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고대 이집트 회화의 비밀, 안료의 세계

『이집트 노트(Notebooks of Egypt)』 시리즈 3번째 이야기에서는 룩소르 왕릉 벽화에 사용된 안료 분석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고대 이집트 화가들이 어떤 색채로 영원을 그려냈는지, 그 신비로운 팔레트의 세계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고대 이집트 회화의 비밀, 안료의 세계

룩소르 레크미르(Rekhmire)의 무덤에 그려진 호수 풍경입니다.

색은 곧 생명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언제나 색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집트 전역을 강렬하게 물들이는 태양의 빛은 그들에게 끊임없이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주었습니다. 선사 시대 최초의 예술 창작부터 장식가들은 자연이 제공하는 재료들을 활용해 정신적 지배층이 자신을 투영하던 상징의 우주를 살아 숨 쉬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에게 색이란 곧 생명 그 자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조각가는 '세안크(séankh)', 즉 "생명을 부여하는 자"라고 불렸습니다. 하지만 조각가가 돌이나 나무에서 형상을 깎아내는 것만으로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웅장한 기념물조차 마지막 필수 단계인 채색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살아 있는 모습을 갖추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알려진 '윤곽 필사관(outline scribe)' 중 일부는 극도로 전문화된 임무를 맡았습니다. 바로 신성한 대상에 마법적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었죠. 사무트(Samut)라는 인물은 "카르나크 아문 신전의 윤곽 필사서들의 우두머리이자, 서테베스 지역 아문의 영토에 있는 우세르마아트레 세테펜레(라메세움) 성채에서 완전한 신의 위대한 이름을 채색하는 자"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예술가는 라메세움 전역에서 람세스 2세의 카르투슈(왕의 이름표)를 채색하는 임무를 맡았으며, 그의 재능 덕분에 왕권의 본질을 담고 있는 이름표들은 반신적인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현대 관람객의 눈에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것은 기적처럼 남아 있는 유물들의 찬란한 빛깔입니다. 우리 역시 이 색에서 생명을 느끼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것은 철저히 코드화된 삶의 모습입니다. 녹색은 재생을, 검은색은 비옥한 땅을, 파란색은 나일강이자 하늘을 상징합니다. 하늘에는 또한 황색 오각별이 가득한 천상의 나일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 별들은 해파리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극도로 제한된 재료만으로 만들어낸 이 화려한 색채의 소용돌이는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압도합니다.

고대 이집트 회화의 비밀, 안료의 세계

룩소르 레크미르 무덤, 화강암 조각상 제작 장면. 좌측 상단에 일하고 있는 화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Norman de Garis Davies의 소묘(1935)를 바탕으로 함. © LAMS-MAFTO, CNRS

"사용된 안료는 생각보다 종류가 적다"

벽화, 석관, 조각품, 파피루스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 화가들은 매우 한정된 종류의 안료만 사용했습니다. 신왕국 시대 기준으로 살펴보면, 탄소로 만든 검은색과 산화철 및 비소 화합물로 착색된 적색·갈색·황색 계열의 천연 광물 안료에 몇 가지 백색 안료가 더해졌습니다.

여기에 두 가지 합성 안료가 추가되었습니다. 파랑과 초록은 구리, 모래, 석회암, 재를 혼합해 화덕에서 가열하여 인공적으로 합성했습니다. 약 850도에 도달하면 파란색이 생성되고, 온도가 더 올라가면 파란색이 분해되어 초록색이 만들어지는 원리입니다.

이런 안료를 제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고도의 기술력은, 무덤과 여러 건물을 장식할 수량을 공급할 수 있는 전문 생산 공방의 존재를 시사합니다. 하나의 신전을 장식하는 데 파란 안료만 약 1,400kg이 필요했다는 추산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집트학자 플린더스 페트리(Flinders Petrie)가 1892년 텔엘아마르나 유적에서 이러한 공방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유럽 고고계측센터(Centre Européen d'Archéométrie)의 리에주 대학교 연구원 카트린 드페(Catherine Defeyt)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오늘날 연구가 시작된 투트모세 3세의 재상 레크미르 무덤의 여러 장면에서, 안료의 선택과 배합 방식은 여성 형상에 쓰인 산성 계열의 노란색을 준비하는 데 활용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반대편 벽에서는 정원 연못의 물결 무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그래픽 효과는 직경 수십분의 일 밀리미터에 달하는 큰 입자 형태의 이집트 블루(Egyptian Blue)를 사용하면서 생긴 부조의 질감과도 연결됩니다."

참고로 이 물결 문양이 계층 문자에서 '물'을 의미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세 번 반복된 물결선이 물을 상징하는 계형문자로 쓰였던 것입니다.

"화장용으로는 다른 안료를 사용했다"

사실 더 많은 종류의 안료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무덤 화가들이 특별히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눈 화장용으로는 검은색을 주로 납광석인 방연석(galena)으로 얻었습니다. 이 가루는 단순한 검은 안료가 아니라 "눈을 표현력 있게 만드는 가루"로 불렸습니다. 오랫동안 갈아 아주 미세한 입자로 만들면 검은색이 되지만, 입자가 굵으면 표면이 빛을 반사하여 금속 광택이 도는 회색 가루가 됩니다. 때로는 초록빛 화장도 사용되었는데, 이 경우 공작석(malachite) 같은 동 기반의 천연 광물을 활용했습니다.

이러한 아이섀도는 미적 효과를 넘어 확실한 안과학적 효능까지 지니고 있었습니다. 강렬한 햇살과 모래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하며,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었던 셈입니다.

고대 이집트 회화의 비밀, 안료의 세계

룩소르 라모세(Ramose) 무덤의 가족 연회 장면. 화장 부분만 채색된 모습입니다. © LAMS-MAFTO, CNRS

『이집트 노트』 시리즈 전체 목록

1화: 고대 이집트 화가들은 어떻게 작업했을까?
2화: 나크타몬의 장례 예배당 탐방기
3화: 이집트 회화의 안료
4화: 채색 벽면의 현대적 기록 기법
5화: 람세스 2세의 영원한 기념물 재발견
6화: 빛으로 드러내는 안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7화: 이미지 속에서 경험하는 현장 연구
8화: 네바문과 이푸키 무덤 벽화 연구의 시작
9화: 아멘호테프 3세 시대, 두 예술가가 함께 쓴 무덤
10화: 고대 이집트 예술가 아메누아수의 무덤이 밝혀주는 것들
11화: 이집트 미라의 기이한 활용 사례들
12화: "왜 모든 예술가들이 이곳에 오지 않는가?"
13화: 이집트인은 왜 인물을 옆모습으로 그렸을까?
14화: 이집트 무덤 속에서 관찰하는 장인들의 작업 방식
15화: 이집트 향수에 관하여
16화: 이집트 팔레트의 색채
17화: '예술'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이집트어
18화: 이집트에서의 하루, 과학 탐사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