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가 남긴 섬뜩한 유산. 한 고고학자가 폴란드에 위치한 옛 소련 벙커들을 연구해 왔습니다. 이곳은 한때 핵탄두를 보관하던 극비 군사 기지였습니다.

냉전의 유물인 폴란드 서부 포드보르스코(Podborsko)의 화강암 벙커 하나가 식생 아래에 숨겨져 있다.
현대 분쟁 유적에 대한 고고학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나치 강제수용소(프랑스 알자스의 나츠바일러-스트루토프, 폴란드의 소비보르와 트레블링카 등)를 비롯한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 유적을 넘어, 이제 고고학자들은 최근 역사까지도 적극적으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대상에는 냉전 시대(1945~1989년)도 포함되는데, 폴란드 역사 및 국제관계 연구소의 그제고시 키아르지스(Grzegorz Kiarszys)가 바로 그런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젊은 연구자는 해체된 후 폴란드 서부 숲속에 버려진 채 방치된, 한때 소련 핵탄두를 보관하던 벙커들에 주목했습니다. 이 고밀도 비밀 기지들은 학술지 안티쿼티(Antiquity)에 발표된 상세한 연구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폴란드 영토 내 옛 소련 군사 기지의 유적. 출처: Grzegorz Kiarszys
"일부 핵탄두 저장소는 여전히 매우 잘 보존되어 있다"
키아르지스는 이 유적들을 연구하기 위해 공중 레이저 스캐닝(ALS)과 같은 원격 탐사 기술을 활용하고, 항공 사진과 함께 2006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기밀 해제한 코로나(Corona), 감빗(Gambit), 헥사곤(Hexagon) 정찰위성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분석했습니다. 또한 폴란드 국가추모연구소의 기록 보관소에도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1969년 소련에 넘어간 뒤 공식 기록에서 지워진 폴란드 서부의 세 곳 군사 기지의 조직 구조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폴란드: 냉전 당시 세 곳의 비밀 소련 핵 기지 위치도. 출처: Grzegorz Kiarszys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폴란드 제작 서비스가 촬영한 항공 사진 또한 검열을 거친 것이었습니다. 현재 슈체친 대학교 고고학과에 소속된 이 연구자는 각각의 옛 핵탄두 저장 부지를 인내심 있게 탐사했다고 설명합니다. "브제즈니차 콜로니아(Brzeznica Kolonia, 보르네술리노보에서 15km)와 템플레보(Templewo, 민지지르치에서 17km) 같은 일부 부지는 1990년대에 해체되어 크게 훼손되었지만, 다른 곳들은 여전히 매우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는 덧붙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비아워가르트(Bialogard)에서 35km 떨어진 포드보르스코의 세 개 벙커입니다. 이곳에는 원래 장비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냉전 당시 폴란드에 있던 소련 핵 기지를 촬영한 미국 정찰위성 이미지. A) 포드보르스코 B) 콜로니아 브제즈니차 C) 템플레보. 출처: US Geological Survey / Corona Program
장갑문, 그리고 전기가 아직도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텅 빈 옛 사일로까지… 키아르지스가 촬영한 사진들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역사 속에서 사라질 예정이었던 이 유적들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는 역사 서술을 완성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사회로부터 은폐된 채 비밀에 부쳐졌다가 잊혀졌던 이런 장소를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예외적인 기회입니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폴란드 내 소련 기지의 존재에 관한 새로운 페이지가 쓰일 전망입니다.

원래 가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 포드보르스코 모노리트(Monolit) 벙커의 현재 내부 모습. 출처: Grzegorz Kiarszys
이 혁신적인 연구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옛 소련 지도부가 왜 폴란드에 이러한 기지들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는지 그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폴란드 서부 포드보르스코 군사 기지의 네 개 핵탄두 저장실 중 하나. 출처: Grzegorz Kiarszys
극비 시설
"바르샤바 조약기구(1955)의 군사 분석가들은 나토(NATO)와 유럽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소련 본토에서 핵탄두를 운반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운송 도중 공습으로 파괴될 위험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그래서 서방 세계의 눈을 완전히 피해 폴란드 서부에 이 무기들을 위한 세 곳의 저장 기지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 작전의 암호명은 '비스타(Wista)'였습니다."라고 키아르지스는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이런 기지에는 젊은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는 부사관과 장교들이 가족과 함께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각 비밀 기지에는 정원과 놀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발굴된 의복과 장난감들은 단순한 군사 시설을 넘어 더욱 복잡한 사회 조직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대량살상무기를 취급하던 고숙련 엔지니어들이 쾌적한 생활 조건 속에서 지낼 수 있도록 소련 당국이 복지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증명합니다. "소련 지도부는 이러한 무기를 심리적으로 안정된 인력에게 맡기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그 결과 장교와 그 가족들이 하나의 군사 단지 안에서 거주하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듯한 착각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키아르지스는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균형이 없었다면 이곳들은 불복종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을 겁니다."

폴란드 내 소련군 기지 하나의 건물 유적. 출처: Grzegorz Kiarszys
흥미롭게도 이 모든 기지는 동일한 설계도에 따라 건설되었습니다. 동일한 수의 건물, 요새화된 참호, 차량 보호용 격납고, 검문소(check-point) 등이 똑같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제한 구역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 안에는 핵탄두 저장 벙커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모노리트(Monolit)' 유형이, 이후에는 '그라니트(Granit)' 유형이 사용되었습니다. "핵물리학자들과 협력하여 모든 저장 시설에서 방사선 측정을 실시했지만, 방사성 오염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보관된 모든 탄두가 매우 엄격한 안전 기준을 준수했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일부 시설이 처음부터 비어 있었을 가능성도 시사합니다."라고 키아르지스는 추측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가설을 검증할 러시아 측 기록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브제즈니차-콜로니아 유적지의 핵탄두 사일로 유구 중 하나. 출처: Grzegorz Kiarszys
오늘날 이 유적들은 냉전 당시 동유럽에서 가장 철저하게 감춰진 비밀 중 하나의 물질적 흔적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는 관심 있는 방문객들을 끌어모으는 관광 명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관심을 받아 마땅한 증언들입니다!"

출처: Grzegorz Kiarszys
용어 정리
바르샤바 조약기구(Warsaw Pact)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동유럽 국가들을 소련과 함께 광범위한 경제·정치·군사 체제로 묶었던 과거의 군사 동맹입니다. 1955년 5월 14일, 소련 진영의 대부분 공산권 국가들 간에 우호·협력·상호원조 조약으로 체결되었습니다.
냉전(Cold War)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1945~1947년경)부터 1989년 유럽 공산 정권 붕괴,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91년 12월 소련 해체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소련 사이에 점진적으로 전개된 이념적·지정학적·경제적 대립의 시기입니다.
* 냉전 기간 동안 폴란드 인민군에는 약 178~250기의 소련 핵탄두가 배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CIA: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 NATO: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