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르세유 칼랑크(Calanques) 해안에 자리한 코스커 동굴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구석기 시대 벽화 보고(寶庫)입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이 귀중한 벽화들이 점차 물에 잠기며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에 프랑스 당국은 코스커 동굴 복제관 조성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코스커 동굴(부슈뒤론 주) 벽면을 장식했던 말 그림들은 해수면 상승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져가고 있는 위기의 현장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수몰된' 선사시대 미술관
코스커 동굴은 '영원히 잊힌 곳'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칼랑크 국립공원 내 모르기오 곶 근처 해저에 잠겨 있어, 라스코 동굴(도르도뉴 주)이나 쇼베 동굴(아르데슈 주)처럼 널리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991년 앙리 코스커(Henri Cosquer)가 발견해 이름을 얻은 이 동굴에는 약 1만8천 년에서 2만7천 년 전에 그려진 선사시대 벽화가 남아 있으며, 인류 문화유산으로서 값진 보물로 평가됩니다.
동굴 입구는 지중해의 코발트빛 바닷물 아래 수심 37m 지점에 있으며, 긴 수중 통로를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어 숙련된 다이버만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석회암 절벽 면에는 270여 점의 채색·각화가 남아 있는데, 아이벡스(산양), 들소, 메갈로케로스(큰뿔사슴), 고양잇과 동물, 말 등은 물론 펭귄, 물개, 해파리, 고래류까지 등장합니다. 특히 펭귄 그림은 구석기 벽화에서 매우 드문 독특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작품이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연구를 맡은 과학자들은 그 속도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코스커 동굴의 3D 지형 실측은 전문 다이버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 Drac/Paca/Sra/Luc Vanrell/Michel Olive
선사시대 걸작의 기억을 지켜야 하는 절박한 이유
"일부 벽화는 점점 더 자주 물에 잠기고, 석회암 용해 현상 때문에 결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10년째 3D 실측 작업을 총괄해 온 베르트랑 샤잘리(Bertrand Chazaly)가 전한 증언입니다.

국립 예방고고학연구소(Inrap) 소속으로 카르스트 지형을 전공하는 지질고고학자 로랑 브뤼셀(Laurent Bruxelles)은 "파도와 조석이 국지적인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며, 이는 해안선 암석 틈새는 물론 수면 아래 열린 동굴 안에서 수위 변동과 가압 현상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선사시대 걸작의 기록 보존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졌습니다.
복제관 조성 공식 발표, 2022년 마르세유서 공개
프랑스 당국은 11월 22일 마르세유에서 라스코·쇼베 동굴에 이어 코스커 동굴 복제본 제작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복제관은 2022년 완공되어 마르세유 구항(舊港) 인근의 대형 건물인 빌라 메디테라네(Villa Méditerranée)에서 대중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2017년부터 전문 다이버들이 험난한 환경 속에서 축적해 온 3D 실측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코스커 동굴의 선사시대 벽화 중에는 구석기 미술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펭귄 그림도 있습니다. © Drac/Ministry of Culture
"20년 간격 사진이 말 벽화 수몰을 명확히 보여준다"
위험한 길이 120m의 수중 통로를 지난 과학자 겸 다이버들은 한 번 잠수 시 최대 5시간까지만 머물며 두 개의 주요 공간—55m×44m와 54m×15m 규모—에 대한 3D 지형 실측을 수행합니다. 1994년부터 거의 같은 멤버로 이어져 온 이 팀에는 이그마드라스와 엑스-마르세유 대학 람페아(LAMPEA) 소속의 과학 책임자 겸 큐레이터 뤼크 반렐(Luc Vanrell), 문화부 지역고고학국(SRA)의 미셸 올리브(Michel Olive), 세레제(Cerege) 연구소의 브뤼노 아르피브(Bruno Arfib), 3D 지구과학 전문가 베르트랑 샤잘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문화지역청(Drac) 산하 역사기념물 지역보존부의 관리 아래 협업하고 있습니다.
"20년 간격으로 촬영한 사진을 비교하면 말 무리가 그려진 패널이 물에 잠긴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 작업을 총괄하는 샤잘리의 설명입니다. 그가 소속된 퓌그로(Fugro)는 지상·수중 3D 실측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지구과학 기업입니다. 위험한 출입 조건 탓에 후기 구석기 시대 유적을 직접 연구할 수 있는 선사학자나 벽화 전문가는 많지 않습니다(출입에는 B급 다이빙 자격증이 필요합니다). 쇼베 동굴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구석기 미술 전문가이자 CNRS 연구원인 카롤 프리츠(Carole Fritz)는 "이 벽화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스커 동굴 벽을 장식하는 오로크스(원소) 중 하나. © Drac/Sra/Ministry of Culture
동굴 육상 부분의 3D 디지털 사진측량은 거의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고, 전문가들은 이제 수몰된 구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3~4년 사이 바다 상태가 끊임없이 변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잠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라고 샤잘리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일반 대중은 드디어 이 걸작들을 복제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원본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이 물에 잠겨가는 과정에 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