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물 사이, 크메르 제국(9~15세기)의 옛 수도였던 앙코르 유적지에서 프랑스-캄보디아 합동팀이 11세기 사원 '메본(Mebon)'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 인공 저수지 서바라이(West Baray) 한가운데 위치한 메본 사원
아시아 최대 인공 저수지 한가운데
성스러운 신전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1세기에 사람의 손으로 파낸 서바라이 인공 저수지—길이 8km, 폭 2.3km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중앙의 언덕 위에 자리한 메본 사원은 내부에 또 하나의 연못을 두르고 있다. 한 변이 100m에 달하는 이 종교 건축물은 캄보디아 앙코르 고고학 단지의 일부로, 현재 프랑스 팀에 의해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임무는 프랑스극동학원(EFEO)에 맡겨졌으며, 앙코르 지역 보호·개발청(APSARA)과의 협력 아래 수행되고 있다. 메본 사원 구조 작업은 그야말로 진정한 도전이다.

앙코르 고고학 공원(캄보디아)의 위성 사진. 서메본 인공 분지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EFEO
15년에 걸친 바푸온 복원에 이어
이번 프로젝트는 2014년 세상을 떠난 EFEO 고고학자 파스칼 로예르(Pascal Royère)가 15년에 걸쳐 해낸 대규모 복원 작업, 바로 바푸온(Baphuon) 산 사원 재건에 이어지는 것이다. 프랑스 문화유산 건축가 마리크 보페스트(Maric Beaufeïst) 역시 이 새로운 도전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물이다. 물은 지표 곳곳에 있을 뿐 아니라 지반 속에서도 끊임없이 APSARA가 축조한 인공 제방을 위협한다. 다행히 이 제방 덕분에 9월부터 4월까지 홍수기에도 작업을 지속할 수 있다. 게다가 11세기에 세워진 사원의 상부 구조는 조각 장식이 새겨진 탑 형태의 열두 개 정자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현재 복원 중인 메본 사원의 열두 개 조각 정자 중 하나. © Barbara Holtzmann / Bernadette Arnaud
1944년 이후 다시 찾아온 붕괴 위기
이 성스러운 건축물은 1944년 처음 개보수를 거쳤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만 손질했을 뿐 기초에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 결국 시간의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붕괴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에 구조물을 근본적으로 보강하고, 이 고고학 유적지를 옛 영광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높은 제방길을 따라 들어가는 중앙 연못 한가운데에는 한때 힌두 삼신—브라흐마, 시바, 비슈누—중 하나인 비슈누의 거대한 청동 누운 상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을 방문한 EFEO 건축가 크리스토프 포티에(Christophe Pottier)는 "이 유적지는 독특하다. 물의 의례화라는 실제 연출과 연결되어 있으며, 앙코르에서 덜 알려진 부분이지만 기념비적이지 않을 뿐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강토' 기술로 기초부터 다시 세우다
모래 기초 위에 세워진 사원을 확실히 보강하기 위해 고고학자들은 계단을 이루던 수많은 사암 블록을 전부 해체한 뒤, 그 아래에 '보강토(reinforced earth)'라 불리는 견고한 구조체를 설치했다. 이 공법은 기존 바닥을 지오섬유(폴리에틸렌) 메시 매트로 감싸 보강한 후, 그 위에 절단한 사암층과 정자, 외벽을 차례로 올리는 방식이다.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메본 사원. 주변 벽 중 하나가 복원되고 있다. ©EFEO
보페스트는 "겸손해지는 복원 작업이다. 작업 대부분이 석벽 아래, 기념물 내부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2년째 현장 관리자 마르크 그릴로(Marc Grillo)의 도움을 받아 매일 아침 물가에서 백여 명의 노동자와 석공들을 만나, 함께 모터보트를 타고 섬처럼 떠 있는 사원으로 향한다.

복원 완료 후 메본 사원의 예상 모습. © Image S. Leuckx / M.-C. Beaufeïst
배로만 접근할 수 있는 공사장
"접근이 이렇게 어려운 현장에서의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고 프랑스극동학원(EFEO) 원장 이브 구디노(Yves Goudineau)는 털어놓았다. 실제로 모래, 돌, 장비 등 모든 자재를 해안에서 배로 실어 나른 뒤, 이미 재조립 중인 블록들로 가득 찬 좁은 사원 안에 보관해야 한다. 프랑스가 현재 진행 중인 가장 큰 규모의 고고학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이 복원 사업은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1936년 발견된 청동 비슈누상

1936년 발견 당시의 거대한 누운 비슈누상의 일부. ©EFEO
1936년, 당시 초목에 뒤덮여 있던 캄보디아 유적지에서 첫 발굴 작업이 진행되던 중 앙코르 관리인 모리스 글레즈(Maurice Glaize)는 메본 사원의 핵심 유물을 발견했다. 바로 청동으로 빚어진 거대한 '누운 비슈누상'이다. 원래 길이가 4m에 달했던 이 작품의 일부는 현재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공사 중 발굴된 청동 파이프는 신의 몸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울러 시바 신을 상징하는 남근형 돌, 이른바 '링가(linga)'로 추정되는 유물의 흔적도 발굴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