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 소식을 스페인 가톨릭 군주들에게 전하기 위해 보낸 편지 원본이 한때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국립도서관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놀랍게도 아무도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도서관 서가에는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8일 스페인으로 반환된, 1493년 제작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인큐나불라(초기 인쇄본)
사라진 문서는 로마의 출판업자 스테파노 플란크(Stephen Plannck)가 1493년 인쇄한 Epistola Cristophori Colom De Insulis Indiae supra Gangem nuper inventis(『갠지스 강 너머 최근 발견된 인도의 섬들에 관한 콜럼버스 서간』)이다. 콜럼버스는 이 편지를 통해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에게 1492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땅, 즉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7년간의 수사 끝에 되찾은 인류의 보물
최고의 탐정 소설을 방불케 하는 7년간의 수사 끝에, 스페인 헌병대 특수부대는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의 협조를 받아 마침내 이 편지를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이 문서의 가치가 더욱 높은 이유는 바로 '인큐나불라(incunabula)'이기 때문이다. 인큐나불라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1400~1468)가 발명한 금속 활판 인쇄술로 제작된, 인류 역사상 가장 초기의 인쇄물들을 일컫는 용어다.
귀중한 이 필리오(folios)는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자신이 소장한 문서가 도난당한 원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구매자의 손에 있었다. 이 문서는 2018년 6월 6일 수요일 워싱턴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서 공식적으로 스페인 측에 인계되었다.
2018년 6월 6일 워싱턴(DC) 스페인 대사관에서 열린 콜럼버스 편지 인수식. 출처: 트위터
전문가의 감정이 밝혀낸 결정적 실마리
카탈루냐 도서관 담당자들을 완벽하게 속여 원본과 가짜를 맞바꾼 교활한 범인의 이름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범죄가 저질러진 정확한 날짜도 알려져 있지 않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는 "미국에서 본격적인 수사는 2011년, 미국 이민세관집행국이 이 편지가 시장에 나와 판매자들이 부유한 구매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소식을 접한 카탈루냐 도서관은 곧바로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했고, 전문가는 2012년 바르셀로나에 보관된 문서가 확실히 가짜임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사건의 해결은 바로 이 전문가를 통해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도난당한 편지의 마지막 잠재 구매자가 진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최근 우연히도 같은 전문가를 찾은 것이다. 전문가는 그를 설득해 편지를 당국에 넘기도록 하는 데 성공했고, 수사관들은 이 귀중한 서신이 도난 이후 이미 두 차례 손바뀜을 거쳤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2005년 '두 명의 이탈리아인'에 의해 60만 유로에 판매되었고, 이후 2009년 브라질에서 100만 달러에 재차 거래되었던 것이다.
1493년 신대륙에서 돌아온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카스티야의 이사벨 1세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에게 발견 사실을 알리고 있는 모습. ©Josse/Leemage/AFP
전 세계에 흩어진 16부의 편지, 또 다른 피해자들
이 기묘한 절도 사건의 익명의 범인은 이번이 첫 번째 시도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콜럼버스의 이 편지는 놀라운 소식을 유럽 전역에 빠르게 퍼뜨리기 위해 1493년부터 라틴어로 여러 부 인쇄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에 16부가 남아 있다. 그런데 카탈루냐 지역 신문 라 반구아르디아(La Vanguardia)는 동일한 수법이 이탈리아 피렌체의 리카르디아나 도서관과 바티칸(성좌)에서도 사용되었다고 전한다. 두 기관에는 이 편지의 다른 버전들이 각각 소장되어 있었다. 현재까지 회수된 것은 첫 번째 편지뿐으로, 이것 역시 미국에서 발견되어 2016년 이탈리아로 반환되었다.
작자 미상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초상화. ©Leemage/AFP
* 서쪽 항로로 아시아에 도달하려 했던 제노바 출신 항해사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건너 '갠지스 강 너머의 인도', 즉 아시아의 앞자리에 도착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발견한 것은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세계, 그러니까 아메리카 대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