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16세기 궁전인 빌라 메디치(Villa Medici)는 1803년부터 명문 로마 프랑스 아카데미(Académie de France à Rome)의 본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 기관은 1666년 콜베르(Colbert), 르 브룅(Le Brun), 베르니니(Le Bernin)의 주도로 설립되어 프랑스 예술가들이 고대 예술을 연구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곳의 레지던시(입주 작가) 자격은 문학 및 예술 창작 분야의 모든 예술가와 연구자에게 수많은 기회를 열어준다. 프랑스 문화의 성전이자 필수 기관인 이곳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현재는 다양한 전시와 정원 관람을 통해 대중에게도 개방되고 있다.
로마의 빌라 메디치
고대 로마 시대에 빌라 메디치의 위치는 퀴리날레 언덕 북쪽, 핀초 언덕(Pincio) 부지에 해당했다. 르네상스 시기에 리치 추기경(Cardinal Ricci)이 1564년 이 부지를 매입했고, 아우렐리아누스 성벽과 정원을 발견한 뒤 궁전을 지었다. 12년 후 페르디난도 데 메디치(Ferdinando de' Medici)가 전체를 인수해 공사를 완성했다. 그는 궁전을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는데, 골동품 전시실(gallery-antiquarium)을 만들고 희귀 식물 정원을 조성했으며, 메인 룸과 전망 테라스로 연결된 작은 방으로 구성된 '스투디올로(studiolo)'라는 별관을 지었다. 이렇게 빌라 메디치가 탄생했다.

빌라는 중앙 볼륨 위에 옥상 테라스가 있고, 양옆으로 약간 돌출된 두 개의 측면 동체가 벨베데레 탑으로 장식되어 있다. 로마 시내를 바라보는 파사드는 육중하고 엄숙하지만, 전면에는 안니발레 리피(Annibale Lippi)의 반암 분수대(porphyry basin)가 장식되어 있다(이 분수는 이후 코로(Corot) 등 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주며 빌라의 상징적 장식이 되었다). 정원 쪽 파사드는 거대한 무대 세트처럼 설계되었다. 중앙 동체와 두 전면 돌출부의 벽은 거의 막혀 있으며 창이 드물다. 하지만 액자 틀과 벽감으로 풍성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부조, 조각상, 흉상, 연극 가면, 화환 등이 박혀 있는데, 일부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아라 파키스(Ara Pacis)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키폴린(cipolin) 기둥과 이집트 화강암 기둥으로 형성된 로지아(loggia)가 이 파사드를 거대한 세를리안(Serlian) 아치 형태로 파고든다. 양옆에는 두 마리의 대리석 사자가 있고, 위에는 메디치 가문의 문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사이프러스와 전나무(화가 도미니크 앵그르가 빌라 메디치 원장 시절 심도록 한 것)가 심어진 정원으로 이어지는 이중 계단을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정원의 매혹적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궁전을 찾아 나선 프랑스 아카데미
1666년, 콜베르와 르 브룅은 루이 14세에게 이탈리아에 프랑스 아카데미를 설립할 것을 건의했다. 이탈리아는 사실상 예술의 요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최고의 예술가들과 유력자들의 후원을 받는 젊은 예술가들이 추가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젊은 입주 작가들은 고대 작품이나 르네상스 작품을 모사하는 데 시간을 바쳐야 했다.
혁명 직전 100년 동안 아카데미는 여러 궁전을 전전했다. 산 오노프리오 궁전에서 1673년 카파렐리 궁전으로, 1684년 카프라니카 궁전으로, 그리고 1725년부터 1793년까지 만치니 궁전에 머물렀다. 1793년 로마의 반혁명파가 건물을 습격해 약탈하면서 입주 작가들은 나폴리와 피렌체로 피신해야 했고, 프랑스 아카데미는 폐지되었다. 총재 정부가 1795년 이 기관을 재설립했지만, 1803년이 되어서야 프랑스 아카데미가 로마에서 예술의 궁전인 빌라 메디치를 최종적으로 확보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빌라가 무솔리니에 의해 징발되어 아카데미가 니스와 퐁텐블로로 이전하기도 했다.
프랑스 아카데미의 원칙과 임무
초기에 프랑스 아카데미(프랑스 학술원 산하)는 회화, 조각, 건축, 음악 분야의 입주 작가를 맞이했다. 프라고나르(Fragonard), 앵그르(Ingres, 1835~1841년 원장 역임), 베를리오즈(Berlioz), 비제(Bizet), 드뷔시(Debussy), 구노(Gounod), 가르니에(Garnier) 등 쟁쟁한 프랑스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이곳에서 머물렀다. 20세기에 들어서 여성 입주 작가도 받아들여졌다.
1961년, 화가 발튀스(Balthus)가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 문화부 장관에 의해 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르네상스 정신으로 개혁과 복원을 단행했다. 정원에 조각상 모형을 설치하고, 리치 추기경 시절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발굴했으며, 수많은 새가 사는 페르골라(pergola) 장식을 복원했다. 전시실을 만들어 빌라를 문화 공간으로 개방하고 문화 행사도 발전시켰다.

1971년부터 아카데미는 미술 아카데미의 감독에서 벗어나 독립했으며, 콩쿠르 제도가 개편되었다. 체류 기간이 4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었고, 새로운 문화 분야가 추가되었다. 음악 작곡, 문학, 영화, 사진, 연출, 안무, 무대 미술, 디자인, 판화, 미술품·기념물 복원, 미술사(음악, 연극, 영화사 포함) 등이다. 이에 따라 입주 작가 수가 12명에서 22명으로 늘었고,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모이게 되었다.
현재 정관은 1971년 제정되었으며, 이사회와 프랑스 대통령이 임명하는 3년 임기의 원장(문화부 감독 하에 재정 자율권 보유)으로 구성된다. 임무는 르네상스부터 현재까지의 예술·문학 창작 증진, 전시·콘서트·영화 상영·역사 및 예술 세미나 개최, 예술가와 연구자 초청을 통한 역량 강화, 이탈리아와 프랑스 간 문화 교류 촉진(유럽과 세계로 확장), 그리고 무엇보다 빌라 메디치와 정원, 부속 건물, 소장 문화재의 보존·복원·활용이다. 다만 이 정관의 개정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라 메디치의 복원

빌라 메디치는 전시, 콘서트, 예술·문학 및 역사 관련 세미나 등을 통해 로마의 문화 생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빌라의 복원이 시급한 과제였다. 1993년부터 문화부, 문화유산건축국, 프랑스전력재단(Fondation Electricité de France), 이탈리아 당국이 협력해 빌라 메디치를 16세기 말의 영광으로 되돌리기 위해 '폐쇄되고 덮인 부분'(파사드, 목공, 지붕, 내부 등)에서 발견된 심각한 균열 등을 복구하며 복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2000년에는 빌라 파사드의 원래 색상인 상아색 아이보리 화이트가 재발견되어 고대 대리석과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2004년부터는 건물 보강 공사와 전시실 리노베이션 및 조명 설치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뿐만 아니라 발튀스가 원장으로 재임하던 시기의 복원도 고려해야 한다. 그 역시 위대한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복원은 르네상스 양식 정원에 집중되었다. 단일 식물과 꽃을 재배하는 정원, 희귀 식물과 약용 식물을 재배하는 정원 등이 기하학, 수학, 지도 제작에 열정이었던 페르디난도 데 메디치의 개성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생울타리 정렬 작업은 르네상스의 정방형 정원 모습을 되찾게 해줄 것이다. '파르나소스(le Parnasse)' 분수도 다시금 가장 아름다운 효과를 내고 있다.
입주 작가들의 시선

어떤 이에게는 천국, 어떤 이에게는 금빛 감옥. 빌라 메디치는 장학금을 신청하는 예술가들에게 종종 피난처로 여겨진다.
한 전직 입주 작가는 몇 년 전 "19세기의 신화를 안고 빌라에 오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시간의 사치와 장소의 마력이 있지만, 빌라를 나서면 현실이 들이닥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앵그르의 옛 작업실에 머물며 로마의 숨 막히는 전망을 바라보는 이런 작업 조건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임을 안다"고 회고했다.
시대와 세상에서 벗어난, 유령들로 가득한 이 장소에서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쳐버린다. 드뷔시처럼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한 경우도 있었다. 공허함 속에서 일부 입주 작가들은 죄책감을 느끼거나 이 명망 높은 장소에 짓눌리고, 반대로 바깥에 나갔을 때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두려워 체류를 연장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대다수 전직 입주 작가들은 빌라 메디치에서의 시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구노, 프라고나르, 드뷔시 등 수많은 거장의 숨결이 서린 이 기억의 장소에서. 콘서트, 강연, 세미나 외에도 빌라 메디치는 정기적으로 코로, 쿠르베, 자크 루이 다비드, 앵그르, 귀스타브 모로, 푸생 등 위대한 프랑스 화가들의 회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참고 문헌
- 로마의 빌라와 궁전. 빅토리 스퀘어, 2015.
- 모뉴멘탈(Monumental). 빌라 메디치, 복원 1991-1997 - 19호, 1997년 12월.
- 19세기와 20세기의 로마 프랑스 아카데미: 전통, 현대성, 창작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