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멕시코에서 벌어진 인신공양(人身供犧) 피해자들이 과연 누구였는지, 그 출신이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규명되었다. 국제 연구팀이 뼈와 치아에 남겨진 산소 동위원소를 분석해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이들의 정체를 밝혀낸 것이다.
피렌체 코덱스에 묘사된 아즈텍(멕시카) 사회의 노예 신분 성인과 아이들
무수한 해골이 꽂힌 '우에이 촘판틀리'
1354년,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오늘날의 멕시코 시티) 상공에는 독수리들이 원을 그리며 맴돌았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길이 30미터에 달하는 해골 선반 우에이 촘판틀리(Huey Tzompantli)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기괴한 구조물의 양옆에는 두 개의 거대한 해골 탑이 우뚝 서 있었고, 수천 개의 인간 두개골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렇게 공개된 머리들은 멕시카인, 즉 아즈텍족의 대신전 우에이 테오칼리(Huei Teocali), 이른바 템플로 마요르(Templo Mayor)의 신들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높이 45미터에 달하는 이 이중 피라미드는 남쪽 단에는 태양과 전쟁의 신 위칠포치틀리(Huitzilopochtli)에게, 북쪽 단에는 비와 다산의 신 틀랄록(Tlaloc)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남녀노소의 머리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전문 시장에서 사들인 노예 틀라틀라코틴(tlatlacotin)이었을까?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전사들이었을까? 아니면 멕시카인 자신들 혹은 외지인이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날의 과학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아즈텍 수도 테노치티틀란, 오늘날 멕시코 시티의 옛 우에이 촘판틀리 유적에서 수천 개의 인간 두개골이 발굴되었다. 출처: Raul Barrera Rodriguez/INAH
뼈 속 산소 동위원소가 말해주는 출생지
학술지 저널 오브 안스로폴로지컬 아케올로지(Journal of Anthropological Archaeology)에 게재된 논문에서 국제 연구진은 희생 제물 유골 여러 점에 대해 인산염 산소 동위원소 분석을 수행해 첫 번째 결과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CNRS UMR 7209) 고고동물·환경연구실의 엘리즈 뒤푸르(Elise Dufour)는 "이 방법은 뼈와 치아 에나멜 같은 광물화된 조직인 골 아파타이트에 존재하는 인산염 산소 원자의 동위원소 조성을 분석하는 것"이라며 "생전에 섭취한 물을 통해 인체 조직에 축적된 이 성분을 연구하면, 물의 조성은 지역과 여러 환경 요인에 따라 달라지므로 지리적 출신을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테노치티틀란 템플로 마요르의 희생자 36명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틀라텔롤코(Tlatelolco)의 'R 신전' 희생자 24명, 총 60명의 뼈와 치아 에나멜을 분석했으며, 그 결과를 멕시코 분지의 또 다른 도시인 에카테펙(Ecatepec) 지역 당대 집단과 비교했다.
멕시코 시티 호숫가에 위치한 틀라텔롤코의 모습. 디에고 가르시아 파네스의 수채화(1736~1811). 출처: Luisa Ricciarini / Leemage / AFP
사제들이 정교하게 골라낸 희생자들
논문 공동저자인 고고학자 레오나르도 로페스 루한(Leonardo López Luján)은 "틀라텔롤코 유적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현지 출신이거나 오랫동안 그 도시에 거주해 온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템플로 마요르의 희생자들은 양상이 달랐다. 십대 소년소녀들은 외지인이었고, 성인들은 비교적 오래 거주한 주민으로 "아마도 오랫동안 그곳에 살았던 노예"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16세기 스페인 기록가 디에고 두란(Diego Durán)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그는 회고록에서 희생자들이 흔히 죄인이나 도박꾼이었으며, 때로는 생계에 쫓긴 가족이 직접 팔아넘긴 십대들도 있었다고 기록했다. 여기에 다른 영토에서 잡혀온 전쟁 포로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단에 바쳐졌다.
의례 복장을 갖춘 멕시카 고위 사제들. 베르나르디노 데 사아군의 피렌체 코덱스(1569~1575). 출처: AFP
연구는 결론적으로 "템플로 마요르의 사제들은 오랜 거주민과 멕시카 지배 하의 메소아메리카 지역에서 포획된 외지인이라는 방대한 인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희생자들은 체격, 의례의 종류, 그리고 어떤 신에게 바쳐질 것인지에 따라 사제들에 의해 세심하게 골라진 것이다.
이번 연구는 아즈텍 인신공양 피해자들이 지닌 사회적·지리적 정체성의 다양성을 최초로 드러내며, 그동안 불확실했던 이 잔혹한 역사의 실체를 한층 선명하게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