에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보물이다. 이 열정적인 보호자는 지난 20년간 이 귀중한 자료들을 한 점 한 점 정성껏 지켜왔다.

사라진 중동의 기억, 베이루트 예수회 사진 보물고

베이루트 생조제프대학교 동양 도서관 포토 아카이브 복도에 있는 고고학자 레본 노르디기앙. © Bernadette Arnaud

2014년부터 시작된 부고시안 재단(Boghossian Foundation)과의 파트너십과 여러 프랑스 기관의 참여 덕분에 아슈라피예(Ashrafieh) 지구에 전용 포토 아카이브가 최근 개관했다. 근동 고고학 연구소(IFAPO)의 전직 연구원이자 현재 이 아카이브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여러 세대에 걸친 예수회 신부들이 고고학적, 역사적, 민족지학적 등 각종 사진을 축적해 왔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무려 1865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라진 중동의 기억, 베이루트 예수회 사진 보물고

20세기 초, 탐사 여행 중인 예수회 신부들. © Bernadette Arnaud

나귀 등에 실은 카메라로 담아낸 중동

예수회 신부들은 종교적 선교 사명을 수행하며 광범위한 지역을 누볐다. 그들은 나귀를 타고 레바논의 베카 평원과 북부 시리아, 시나이 반도, 이집트, 아르메니아 등을 두루 탐방했다. 이러한 선교 여행의 기회를 활용해 당시의 웅장한 접이식 카메라로 고대 기념물과 지질학적 경이로움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들이 가져온 자료들은 중동의 역사뿐 아니라 이 지역 사진술의 역사를 밝히는 데에도 큰 빛을 발한다.

특히 전간기에 앙투안 푸아드바르(1878~1955)가 촬영한 항공 사진도 소장되어 있는데, 현재 스위스 뇌샤텔의 라테니움(Laténium) 박물관이 그의 업적을 조명하는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 사진 속에는 1938년 이 뛰어난 파일럿이자 고고학 영상의 개척자가 혁신적인 기법을 통해 담아낸 시리아 팔미라의 황홀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족지학적 사진들은 무엇보다 마음을 울린다. 레바논 산속에 자리 잡은 잊혀진 마을들, 시리아 스텝의 베두인 유목민, 코카서스 출신 체르케스인, 튀르키예의 알레비 난민들, 그리고 1915년 대학살 이전의 아르메니아인들의 모습까지…

사라진 중동의 기억, 베이루트 예수회 사진 보물고

1930년경 Ph. H. 샤를이 촬영한 세 명의 야지디인. © 베이루트 USJ 동양 도서관 포토 아카이브

사라진 중동의 기억, 베이루트 예수회 사진 보물고

1906년경, 오늘날 튀르키예에 해당하는 토카트에서 촬영된 두 명의 아르메니아 학생. © 베이루트 USJ 동양 도서관 포토 아카이브

사진 장비의 발전사를 한자리에

흰 벽이 뻗은 넓은 복도에 설치된 진열장에는 노르디기앙이 '영혼의 탐험가'들의 장비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공들여 전시해 놓았다. "콜로디온 습판부터 은염, 알부멘 인화까지, 유리 건판에서 필름이나 종이 매체까지, 모든 것이 이곳에 있습니다."

사라진 중동의 기억, 베이루트 예수회 사진 보물고

매직 랜턴(환등기)과 유리 건판. © Bernadette Arnaud

이 작은 박물관에서는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촬영 장비를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 중 생전 처음 보는 영상에 매료된 군중들 앞에서 사진을 비추던 매직 랜턴(환등기)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 "모래의 기록, 팔미라에서 카르타고까지(Archives of the Sands, from Palmyra to Carthage)", 스위스 뇌샤텔 라테니움, 2016년 7월 16일 ~ 2017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