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줄리앙 뒤이(Julien d'Huy)는 최근 저서 『코스모고니에(Cosmogonies)』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신화 연구를 통해 인류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신화와 인간
우주 탄생 신화, 훔친 태양 신화, 새-여인 신화… 인류는 누구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며, 태초부터 이야기를 전해왔다. 구석기 시대 장식 동굴의 벽화를 감상하거나 고대의 위대한 신화들을 떠올려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사의 기원까지 소급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원형 서사(protorecit)'를 재구성하고, 마치 지층을 한 겹씩 벗겨 내는 고고학자처럼 그 밑바탕을 찾아내는 일이 가능할까? 아프리카 세계 연구소(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UMR 8171) 소속 연구자 줄리앙 뒤이가 저서 『코스모고니에』(출판사 라 데쿠베르트)를 통해 독자를 초대하는 바로 그 매혹적인 이야기다. 비교신화학 전문가인 그는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는 세계 설명 신화의 뿌리를 추적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놀라운 '가족적 유사성'
일부 복잡한 신화들 사이에는 놀랄 만한 '가족적 유사성'이 존재한다고 줄리앙 뒤이는 강조한다. 그런데 분포 지역이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거나 심지어 대양으로 분리되어 있음에도 어떻게 이러한 유사성이 가능한 것일까? 보편적 상상력이 원형적 서사를 반복해서 산출해 낸 결과일까?
그는 다른 가설을 제시한다. 이야기들 사이에는 실제로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수천 년에 걸쳐 변형이 생겨났고, 확산 과정에서 구조 자체가 수정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자는 통계 도구를 활용해 유사점과 차이점을 드러내고 주요 경향을 파악한다.
이 연구는 2012년 사하라 사막과 구석기 시대 유럽의 암벽화를 연구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그는 동굴과 암벽을 장식한 이미지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했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신화의 계통수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연구의 출발점을 밝힌다. 이렇게 그는 본래 종(species) 연구를 위해 개발된 계통분석(phylogenetic) 방법론을 신화 연구에 적용했다. 신화에 적용하면 유사한 판본들을 식별할 수 있고, 같은 신화의 다양한 변형들 간의 근접도를 계산해 거대한 '신화 나무'를 구축할 수 있다!

계통분석 도구를 활용해 신화의 계통수를 만들고 네트워크와 연결 관계를 재구성한다. ©Pixabay
'신화소(mytheme)'로 쪼개다
"서로 닮은 복잡한 신화의 두 판본은 공통 조상을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를 입증하려면 작은 조각으로 잘라낼 수 있는 여러 판본이 필요합니다. 즉 하나의 정보만 담고 있는 최소 문장 단위인 '신화소(mytheme)'를 만드는 것이죠. 예컨대 영웅이 한 명인지, 두 명인지, 세 명인지, 남성 영웅인지 여성 영웅인지 등이 그것입니다."라고 연구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기본 단위, 즉 '벽돌'들은 이진법으로 코딩되어 0 또는 1로 표기된다. 각 판본은 이진 문자열을 생성하게 되고, 이를 다른 판본들과 비교해 근접도를 산출한 뒤, 수학적 도구로 계통수를 완성한다.
신화는 인류의 이동과 함께했다
연구 결과를 유전학 성과와 비교하면서 줄리앙 뒤이는 특정 이야기들의 확산이 인류의 이주 경로와 함께 진행되었음을 확인했다. "신화는 민족 바깥으로 퍼져 나가지만 반드시 멀리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신화의 확산과 유전학이 밝혀낸 특정 유전자의 확산 사이에서 확인되는 상관관계입니다. 이제 비교신화학은 인류 정착사 연구에 기여합니다." 이를 통해 예컨대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이동까지 소급해 추적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 신화의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흉상. 미국 보스턴 미술관 소장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노래된 유명한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이야기가 좋은 예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와 바스크 지방에서 발견될 뿐 아니라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실제로 아메리카 원주민인 블랙풋(Niitsitapi)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호메로스가 전했듯 양의 가죽 아래 숨는 대신, 그곳에서는 사이클롭스의 분노를 피해 들소 가죽 아래 몸을 숨긴다. 줄리앙 뒤이가 재구성한 역사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베링 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최초의 정착 물결을 따라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는 또한 아프리카의 수렵채집민 산족(San), 즉 코이산족의 특정 신화와 호주 원주민 집단의 신화 사이의 근접성도 확인했다. 이들의 확산은 적어도 10만 년 전, 늦어도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최초 확장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저는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의 출발로 직접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신화의 수를 20~40개로 추산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유전학 데이터와 결합될 경우, 구석기 시대 이래 인구 집단 간의 이동과 접촉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의 앞에는 방대한 연구 프로그램이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