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2000년 된 미스터리 풀렸다…'알렉산드리아 유리'의 기원이 밝혀졌다

2천 년 가까이 풀리지 않던 고대의 수수께끼가 드디어 해결됐다. 연구진은 물질의 동위원소 조성 분석을 통해 로마 제국 역사상 최고 품질로 손꼽히던 '알렉산드리아 유리(Alexandria glass)'의 기원을 마침내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 된 미스터리 풀렸다… 알렉산드리아 유리 의 기원이 밝혀졌다

▲ 알렉산드리아 유리로 불리는 무색 유리 파편. 로마 제국 시대의 것으로, 이번 연구에 사용되었다.

2000년간 이어진 기원 논쟁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그리 H. 바르포드(Gry H. Barfod) 연구자가 이끄는 연구팀은 '알렉산드리아 유리'의 기원에 관한 비밀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덴마크·영국·독일 연구자들이 참여한 이 국제 공동연구의 결과물은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이 무색 유리는 로마 제국 유리 장인들이 만든 작품 중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꼽히며 오늘날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유리 이름 자체에서 이집트 기원설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증거는 없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거대한 유리 제조 가마가 다수 발견됐으며, 로마 제국 유리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집트에서는 이러한 시설이 한 번도 확인된 적이 없었다. 과연 '알렉산드리아 유리'는 정말 이집트산일까, 아니면 근동지방 지중해 연안 국가들(특히 이스라엘 해안)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약 2000년 된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바르포드 교수의 연구팀은 동위원소 분석에 주목했다.

모래에서 찾은 단서

로마 제국 시대의 유리는 기본적으로 모래를 원료로 만들어졌다. 바르포드 교수는 "이집트 모래로 만든 유리와 이스라엘 모래로 만든 유리를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모래가 모두 나일강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일 강 모래에는 지르콘이라는 광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지르콘 안에 하프늄이 들어 있다."

하프늄은 전이 금속류에 속하는 화학 원소로, 수십 종의 동위원소가 알려져 있다. 동위원소란 같은 화학 원소이지만 중성자 수가 달라 '버전'이 다른 형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탄소-14가 있다. 탄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는 고고학자들이 화석과 퇴적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널리 활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프늄 동위원소가 밝힌 유리의 출처

요르단의 '제라쉬 북서부 프로젝트(Jerash Northwest Quarter Project)'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바르포드와 연구팀의 핵심 이론은 이렇다. 같은 원소라도 동위원소별로 지구상 풍부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부 동위원소는 지리적 추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기·밀도·조성 등이 서로 다른 지르콘이 [이집트와 이스라엘] 해안을 따라 퇴적되면서 일종의 체계적인 분급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따라서 '알렉산드리아 유리'가 이집트 모래로 만들어졌다면, 이스라엘 모래로 만든 유리와 [동위원소 조성에서] 차이가 관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검출된 하프늄 동위원소 조성의 차이를 통해 처음으로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유리와 근동 지방 가마에서 생산된 유리를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덴마크 교수진의 예측대로 두 산지는 각각 고유한 하프늄 176과 177의 비율을 보였다(아래 그래프 참조).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유리' 파편의 하프늄 동위원소 조성을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이집트산 유리의 값과 정확히 일치했다!

2000년 된 미스터리 풀렸다… 알렉산드리아 유리 의 기원이 밝혀졌다

▲ 근동 지방(녹색)과 이집트(파랑)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로마·비잔틴 유리의 하프늄 동위원소 조성. '알렉산드리아 유리'(흰색)는 이집트산 유리와 동일한 동위원소 조성을 보인다. 출처: Barfod, G.H., Freestone, I.C., Lesher, C.E. et al.

고고학자들을 위한 새로운 도구

"흥미로운 이번 결과는 하프늄 동위원소가 고대 재료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얼마나 큰 잠재력을 지녔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앞으로 이 기술은 고대 경제를 연구하는 조사에 필수적인 과학 도구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고고학연구소의 이언 프리스톤(Ian Freestone)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