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한 유적지 발견과 발굴은 인류 집단 간 문화 교류의 존재를 입증했다. 네셰르 람라(Nesher Ramla) 유적 발굴에서는 수천 점의 가공된 부싯돌, 동물 유해, 그리고 고대 인간의 화석이 잇달아 출토되었다.

그릇 모양 분지에 남겨진 인류의 흔적
네셰르 람라 유적은 이스라엘 중부, 람라(Ramla) 시 인근에 위치한다. 2010년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되어 긴급 발굴이 진행되었으며, 이 그릇 모양 분지에서는 수많은 동물 유해와 수천 점의 가공된 석기, 그리고 14만~12만 년 전 이곳을 찾았던 고대 인간의 화석이 확인되었다.
"유적에서 발견된 수천 점의 부싯돌 파편과 동물 유해는 14만 년 전부터 9만 년 전까지 이어진 지속적인 인간 활동을 보여줍니다. 다만 인골은 가장 깊은 6번 지층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라고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의 마리옹 프레보(Marion Prévost) 연구원이 설명했다.
두개골 천장 일부와 턱뼈(하악골) 조각으로 이루어진 이 유골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다른 화석들과 비교하기 위해 가상 복원되었다. 분석 결과, 이 유골은 같은 시기 유럽에 살았던 현생 인류나 네안데르탈인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첫 번째 논문을 발표한 이스라엘 헤르슈코비츠(Israel Hershkovitz) 교수와 연구팀에 따르면, 이 골격은 중기 플라이스토세(약 78만1000년 전~12만6000년 전)에 중동에서 번성했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고대 인간 집단의 마지막 후손 중 하나로 추정된다.

발견된 두 뼈 조각은 하악골과 두정골 일부이다. 출처: 텔아비브 대학교
이 지역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더 오래된 화석들 역시 이 집단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진다. 세 대륙이 교차하는 길목에 자리한 이 지역은 집단 간 유전적 교류와 이주가 활발했던 곳으로, 인류의 복잡한 진화 역사를 보여준다. 이번 발견은 특히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기원했다는 기존 통념에 도전하며, 네안데르탈인의 조상 중 적어도 일부는 레반트 지역 출신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네셰르 람라인의 치아 복원 이미지. 출처: 아리엘 포호야예프(Ariel Pokhojaev), 텔아비브 대학교 색클러 의과대학
도축과 석기 제작의 현장
다시 네셰르 람라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인간은 수많은 가공 석기와 함께 발견되었는데, 이 석기들은 매우 특별하다. "모두 같은 부싯돌과 같은 제작 기법, 즉 원심형 르발루아(centripetal Levallois)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평소에는 현생 인류 관련 유적에서만 발견되는 기법입니다"라고 마리옹 프레보가 밝혔다.
이는 당시 네셰르 람라에서 50~100km 떨어진 곳에서 흔적이 확인되는 현생 인류 무리와 이 집단 사이에 문화 교류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적어도 레반트 지역에서는 집단 간 상호작용과 지식 교환이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특정 기술이나 석기 제작 방식을 특정 인류 집단에만 국한해 설명할 수 없습니다"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이 성과는 사이언스에 실린 두 번째 논문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원심형 르발루아 기법으로 가공된 네셰르 람라의 부싯돌. 출처: 탈 로고프스키(Tal Rogovsky)
이 부싯돌들은 고기를 해체하는 데 사용되었다. 네셰르 람라는 주거지가 아니라 석기 제작과 도축에 특화된 장소였다. "사람들이 며칠, 때로는 몇 주씩 머물렀을 수는 있지만, 주거 유적처럼 상주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프레보는 말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오록스(야생소), 아이벡스(산양), 가젤, 말 등의 초식동물과 작은 포유류, 그리고 거북의 고기를 처리했다. 일부 식물을 가공한 흔적으로 추정되는 단서도 발견되었으며, 화덕 자리와 불에 탄 뼈·부싯돌이 확인되어 불을 능숙하게 다루었음을 알 수 있다.
네셰르 람라에서 출토된 석기 유물은 약 8만 점에 달한다. 연구자들이 앞으로도 오랜 세월 이 유적을 연구할 것이며, 또 다른 놀라운 발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