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재건축 논란, 그리스를 넘어 국제적 이슈로 확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테네의 상징인 '성스러운 바위 언덕' 아크로폴리스의 재건축 사업이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그리스 정부가 소중한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지난 12월 공개된 새로운 콘크리트 경사로가 있습니다. 이는 매년 수백만 명의 방문객과 이동약자를 수용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정부가 설명하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의 일환입니다.

아크로폴리스 복원 팀 출신 베테랑 건축가 타소스 타눌라스는 이 경사로를 기원전 5세기 기념물에 어울리지 않는 '답답한' 구조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주요 야당 지도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역시 그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고고학 유적지에 가해지는 '잘못된 처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의 반박과 장애인 편의시설

약 1년 전 완공된 이 사업에 대해 반대 측은 상징적인 기념물을 보호해야 할 만큼 세심한 주의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정부는 모든 예방 조치가 철저히 취해졌으며, 이러한 비판은 야당이 부추기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2019년 팬데믹 이전에만 350만 명 이상이 아크로폴리스를 방문했던 것을 감안하면,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리스 문화부는 최근 장애인 단체들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장애인 방문객을 위한 새로운 시설 설치를 발표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과 함께 경사로 접근을 돕는 난간과 표지판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안전 우려가 남아 있습니다.

'넘어질 위험'이 남아 있는 현장

AFP 취진진이 아크로폴리스를 방문한 당일, 한 여성이 새로 깔린 통로 한가운데 있는 구멍에 발을 걸치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이 구멍들은 아래에 있는 고대 암반을 엿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입니다.

"구덩이가 있는 평지예요. 구덩이는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라고 관광 가이드 스마라그다 툴루파는 지적했습니다. 그녀는 최근 고령의 부모님을 이곳에 안내했던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약 15억 유로(약 2조 원)가 투입된 이번 재건축 사업에는 야간 조명, 장애인용 리프트, 배수 시설 개선 등이 포함되었으며, 민간 오나시스 재단이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리나 멘도니 문화부 장관은 "40년 경력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작업을 수행했다"며 "그들의 실력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이미 아크로폴리스 기념물 복원을 맡긴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1998년부터 아크로폴리스 가이드를 맡아왔고 문화유산 관리 분야 글을 집필해온 툴루파는, 이 대형 사업이 주로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소수 집단에 의해 결정된 점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를 "완전히 기술관료주의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네스코도 몰랐던 '개입'

더욱 심각한 지적은 유네스코로부터 나왔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메흐틸드 로슬러 소장은 "유네스코조차 '제3자'에 의한 아크로폴리스 '개입'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AFP에 밝혔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서명국인 그리스는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로슬러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정부의 해명: '경미하고 되돌릴 수 있는 변경'

멘도니 장관은 해당 변경 사항이 "경미하며 완전히 되돌릴 수 있는 수준"이라 유네스코에 통보할 의무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녀는 유네스코 전문가들이 올 가을 아테네에서 열리는 국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당국 입장에서 재건축은 불가피했습니다. 50년 전 설계되어 2012년에 마지막으로 정비된 아크로폴리스 주변 도로는 매년 수백 건의 사고를 유발해왔기 때문입니다.

1975년부터 현장 작업에 참여해온 건축가이자 프로젝트 총괄 마놀리스 코레스는 콘크리트가 필요시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보호 멤브레인 위에 시공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수 톤 무게의 석판을 운반하려면 견고한 포장이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테살로니키 지하철 공사도 같은 골격

비판의 화살은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의 지하철 건설 현장으로도 향하고 있습니다. 새 지하철 공사 중 발굴된 비잔틴 시대의 고대 도로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수십 명의 전문가들은 이 결정이 도시의 고대·비잔틴 시대 '중요 유물 보존을 위태롭게 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기원전 6세기에 조성된 이 도로는 "세계적으로 이 시기 가장 인상적인 발견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2003년 착공되어 15억 유로가 투입된 테살로니키 지하철은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유산 보존과 현대적 인프라 구축 사이의 갈등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