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대영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발견된 3500년 된 '세계 최고(最古)의 유령 그림'

3500년 전 바빌로니아 점토판에 숨겨져 있던 이 유령 그림은 빛을 직접 비추고 특정 각도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 그동안 고고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잊혀져 있었습니다.

대영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발견된 3500년 된  세계 최고(最古)의 유령 그림

이 바빌로니아 점토판에는 한 여인에게 이끌려 저승으로 향하는 영혼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흰 선으로 표현된 이 그림은 어빙 핑켈(Irving Finkel)의 저서 『첫 번째 유령들: 가장 오래된 유산(The First Ghosts: Most Ancient of Legacies)』을 위해 크리스 코브(Chris Cobb)가 제작한 삽화입니다.

발견 과정 자체도 초자연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기묘합니다. 대영박물관의 어두운 아치형 수장고 깊숙한 곳에 잊혀진 채, 19세기 입수된 이후 100년 넘게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록상 가장 오래된 유령 그림이 이 3500년 된 바빌로니아 점토판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그 모습은 두 손이 묶인 채 한 여인의 인도를 받아 아마도 저승으로 향해 걸어가는 수염 난 남자입니다.

절반만 남은 이 점토판은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만큼 작습니다. 대영박물관 중동부 학예사이자 아시리아학자인 어빙 핑켈은 박물관 지하에서 이 판을 발견했으며, 과거에 잘못 해독되어 서고에 방치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유령 그림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특정 각도와 직사광선 아래에서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보도한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핑켈은 이 유물을 "그야말로 경탄할 만한 고대 유물"이라고 평했습니다.

외로운 유령의 사연

원래 이 점토판은 엑소시스트(축사사제)를 위한 실용 안내서를 구성하는 세트 중 하나였습니다. 파편의 뒷면에는 유령에게 시달릴 때 취해야 할 행동 지침이 새겨져 있었고, 이를 통해 축사사제는 그 영혼이 왜 산 자의 세계를 배회하는지 그 이유에 집중하라고 조언받습니다. 이 수염 난 유령의 경우, 사랑에서 비롯된 지나친 고독이 산 자들을 괴롭히는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대영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발견된 3500년 된  세계 최고(最古)의 유령 그림

"명백히 남자 유령이고, 상태가 몹시 좋지 않죠. 키 크고 야윈 수염 난 유령이 집 근처를 맴돌면 누구라도 신경이 곤두설 겁니다. 이 유령에게는 파트너가 필요했던 거죠." 어빙 핑켈은 영국 일간지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영혼은 양팔을 활짝 벌리고 걷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손목에는 여인이 쥔 밧줄이 묶여 있습니다. 바로 그 여인이 이 영혼을 다시 저승으로 되돌려보낼 인물입니다.

저승 보내기 의식, 미니어처로 재현

점토판에는 남자와 여자 형상의 피규어를 부두 인형처럼 만들어 의식을 진행하라고 안내합니다. 설형문자 전문가인 핑켈의 번역에 따르면, "남자 인형에게는 일상복을 입히고 여행 짐을 실어 무겁게 하라. 여자 인형에게는 붉은 옷 네 벌을 입히고 보라색 천을 두르며 금 브로치를 달아주어라. 또한 침대, 의자, 돗자리, 수건을 갖춰주고, 빗과 물병을 쥐여주어라." 설형문자는 고대 근동 전역에 널리 사용되다가 기독교 시대의 새벽까지 이어진 문자 체계입니다.

문헌은 계속됩니다. "해가 뜨면 태양을 향해 의식 준비를 시작하고 홍옥수 맥주 그릇 두 개를 차려놓아라. 특별한 그릇을 놓고 노간주 향로에 노간주를 피워 올려라. 점술가의 것과 같은 커튼을 치고, 형상들과 도구들을 알맞게 배치하라… 마지막으로 샤마쉬[태양의 신이자 밤에는 지하세계의 심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여라." 그리고 이 의식은 우스꽝스럽지만 긴장감 넘치는 경고로 마무리됩니다. "절대 뒤돌아보지 마라!"

핑켈은 2021년 11월 11일 호더 & 스토턴(Hodder & Stoughton)에서 출간된 저서 『첫 번째 유령들: 가장 오래된 유산』을 통해 이 발견을 공개하며, 이 점토판이 마법 문헌으로 가득했던 엑소시스트의 개인 서고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는 언젠가 이 귀한 유물이 지하 수장고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대영박물관의 전시창에 공개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