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아이슬란드 바이킹 엘리트는 왜 종마와 함께 묻혔을까? 고대 DNA가 밝힌 비밀

고고학자와 유전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 결과, 아이슬란드 바이킹 시대 무덤에서 함께 발견된 말들의 유해는 모두 수컷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이슬란드 바이킹 엘리트는 왜 종마와 함께 묻혔을까? 고대 DNA가 밝힌 비밀

아이슬란드 조랑말은 9세기 노르웨이 출신 바이킹들이 아이슬란드 섬을 개척할 때 처음 데려온 말들의 직계 후손입니다.

그린란드와 스칸디나비아 사이, 북대서양의 안개 속에 자리한 '불과 얼음의 섬' 아이슬란드는 서기 874년경 이곳에 처음 정착한 소수의 노르웨이 바이킹들에 관한 비밀을 하나둘씩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섬의 엘리트 계층과 함께 묻힌 '말 무덤'입니다. 국제 연구팀은 화산섬 북부와 북동부에 흩어진 17개 유적지의 355개 무덤에서 20세기에 발굴된 유물을 면밀히 조사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레이캬비크에 위치한 아이슬란드 국립박물관에 보관된 175마리 말의 유해(뼈와 치아)가 포함되어 있었죠. 연구팀은 이를 분석해 무덤에 묻힌 말들이 모두 수컷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 성과는 학술지 저널 오브 아케올로지컬 사이언스(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s)에 게재되었습니다.

말의 성별 판별이 어려운 이유

일반적으로 골반과 치아 검사만으로도 말의 성별을 구분할 수 있지만, 2011년부터 아이슬란드의 정착 과정과 장례 의식(9~11세기)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온 이번 팀에게 불완전한 유해의 성별 감정은 쉽지 않은 과제였습니다. 결국 연구팀은 고대 DNA 분석이라는 방법에 의지했고, 그 결과 무덤에 묻힌 말들은 모두 건강한 종마 또는 거세된 거련(騸馬)으로, 한창 정력기에 있던 개체들이었으며 죽은 이를 배웅하기 위해 희생된 것임을 밝혀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무덤 바깥에서 수습된 뼈들은 예외 없이 암말의 것이었고, 음식을 먹고 남긴 잔해와 뒤섞여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바이킹들에게 수컷과 암컷은 전혀 다른 의미와 지위를 지닌 존재였던 것입니다. 연구진은 "활력과 공격성을 상징하는 종마를 선택한 것은 지위와 권력을 부여하는 강력한 상징적 요소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스칸디나비아 신화에서 말은 죽은 자의 혼을 저 세상으로 인도하는 영혼의 안내자, 즉 프시코폼프로 여겨졌기에 이 동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상을 누렸습니다. 실제로 노르드 사가에서는 오딘의 신마 슬라이프니르(Sleipnir)가 여덟 개의 다리로 하늘을 누비며 주신(主神)을 어디든 나르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아이슬란드 바이킹 엘리트는 왜 종마와 함께 묻혔을까? 고대 DNA가 밝힌 비밀

1765년 아이슬란드 필사본에 그려진 슬라이프니르를 탄 오딘. © 퍼블릭 도메인

연구 저자들은 "이 말 유해들이 거의 예외 없이 중년 남성의 무덤과 함께 발견된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며, 여성의 무덤은 극히 드물고 유아나 아동의 무덤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매장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의식에 따른 살해

이 말들은 호수에 빠져 죽었을까요, 아니면 바다에서 희생되었을까요? 스칸디나비아 본토처럼 화장되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이 질문들에 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아이슬란드의 바이킹들은 말을 의식적으로 희생하는 독자적인 장례 풍습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입니다. 발굴된 두개골에서는 치명타로 인한 골절 흔적이 확인되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동물의 목이 잘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아이슬란드에서 얻어진 결과와 본토 바이킹 사회의 장례 관행을 비교·분석하는 작업이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