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DNA가 풀어낸 독일 야만족의 비밀…타향에서 온 전사들의 이야기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위치한 니더슈톱칭겐(Niederstotzingen) 중세 묘지에서 발굴된 7세기 고위 전사들의 DNA 분석 결과는, 게르만 부족 내부에서 이루어졌던 예상 밖의 사회적 관습을 세상에 드러냈다.

DNA가 풀어낸 독일 야만족의 비밀…타향에서 온 전사들의 이야기

▲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니더슈톱칭겐 중세 묘지에서 출토된 갈기 장식 투구

학술지 표지를 장식한 웅장한 전사의 투구

2018년 9월자 온라인 학술지 Science Advances의 표지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갈기 모양 장식이 달린 7세기 투구가 알레만니(Alemanni) 전사들을 다룬 논문을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레만니는 로마 시대 역사가 카시우스 디오(Cassius Dio)의 기록에 이미 등장하는 게르만 부족 연합이다. 이들은 496~497년 톨비아크(Tolbiac) 전투에서 프랑크 왕 클로비스(Clovis)에게 패배해 프랑크 왕국에 편입되었으며, 이후 843년 베르됭 조약에 따라 동프랑크 왕국, 즉 '독일인 루트비히(Louis the German)'의 영토에 속하게 되었다.

이 부족 연합에 대한 관심은 최근 유전자 및 화학 분석 덕분에 다시 불붙었다. 분석 대상은 1962년 독일에서 발굴된 유골들이었다. 특히 연구자들은 서기 580~630년경, 즉 6세기 말부터 7세기 초에 조성된 풍성한 부장품과 함께 안장된 13구의 남성 유골(성인 10구, 영아 3구)의 출신과 사망 원인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분석 결과는 놀랍게도 세계적인 출신 배경을 가리키고 있었다!

DNA가 풀어낸 독일 야만족의 비밀…타향에서 온 전사들의 이야기니더슈톱칭겐 7세기 묘지에서 발견된 전사 엘리트 합장묘 © Landesamt für Denkmalpflege im RP Stuttgart

타 지역에서 온 전사들

실제로 일부 전사들은 오늘날 독일 남서부, 즉 라인강·네카강·상류 다뉴브강 사이에 해당하는 알레만니 영토와는 매우 먼 지역 출신이었다. 이탈리아 볼차노의 유럽연구원(Eurac Research)과 독일 예나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 소속 고고학자 닐 오설리번(Niall O'Sullivan)이 이끄는 전문가 팀은 유골에서 채취한 유전 물질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DNA가 풀어낸 독일 야만족의 비밀…타향에서 온 전사들의 이야기600년경 알레만니의 영토와 니더슈톱칭겐 묘지의 위치(빨간색은 고대 로마 도로) © Science Advances

분석 결과, 대다수의 DNA는 북유럽·동유럽·중부 유럽과 지리적 친연성을 보였지만, 두 개는 남유럽과 동지중해 지역 출신이었다. 또한 혈연관계가 있는 5명은 서로 다른 세 문화권의 부장품과 함께 안장되어 있었다. 이는 가족이든, 입양이든 납치든, 어디선가 데려온 신참 전사든 모두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였다.

DNA가 풀어낸 독일 야만족의 비밀…타향에서 온 전사들의 이야기니더슈톱칭겐 알레만니 전사 무덤에서 출토된 무기와 마구(馬具) © Landesmuseum Württemberg, P. Frankenstein/H. Zwietasch

"게르만 야만족은 유전적으로 균질하지 않았다"

프랑스 생제르맹앙레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켈트·갈리아 컬렉션을 관장하는 고고학자 로랑 올리비에(Laurent Olivier)는 프랑스 과학 잡지 Sciences et Avenir에 이렇게 설명했다. "이 발견은 고집스러운 오해를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게르만 '야만' 집단이 유전적으로 '균질'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 데이터가 확인해 주듯, 이 민족들은 자신들과 아주 다른, 때로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을 자신들의 문화와 삶의 방식 안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때까지 전문가들은 니더슈톱칭겐 인근에서 발견된 유골들이 각지를 순유하던 알레만니 전사왕 계급의 것이라고 여겼다고 Science Advances는 전했다.

무덤에서는 말 3마리의 유골과 마구 외에도 가죽을 꿰매 만든 특별한 투구, 검, 갑옷이 출토되었으며, 정교하게 조각된 의복 장식품, 보석, 빗 등 귀중한 유물들도 함께 나왔다.

DNA가 풀어낸 독일 야만족의 비밀…타향에서 온 전사들의 이야기니더슈톱칭겐 한 무덤에서 출토된 케이스가 있는 정교한 빗 © Landesmuseum Württemberg, P. Frankenstein/H. Zwietasch

역사 기록이 뒷받침하는 '외지인'의 존재

이러한 유물들은 무덤에 잠든 고위 인물들이 프랑크족, 롬바르드족(북이탈리아), 나아가 동지중해와 비잔티움(동로마) 출신 사람들과 활발히 접촉했음을 잘 보여준다. 알레만니 전사들 사이에 외국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역사 기록으로도 확인된다. 로랑 올리비에는 "특히 인질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동맹 관계에서 우세한 가문들이 서로 사람을 교환하거나, 패전 후 상군(上君)에게 인물을 넘기곤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역시 『갈리아 전쟁기』에서 이러한 관습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외지인의 존재를 설명하자면, 당시 개인 간의 이동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활발했고,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넘어가는 일도 상상보다 쉬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어원도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알레만니(Alamanni)'라는 이름은 게르만어 '알레 만(all-man)', 즉 '모든 사람', '여러 부류의 사람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이들은 어떻게 죽었나?

역사학자 에르베 훈칭거(Hervé Huntzinger)는 브뤼노 뒤메질(Bruno Dumézil) 편집으로 2016년 출간된 저서 『야만인들(Les Barbares)』에서 "게르만어권 사회는 호전적인 성격, 빨갛게 물들인 긴 머리 습관, 확고한 이교 신앙 외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고 적었다. 그런데도 하나의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니더슈톱칭겐에 잠든 이 전사들은 대체 어떻게 죽은 것일까? 어떤 유골에서도 외상이나 질병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숙제를 남기는, 풀어야 할 또 하나의 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