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흙 속에서 깨어난 2000년 전 로마 단검, 독일 할터른에서 첫 공개되다

2000년 전, 로마 제국의 변경선(라임스)에서 게르만 부족들과 싸웠던 로마 군단병의 무기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보존 상태로 발굴됐습니다. 긴 복원 작업을 마친 이 단검이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흙 속에서 깨어난 2000년 전 로마 단검, 독일 할터른에서 첫 공개되다

복원을 마친 할터른 암 제(Haltern am See) 출토 로마 단검. 무려 2000년의 세월을 건너온 유물입니다.

카이사르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형태의 칼날

2019년 봄 독일 뮌스터(Münster) 근교에서 발견된 이 탁월한 단검은 최근 할터른 예술문화박물관(Kunst und Kultur)에서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은실과 황동실로 섬세한 초목 무늬를 새긴 장식 칼집과 칼날은 2000년 가까이 흙 덩어리에 감싸인 채 잠들어 있었지만, 눈부시게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트리어 대학교와 협력해 진행된 할터른 암 제 로마 시대 묘지 발굴 조사에서 당시 19세였던 니코 칼문트(Nico Calmund)가 이 무기를 다시 빛나게 했습니다.

파리 소르본 대학 명예교수이자 로마 전쟁사 전문가인 역사학자 얀 르 보헥(Yann Le Bohec)은 사이앙스 에 아브니르(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뛰어난 품질의 로마 단검이 우리 손에 전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발견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흙 속에서 깨어난 2000년 전 로마 단검, 독일 할터른에서 첫 공개되다

LWL 연구소에서 복원을 마친 단검. © LWL / C. Steimer

"유럽에서 이룩된 이 분야 최대급 발견 중 하나"

군단병들이 '푸기오(pugio)'라 불렀던 이 길이 30cm의 무기 복원에는 뮌스터 LWL 워크숍에서 9개월이 걸렸습니다. 단검은 붉은 유리 조각과 에나멜을 박아 넣은 칼집에 장착되었고, 주석을 입힌 청동과 황동판을 조합해 만든 허리띠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리페 지역을 담당하는 고고학자 미하엘 린트(Michael Rind)는 영국 일간 타임스를 통해 "이 유물 세트는 현재까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유럽에서 이루어진 같은 종류의 발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례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복원에 앞서 단검과 허리띠는 X선 촬영과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거쳤습니다. 그 결과 칼날이 서로 다른 강재로 제작되었으며 뚜렷한 사용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르 보헥 교수는 "장식적인 면모가 짙지만 결코 의례용 단검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주인이 실제로 사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흙 속에서 깨어난 2000년 전 로마 단검, 독일 할터른에서 첫 공개되다

발견 당시의 '푸기오', X선 촬영 영상, 그리고 복원된 모습. © LWL / Josef Mühlenbrock

전투가 아닌 '마무리'용이었던 단검

전문가들은 가늘고 좁은 칼날의 형태와 구조를 근거로 이 무기를 스위스 빈도니사(Vindonissa) 로마 군영 출토 유물의 이름을 딴 초기 로마군 단검, 이른바 '빈도니사형'으로 분류합니다. 이러한 단검은 주로 기원후 1세기 전반에 사용됐지만, 흥미롭게도 전투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르 보헥 교수는 로마 보병의 전투 방식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로마 보병은 여러 무기를 함께 사용했다. 왼손에는 자루를 쥐거나 팔뚝에 고정하는 대형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창(필룸)을 들었다. 대열을 지어 전진하다가 적과 3~4m 거리까지 다가서면 군단병은 길이 약 1.8m의 투창을 던져 적을 꿰뚫었다. 이어 방패로 상대를 쳐서 균형을 무너뜨린 뒤 검(글라디우스)을 뽑아 들고 달려들어,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적을 베어 죽였다. 이 모든 과정이 달리면서 이뤄져야 했기에 엄청난 훈련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단검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몸 왼쪽에 차고 다닌 단검은 적이나 포로를 마무리할 때, 혹은 더 이상 살릴 방법이 없는 아군 부상자의 고통을 끝내줄 때 사용되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흙 속에서 깨어난 2000년 전 로마 단검, 독일 할터른에서 첫 공개되다

단검과 허리띠 세트의 그래픽 복원 이미지. © Elif Siebenpfeiffer

기록에 따르면 이런 단검은 로마에서 정치 암살에도 동원되었습니다. 한편 이 무기가 출토된 할터른 유적은 서기 9년 토이토부르크의 재앙, 즉 로마 역사상 가장 유명한 참패 이후 버려진 중요한 군사 기지였습니다. 이곳에서 아르미니우스가 이끄는 게르만 부족 연합군과 맞선 푸블리우스 퀸크틸리우스 바루스 장군의 군대는 로마 군단 3개와 보조 부대를 합쳐 무려 2만5000명이 궤멸당했습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이 단검은 2022년 할터른 로마사 박물관에서 대중을 만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