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서 수백 곳의 선사시대 석조 구조물이 잇달아 발견되었습니다. 최근 진행된 연구를 통해 이 유적들이 무려 약 7,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의식용 시설임이 밝혀지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직사각형 형태의 이 구조물들은 '무스타틸(mustatil)'이라 불리며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것이 선사시대 어떤 숭배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열리기 시작한 '아라비아의 문'
아라비아 반도의 신비로운 '문(gates)'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문'이라는 이름은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항공 조사 과정에서 낮은 돌담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들이 발견되면서 붙여진 명칭으로, 당시 프랑스 과학잡지 Sciences et Avenir 등 여러 매체가 이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이제 '무스타틸'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직사각형 구조물들은 국제 고고학 저널 Antiquity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 연구팀이 알울라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 for AlUla, RCU)의 지원을 받아 20만㎢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을 항공 탐사한 결과, 알울라와 하이바르 일대에서 1,000곳이 넘는 이런 유적들을 확인했습니다. 길이 20m에서 620m에 이르는 이 장엄한 구조물들은 영역 표지 역할도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무엇보다 의식을 위해 세워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입석(立石), 즉 '베타일(betyle)'이라 불리는 신성한 돌 근처에서 소의 뿔과 두개골 등 공양물이 출토된 것입니다.
고고학 프로젝트 총괄 멜리사 케네디(Melissa Kennedy)는 "목축업은 이 지역에 살았던 초기 목민들에게 생존 그 자체였다"며 "따라서 숭배 의식도 이 가축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목축 장면이 담긴 암각화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이 기념물들은 기원전 5300년경 신석기 시대에 건설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케네디는 "아라비아 북서부에는 세계 최초의 기념비적인 의식 경관이 존재했다"고 말하며, 홀로세 중기 아라비아 북서부에 사람들이 조밀하게 거주했음을 시사하는 건조 석조 건축물의 집중 분포를 강조했습니다.
4일 만에 가상에서 현실로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고고학·로마사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케네디(David Kennedy)는 단 4일 만에 가상의 발견을 실제로 확인했습니다. 그는 Google Earth와 Bing Maps 위성 영상에서 400여 개의 인공 구조물을 추적했고, 2017년 10월 17일 온라인 과학매체 Live Science에 관련 기사가 게재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의 공식 초청을 받아 실제로 아라비아 반도 상공을 비행하게 된 것입니다.
돌담으로 만든 놀라운 축조물
항공 촬영으로 기록된 '문' 중 하나는 373m × 80m에 달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구조물은 사우디아라비아 밖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David Kennedy
데이비드 케네디 교수는 지난 20년간 요르단, 예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낮은 돌담으로 이루어진 놀라운 축조물들, 이른바 '하라트(Harrats)'에 주목해 왔습니다.
삼하(Samhah)의 '문'. ⓒ David Kennedy
이른바 '연(kite)' 구조물. ⓒ David Kennedy
'선인들의 작품'
'연(kite)', '열쇠구멍(keyhole)', '바퀴(wheel)' 등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를 지닌 이 구조물들은 사막 지역에서 수천 개나 발견되었습니다.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일부는 길이 373m, 폭 80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베두인족이 '선인들의 작품'이라 부르는 이 유적들은 용암 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표면에 배열된 돌무더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라비아에는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고대 화산들이 많은데, 마지막 분화는 서기 670년경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라트 카이바르의 자발 바이다 화산(해발 2,093m)과 용암 지대. ⓒ David Kennedy
아라비아 반도의 용암 지대 '하라트' 분포도. ⓒ David Kennedy
현무암 기반의 이 축조물들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습니다. 최초의 기록은 1920년대 시리아에서 활동한 앙투안 푸아드바르(Antoine Poidebard, 1878~1955) 같은 영국·프랑스 조종사들에 의해 남겨졌지만, 그 기능이나 시기를 규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당시에는 약 200만㎢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중부의 압도적인 풍광. 국가 중심부 와디 안 나즈(Wadi an Nadj)의 '기념비 계곡'. ⓒ David Kennedy
결국 데이비드 케네디는 리야드에 거주하는 동료 압둘라 알사이드(Abdullah al-Sa'eed) 박사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위치한 '하레트 카이바르(Harret Khaybar)'와 '하라트 우와이리드(Harrat Uwayrid)' 용암 지대의 위성 영상을 탐색하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카이바르의 '문'에 대한 그래픽 렌더링. ⓒ David Kennedy
유적의 기능에 대한 가설
그 후 고고학자들은 이 구조물들의 다양한 기능에 대한 가설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일부는 농업과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현재는 말라버린 고대 와디(건곡) 근처에 '문'들이 분포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또 일부는 사냥용 시설로, "아마도 가젤을 포획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묘역 복합체나 개별 무덤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현무암 돌담의 지상 전경. ⓒ David Kennedy
고대의 두 '문'과 현대의 농경지… 과거 농업 활동과 연관이 있었을까? ⓒ David Kennedy
"최근의 항공 조사 덕분에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수백 곳의 유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으며,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는 곳에서는 몇몇 유적을 방문할 수도 있었다"고 케네디 교수는 2017년 11월 17일자 New York Times 기사에서 밝혔습니다. 그리고 "현장 조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위해서라도 긴급히 고고학 발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라비아의 '문'이 우리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