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새겨진 문자와 기호가 신비롭게 어우러진 돌이, 아서왕 전설과 깊은 연관이 있는 영국 콘월의 틴타겔(Tintagel) 유적지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영국 콘월 지역 틴타겔 유적 발굴 현장
라틴어와 그리스 문자가 섞인 미스터리한 석판
이번에 발견된 유물은 폭 61cm의 슬레이트(점판암) 석판으로, 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는 라틴어, 그리스 문자, 그리고 기독교 상징 기호들이 혼합된 신비로운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영국 콘월 북부 해안에 위치한 틴타겔이라는 유명한 유적지에서 영국 고고학자들에 의해 출토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비석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와 콘월 고고학 연구단(CAU)은 오랫동안 이 장엄한 바위산 위에 서 있는 중세 유적을 연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상징적인 장소인 만큼, 새로운 발견이 있을 때마다 큰 화제가 됩니다. 실제로 1998년에는 한 석재에서 켈트어 단어 '아르토그누(Artognou)'가 확인되면서, 학계에서는 이를 성급하게도 아서왕의 이름과 연결 짓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틴타겔이 전설 속 영웅 아서왕과 연결된 역사는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캉 대학교(칼바도스)에서 영국 중세사를 전공하는 알반 고티에(Alban Gautier) 교수는 "풍랑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이 야생미 넘치는 반도는 일찍이 1135년경부터 문헌 속에서 아서왕이 잉태된 장소로 묘사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아서왕 전설과 연관된 틴타겔(영국)에서 발견된, 다양한 문자가 혼합된 천 년 된 비문 © English Heritage
석판에 새겨진 이름들
이번 발견 소식을 전한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2017년 여름에 발굴되었지만 그 존재가 최근에야 공개된 이 석판에는 로마식·켈트식 이름인 '티토(Tito)'와 '부딕(Budic)', 그리고 라틴어 단어 '필리(fili, 아들)'와 '비리 두오(viri duo, 두 남자)' 등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명문들이 요새 인근 본토에 거주하던 공동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티에 교수는 "현재의 틴타겔 성은 13세기에 잉글랜드 왕 헨리 3세의 동생인 콘월의 리처드(Richard of Cornwall)가 이 신화적 장소 위에 세운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틴타겔 반도와 13세기 중세 성의 폐허 © Eurasia Press/Photononstop/AFP
로마 멸망 후에도 이어진 호화로운 생활
흥미롭게도 반도 인근 마을의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세기 초 발굴 조사에서는 5~7세기에 해당하는 유물들이 다수 출토되었는데, 특히 오늘날의 터키, 북아프리카, 카르타고 지역, 심지어 가자 지구에서 온 적색 테라 시길라타 도기 같은 사치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을 다스리던 왕공족들은 로마가 1세기에 브리튼을 정복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무역로를 통해 올리브유, 포도주, 염장 생선 등 지중해산 물자를 수입했습니다. 이러한 교역은 600년경에 중단되었지만, 이후에는 콘월산 주석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대서양 연안, 이베리아 반도, 아키텐 지역과의 무역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결국 로마 세력이 철수한 5세기 이후에도 잉글랜드 서부 주민들의 호화로운 생활 방식은 최소 200년간 지속된 셈입니다.
틴타겔 성의 폐허 속에서 © English Heritage
귀한 문자 기록의 가치
로마 서방 세계의 변방이었던 콘월에는 5세기에 기독교와 그 상징들이 전해졌습니다. 고티에 교수는 "4세기에 제정의 공식 종교가 된 기독교는 라틴어를 사용함으로써 로마의 계승자임을 주장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고 말합니다.
잉글랜드에서 이 시기의 문자 기록은 매우 드뭅니다. 현재까지 400년에서 600년 사이에 작성되어 현존하는 유일한 필사본은 수도사 길다스(Gildas)의 『브리튼의 몰락에 관하여』입니다. 이 설교문에서 길다는 당대 사람들에게 덕 있는 삶을 살 것을 권면했습니다.
고티에 교수는 "이 설교문을 제외하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 200년 동안 문자 기록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렇기에 이번에 발견된 각자석(刻字石)들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며, "틴타겔에서는 언젠가 5세기에서 7세기 사이에 이곳에 살았던 왕공족들의 이름을 밝혀낼 수 있기를 바라는 숨은 기대가 항상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타 펜드래곤과 아서의 틴타겔 도착 © BNF
아서왕 전설의 탄생 배경
아서왕(King Arthur)
12세기 전후의 고대 문헌들은 아서왕이 멀린(Merlin)의 마법 덕분에 틴타겔이라는 거의 섬에 가까운 반도에서 잉태되었다고 전합니다. 아버지 유타 펜드래곤(Uther Pendragon)은 마술사의 힘으로 콘월 공작, 즉 틴타겔 공작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그의 아내에게 다가갔고, 그 결과 아서가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웨일스 출신 제프리 오브 먼머스(Geoffrey of Monmouth)가 1135년경 집필한 『브리튼 왕열사(브리튼 왕들의 역사)』입니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아서왕 전설의 시조격 인물입니다. "이 앵글로노르만 주교는 브리튼 서부 곳곳에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하나로 엮어, 훨씬 더 규모가 큰 완전히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냈다."
제프리 오브 먼머스가 아서라는 인물 자체를 창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산발적으로 존재하던 이야기들을 일관성 있고 매력적인 하나의 서사로 재구성했고,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대적인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