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독특한 실험이 한 차례 시도될 예정이다. 바로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던 탐지견에게 '약탈된 고대 유물'의 냄새를 학습시키는 것이다.

프랑스 이퀼리(Ecully) 법과학 감식 센터에서 냄새 식별 훈련을 받고 있는 저먼 셰퍼드.
마약·폭발물을 넘어 '핏빛 유물'까지
마약, 폭발물, 매몰자 수색에 활용되어 온 탐지견들이 이번에는 난제인 약탈 미술품 탐지에 투입된다. 중동에서 출토되어 미국으로 밀반입된 고대 유물의 냄새를 식별하도록 특별히 훈련된 탐지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필라델피아(미국) 펜 박물관(Penn Museum) 전문가들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미국 지역지 더 데일리 펜실베이니언(The Daily Pennsylvanian)이 2018년 1월 8일 보도했다.
이번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도난·약탈 유물 거래의 세계 시장 규모를 45억~60억 달러로 추산한다. 시리아와 이라크 등 분쟁 지역에서 유출되어 거래되는 이들 유물은 '핏빛 유물(blood antiquities)'이라고도 불린다.
'K-9 아티팩트 파인더' 프로그램
설형문자가 새겨진 바빌론 점토판, 천 년이 넘은 도기와 테라코타, 불법 발굴로 나온 조각품, 그리고 2014년과 2015년 시리아 라카(Raqqa)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팔미라 아르타반(Artaban) 무덤의 흉상처럼 세계 유일의 작품까지 — 어떻게 이런 유물들의 존재를 구분해낼 수 있을까?
이 과제를 떠맡은 곳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수의과대학(School of Veterinary Medicine) 산하 펜 벳 워킹독 센터(Penn Vet Working Dog Center, WDC)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레드 아치 문화유산 법률·정책 연구소(Red Arch Culture Heritage Law & Policy Research)와 손잡고 'K-9 아티팩트 파인더(K-9 Artifacts Finders)'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를 진행한다.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라카 박물관에서 약탈된 팔미라 아르타반 무덤의 일부 묘비. ⓒ Interpol
밀폐 가방 속 면봉으로 냄새 학습
개들은 상아 등 비교적 최근 재료의 냄새에 이어 오래된 돌의 냄새까지 익혀야 한다. 참고로 미국 보스턴 박물관에서는 이미 바이마라너(Weimaraner) 강아지가 작품을 갉아먹는 해충의 냄새를 식별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탐지견들은 펜 박물관의 방대한 소장품 중 실제 고대 유물을 이용해 훈련받게 된다. WDC 소장인 신시아 오토(Cynthia Otto) 박사에 따르면 래브라도와 저먼 셰퍼드로 추정되는 첫 네 마리의 개들이 곧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명성 높은 박물관의 소장품에 손상 위험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유물은 냄새를 흡수하는 면봉과 함께 밀폐된 가방에 넣어 관리된다. 훈련에 사용되는 것은 바로 이 면봉이다. 개들은 놀이 방식으로 수색 임무를 수행하며, 유물 냄새를 하나씩 정확히 식별할 때마다 보상을 받는다.
실험 결과가 기대에 부응하면 더 많은 개들이 훈련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나아가 미국 세관 당국도 WDC에서 개발된 훈련법을 자체 탐지견 양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