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Tenet)을 본 적이 있다면, 사토르(Sator), 아레포(Arepo)처럼 낯설고 이상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 언뜻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이름들은 하나의 공통된 기원을 지니고 있으며, 영화 제목 테넷 자체도 이 작은 미스터리에 연결되어 있다.
그 기원이 바로 '사토르 광장(Sator Square)'이다. 이 비문의 가장 오래된 사례는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되었으며, 현재 시리아에 있는 두라-유로포스(Dura-Europos, 신전 안뜰을 둘러싼 방 한 곳에서 4개가 출토됨), 현재 영국 치렌체스터(Cirencester)에 해당하는 코리니움(Corinium), 프랑스 로슈모르 성(Rochemaure), 시에나 대성당 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심지어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아래 발굴 현장에서도 확인되었다.
1952년에는 헝가리 오부다(Óbuda)에 있는 아쿠인쿰(Aquincum) 총독 관저의 벽돌 하나에서도 사토르 광장이 발견되었다. 이 벽돌에는 서기 107년 그곳에 정착하여 하부 판노니아(Lower Pannonia) 속주 총독 관저를 건설한 군대 집단에 대한 언급이 함께 새겨져 있어, 벽돌 역시 같은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최근의 발견으로는 1971년, 리스본에서 브라가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위치한 고대 로마 도시 코님브리가(Conímbriga)에서 찾아진 것이 있다. 보다시피 모든 발견은 로마 또는 중세 세계와 연관되어 있다.
이 비문은 일종의 마방진(magic square)을 이룬다. 라틴어 단어 다섯 개 — SATOR, AREPO, TENET, OPERA, ROTAS(때로 ROTAS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 가 함께 다중 회문을 구성하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어느 방향으로든 읽을 수 있다. 정중앙의 TENET은 다섯 단어 중 유일하게 회문 구조를 이루며, 어떤 방향으로 읽어도 동일한 십자 모양을 만든다.
앞서 언급했듯, 포르투갈·스웨덴 등 서유럽 여러 나라에도 남아 있는 이 비문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25년 폼페이의 푸블리오 파키오 프로쿨로(Publio Paquio Próculo)와 그의 아내가 살던 집의 욕실 벽에서 나타났다. 다만 이곳의 것은 SATOR 대신 ROTAS로 시작한다. 1936년에는 원형경기장 근처 체육관(gymnasium) 기둥 중 하나에서 또 다른 사례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정작 이 비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첫 번째 해석은 '파종자 아레포는 바퀴(쟁기)를 돌려 일한다'라는 문장으로, Arepo가 로마식 인명이라면 자연스럽지만 실제로 라틴어에는 그런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이들은 SAT ORARE POTEN ET OPERA ROTAS라는 구절을 제시하며, 이를 '매일 기도하고 일할 만큼 충분한 능력'으로 번역한다. 후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비문 다수가 '오라 엣 라보라(ora et labora, 기도하고 일하라)' 정신이 지배하던 은수처나 수도원과 같은 장소에서 출토되었다고 주장한다.
더욱 흥미로운 해석도 있다. 그로서(Grosser)는 비문을 이루는 글자들 가운데 N자에 PATERNOSTER(주기도문)라는 단어가 십자가 형태로 교차해 들어갈 수 있으며, 남는 두 개의 A와 두 개의 O를 네 위치에 배치하면 알파와 오메가처럼 시작과 끝을 상징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즉 사토르 광장은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사용했던 숨겨진 십자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은 비문의 기원을 더 오래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에게 거부당했다.
후자 진영 중에는 SATOR라는 이름이 토성 신 사투르누스(Saturn)의 고대 형태와 연결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의 아내는 옵스(Ops)라고 불렸으며, 여기서 오푸스(opus)와 복수형 오페라(opera)가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두가 Arepo를 고유명사로 간주하지만, 그 기원은 미궁에 빠져 있다. 이집트에서 유래했다는 설, 쟁기를 가리키는 켈트어에서 왔다는 설, 히브리어나 아람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까지 제각각이다.
흥미롭게도 에티오피아 기독교 전통에서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상처 다섯 곳을 사도르(Sador), 알라도르(Alador), 다낫(Danat), 아데라(Adera), 로다스(Rodas)의 다섯 단어로 명명하는데, 이는 사토르 광장의 단어들과 매우 유사하다. 더욱이 9~10세기 비잔틴 사람들은 세 명의 현자를 아토르(Ator), 사토르(Sator), 페라토라스(Peratoras)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2006년에는 니콜라스 비넬(Nicolás Vinel)이 이것이 피타고라스 산술을 활용한 유대인 암호라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물론 그의 가설은 다른 연구자들에게 호평받지 못했다.
오늘날 사토르 광장은 밀교, 미해결 미스터리, 그리고 어떻게든 확실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각종 추측과 얽힌 영역에서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현 시점까지 그 해석에 대한 학계의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우리는 여전히 이 비문이 무엇을 뜻하고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