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4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사냥 벽화, 인류 최고(最古)의 구상 예술로 확인

약 4만4000년 전, 오늘날의 인도네시아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그려진 한 사냥 장면 벽화가 현재까지 알려진 선사시대 예술 최고(最古)의 사냥 장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연구 저자들이 내린 결론입니다.

4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사냥 벽화, 인류 최고(最古)의 구상 예술로 확인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사냥 장면 ⓒ 그리피스 대학교(Griffith University)

4만 년이 넘는 세월 전에 그려진 이 선사시대 사냥 장면은 인간과 동물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형상들을 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한 동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구상 예술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입니다.

벽화의 '최소 연령'을 측정하는 방법

폭 4.5m에 달하는 화면에는 멧돼지와 난쟁이 물소 등 여섯 마리의 포유류가 창과 밧줄을 든 사냥꾼들에게 쫓기는 장면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는 2019년 12월 11일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냥꾼들의 모습인데, 인간의 몸에 새나 파충류 같은 동물의 머리를 얹은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존재를 '테리안트로프(therianthrope, 수인)'라고 부릅니다.

이 단색 벽화는 2017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섬의 라엥 불루 시퐁(Leang Bulu Sipong) 유적 석회암 동굴 벽면에서 상당히 훼손된 상태로 발굴되었습니다. 연대 측정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 대학교(Griffith University) 연구팀은 벽화 표면에 응집된 광물 돌기(일명 '팝콘(popcorn)'이라 불리는 탄산염 형성물)에 우라늄-토륨 연대측정법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특정 탄산염 생성물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사성 연대측정 기법입니다.

연구 서명자들에 따르면 이 벽화는 구석기 시대 후기(상부 구석기)에 제작되었으며 "최소 4만3900년 전"의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이 작품은 현재까지 알려진 "선사시대 예술 최고(最古)의 사냥 장면"이자, 연구진이 아는 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구상 예술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번 발견은 독일에서 출토된 사자 머리 인간 상아 조각(약 4만 년 전)이 지녀 온 '최고(最古)의 수인(獸人) 표현물'이라는 타이틀마저 넘어서게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프랑스 샤베(Chauvet) 동굴(아르데슈)의 벽화는 약 3만7000년 전, 라스코(Lascaux) 동굴(도르도뉴)의 벽화는 약 1만8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고고학자 막심 오베르(Maxime Aubert)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경우 모두 "숯 안료의 연대를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나무가 죽은 시점을 알려줄 뿐, 그 숯이 실제로 그림에 사용된 때를 알려주지는 않는다"며 최대 연령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라엥 불루 시퐁 유적에 적용된 방법은 "그림 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광물 결정체를 정밀하게 측정"하기 때문에 최소 연령을 확정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4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사냥 벽화, 인류 최고(最古)의 구상 예술로 확인

ⓒ RATNO SARDI / GRIFFITH UNIVERSITY / AFP

인도네시아, 동굴 예술의 요람?

"이토록 이른 시기의 작품에서 이처럼 정교한 서사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진홍빛 안료로 그려진 사냥꾼의 형상들은 주둥이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얼굴 등 극도로 단순화되고 양식화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막심 오베르는 "구상 예술, 서사 장면, 수인 형상 등 고도로 발달한 예술 문화의 핵심 요소들이 4만4000년 전 이 아시아 지역에 이미 존재했다"고 강조하며, "암각 예술이 유럽에서 탄생했으며 추상적인 상징 표현에 불과했다는 통념"과는 배치된다고 지적합니다.

4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사냥 벽화, 인류 최고(最古)의 구상 예술로 확인

ⓒ RATNO SARDI / GRIFFITH UNIVERSITY / AFP

이번 발견은 2018년 보르네오(Borneo) 섬에서 찾아낸 4만 년 된 야생소 구상 벽화와 더불어, 인도네시아를 "동굴 예술의 기원과 현대 인간 사유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로 격상시켰다고 연구진은 설명합니다.

아담 브럼(Adam Brumm) 교수는 이 수인 형상들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해내는 인간의 능력, 즉 현대 종교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개념"에 대한 최초의 증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연구진은 이 예술이 유럽보다 훨씬 앞서 "인간과 동물 간의 특별한 유대감에 기반한 영성"을 표현했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아울러 연구진은 동굴 벽면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어 작품이 지워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도 경고했습니다. "이 고대의 예술이 우리 세대에서 사라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비극일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시급합니다."라고 연구진은 결론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