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책 소개 | 『이집트학자들의 노트』, 이집트학 황금시대의 매혹적인 현장 일기

영국 이집트학자 크리스 나운턴(Chris Naunton)의 저서 『이집트학자들의 노트(Egyptologists' Notebooks)』는 이집트학 황금시대를 연 초기 탐험가들과 학자들이 남긴 현장 일기와 스케치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그 시절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책 소개 | 『이집트학자들의 노트』, 이집트학 황금시대의 매혹적인 현장 일기

드논(Denon)이 그린 헤르모폴리스(Hermopolis) 토트 신전 주랑현관 스케치.

"이곳은 고대 이집트인들의 무덤이다(…). 무덤 입구는 좁은 우물 입구처럼 생겼으며(…) 깊이는 약 18미터에 달한다." 몇 가지 세부 사항만 제외하면, 이 문장은 2020년 카이로 근교 사카라(Saqqara) 고원의 장례용 수직 갱도 바닥에서 수백 구의 관이 발견되었다는 발표가 세계를 놀라게 했을 때 나왔다고 해도 믿을 법하다. 그러나 이 기록은 실제로 19세기에 작성된 것으로, 『이집트학자들의 노트(Carnets d'Égyptologues)』에 수록된 내용이다. 즉, 나일강변에서 웅장한 고대 유적을 처음 마주하고 감탄했던 최초의 탐험가들과 고고학자들이 남긴 현장 일기다. 영국 이집트학자 크리스 나운턴이 이를 엮어 EPA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펴냈다. 파라오의 땅을 찾아가 사막의 모래에 서서히 잠식당하던 기념비적 유적을 연구했던 최초의 학자들이 남긴 스케치와 채색화를 감상하다 보면, 수세기 동안 고대 이집트의 보물이 불러온 매혹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책 소개 | 『이집트학자들의 노트』, 이집트학 황금시대의 매혹적인 현장 일기 네스토르 로트(Nestor L'Hôte, 1804~1842)가 재구성한 나일강 동안의 엘힐라 신전, 메로에 유적이 있는 카스르 이브림 언덕, 누비아 하이집트 게르프 후세인의 람세스 2세 신전, 그리고 엘레판티네 섬의 아멘호테프 3세 신전 성역. 출처: BNF

고대 유적이 발견되었던 과정과 당시의 상황을 넘어, 이 '노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문명 중 하나를 찬란하게 묘사하며 수많은 세대의 상상력을 자극한 사람들의 개성과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샹폴리옹보다 200년 앞선 키르허의 상형문자 해독 시도

독일 출신 학자이자 사제, 골동품 연구가였던 아타나시우스 키르허(Athanasius Kircher, 1602~1680)는 정작 이집트를 직접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샹폴리옹보다 무려 200년이나 앞서 상형문자 해독에 도전했다. 그는 콥트어·에티오피아어·아랍어 필사본을 연구했는데, 특히 이집트 기독교 교회의 언어인 콥트어가 파라오들의 고대 언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다른 누구보다 먼저 간파했다. 키르허의 연구에 이어 영국 여행가 조지 샌디스(George Sandys, 1578~1644)의 노트와 지도가 등장한다. 그는 쿠푸 대피라미드 회랑을 오른 초기 탐험담을 남겼는데, 당시 수준을 감안하면 놀랄 만큼 정밀한 평면도를 함께 그려 넣었다. 크리스 나운턴은 "그의 일기장을 넘기다 보면, 서양이 이집트에 처음 상륙한 순간을 목격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적었다. 멤논 거상이나 스핑크스를 정밀하게 묘사한 덴마크 해군 함장 프레데릭 루이 노르덴(Frédéric Louis Norden, 1708~1742)의 기록, 그리고 영국인 리처드 포코크(Richard Pococke, 1704~1765)의 기행문 역시 마찬가지다.

책 소개 | 『이집트학자들의 노트』, 이집트학 황금시대의 매혹적인 현장 일기 브록클허스트(Brocklehurst)가 그린 룩소르의 멤논 거상(아멘호테프 3세의 쌍둥이 석상)과, 이 파라오와 그의 아내 티예를 새긴 스카라베. 출처: Macclesfield Museums / The Silk Heritage Trust

나폴레옹과 『이집트 기행』

책에는 당연히 빠질 수 없는 장이 하나 있다. 바로 18세기 말 나폴레옹이 이끈 이집트 원정, 그리고 파라오의 땅을 두고 벌인 영국과 프랑스의 경쟁이다. 군사적 경쟁이면서 동시에 학문적 경쟁이기도 했던 이 대결에서 상형문자 해독의 영광은 프랑스의 장프랑수아 샹폴리옹(Jean-François Champollion, 1790~1832)에게 돌아갔다. 1798년 프랑스의 군사 원정과, 이를 따라간 도미니크 비방 드논(Dominique Vivant-Denon, 1745~1825) 같은 학자들의 활동은 방대한 『이집트 기행(Description de l'Égypte)』의 편찬 성공으로 이어졌다.

책 소개 | 『이집트학자들의 노트』, 이집트학 황금시대의 매혹적인 현장 일기 장프랑수아 샹폴리옹(Jean-François Champollion, 1790~1832)은 평생 고대 언어 연구에 몸바쳤으며, 상형문자 해독에 그 누구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른쪽은 『이집트 문법』 집필 당시 샹폴리옹의 원고 페이지. 출처: 샹폴리옹 박물관(피자크)/BNF

이후 프레데릭 카요(Frédéric Caillaud), 제임스 버튼(James Burton), 에드워드 윌리엄 레인(Edward William Lane), 네스토르 로트(Nestor L'Hôte), 건축가 헥터 오로(Hector Horeau) 등 당대 인물들의 전기와 삽화가 이어진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이집트학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초창기를 되돌아본다. 이탈리아 출신 탐험가이자 기술자였던 조반니 바티스타 벨조니(Giovanni Battista Belzoni, 1778~1823), 왕가의 계곡에서 수많은 무덤 발견에 공헌한 프랑스 고고학자 장자크 리포(Jean-Jacques Rifaud, 1786~1852)와 빅토르 로레(Victor Loret, 1859~1946), 영국의 매슈 플린더스 페트리(Matthew Flinders Petrie, 1853~1942), 아멜리아 에드워즈(Amelia Edwards), 매리언 브록클허스트(Marianne Brocklehurst), 그리고 그중 가장 유명한 하워드 카터(Howard Carter)까지 — 투탕카멘의 무덤과 그 놀라운 보물을 발견한 인물이다. 나일 강의 보물을 발굴한 개척자들의 정신을 되살려 주는, 흥미진진하고 훌륭하게 삽화된 책이다.

『이집트학자들의 노트(Egyptologists' Notebooks)』
크리스 나운턴 지음 · E/P/A 출판사 · 2020년 · 256쪽 · 3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