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카이로에서 되살아난 상형문자 인쇄 공방,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되다

수십 년간 침묵을 지키던 고대 인쇄기가 카이로 프랑스 동양고고학연구소(IFAO) 한복판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에 단 하나뿐인 상형문자 활자 인쇄 시설입니다. Sciences et Avenir 취재진이 직접 방문한 곳입니다.

카이로에서 되살아난 상형문자 인쇄 공방,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되다

1990년 납활자 상형문자 기술로 마지막 책을 출간할 때 사용된 마지막 판. 사진 제공: IFAO, 카이로

카이로 구시가지에 숨겨진 진귀한 보물

카이로 구시가지 카스르 알 아이니(Qasr al-Ainy)에는 웅장한 규모의 프랑스 동양고고학연구소(IFAO)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으로 새 단장을 준비 중인 이 건물은 이집트 문명 연구라는 위상에 걸맞게 미라나 석관 같은 보물을 품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 보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20세기 초 산업건축 양식의 건물 안에 113년째 자리를 지켜온 인쇄 공방입니다. 오래된 기계들이 하나둘 가동을 시작하며 상형문자가 찍힌 납활자를 하나씩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진귀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수십 년간 박물관처럼 관리되며 옆 건물의 현대식 인쇄소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현대식 인쇄소는 연구소 출판부를 이끄는 역동적인 마티외 구세(Mathieu Gousse)가 능숙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니라 궁 정원 깊숙이 숨겨져 있던 옛 공방이 최근 다시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카이로에서 되살아난 상형문자 인쇄 공방,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되다

원래 모습 그대로의 옛 IFAO 인쇄소. © Bernadette Arnaud / Sciences et Avenir

"전 세계에 세 대뿐인 기계"

공방에 들어서면 기계들이 돌아가는 소음이 먼저 귀에 들려옵니다. 여러 개의 강철 암이 기관차 피스톤처럼 리듬감 있게 움직이며 활자를 짜내듯 조립해냅니다. 라틴 문자, 그리스 문자, 아랍 문자를 납 주괴에서 주조하는 모노타입(Monotype) 기계 옆에는 푸셰(Foucher) 기계가 가동 중입니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계입니다.

"전 세계에 이런 기계는 세 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두 대는 미국과 독일에 있습니다."라고 젊은 파리 출신 출판인 구세가 소음 속에서 설명합니다. 갈리마르, 플라마리옹, 아르망 콜랭에서 경력을 쌓은 뒤 8년 전 이집트를 선택한 그는 연구소에 통합된 이 유산적 보물에 첫눈에 반해 "꿈속에 있는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카이로에서 되살아난 상형문자 인쇄 공방,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되다

상형문자 활자를 제작 중인 푸셰 기계. © Bernadette Arnaud / Sciences et Avenir

작업대 위에는 상형문자 활자의 모형과 펀치 몇 개가 놓여 있습니다. IFAO 초대 원장 중 한 명인 이집트학자 에밀 샤사나(Émile Chassinat, 1868~1948)가 당시 제작을 도운 것들입니다. "오늘날 이런 전문 기술을 지닌 사람은 파리 국립인쇄소 활자실의 단 두 명뿐입니다."라고 구세는 낮게 속삭였습니다. 커다란 선반에 분류된 아랍어, 그리스어, 라틴어, 상형문자 활자 컬렉션은 이곳만의 독보적인 자산을 이룹니다.

"1880년 프랑스 동양고고학연구소가 설립됐을 때, 당시 연구자들은 자신들이 연구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신전에 대한 기록을 모두 출판해야 했기 때문에 상형문자 인쇄소 설립이 필수적이었습니다."라고 구세가 설명했습니다.

그리하여 인쇄소의 첫 임무는 1902년 이 활자를 제조할 푸셰 기계를 구입하는 것이었고, 그 성과는 1907년 《IFAO 인쇄소 상형문자 활자 목록》 초판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당시 등재된 상형문자는 3,509자로, 식물,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1983년에는 7,000자까지 늘어났습니다. 오늘날 이집트학자들은 컴퓨터로 JSech라는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무려 12,000개의 상형문자가 등재되어 있습니다.

"20세기 초에는 상형문자가 들어간 책 한 권을 출간하는 데 무려 5년에서 7년이 걸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구세가 강조했습니다.

카이로에서 되살아난 상형문자 인쇄 공방,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되다

상형문자 납활자 모음. © Bernadette Arnaud / Sciences et Avenir

두 차례의 기술 혁명을 거친 인쇄소

IFAO 인쇄소는 실제로 두 번의 기술 혁명을 겪었습니다. 1990년 납활자 인쇄에서 오프셋 인쇄로 전환했고, 2011년에는 디지털 인쇄로 넘어갔으며, 디지털 인쇄가 현재 현대식 IFAO 인쇄소의 핵심 업무입니다.

잠들어 있던 이 공방을 되살린 것은 인쇄소의 전직 운영자였고, 그 뒤를 이어 젊은 이집트인 기계공 하니 무아와드(Hany Mouawad)가 횃불을 이어받았습니다.

"이 기계들을 다시 가동하고 박물관이 된 공간을 인쇄 공방으로 되돌리는 이유는, 현대의 그래픽 디자이너와 서예가들을 초대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구세가 설명했습니다.

카이로에서 되살아난 상형문자 인쇄 공방,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되다

옛 IFAO 인쇄 공방을 물려받아 지금 운영하고 있는 젊은 이집트인 기계공 하니 무아와드. © Bernadette Arnaud / Sciences et Avenir

21세기 예술가들과의 만남

"우리의 목표는 이 특별한 기계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평소 페이스북에 글을 발표하던 젊은 이집트 시인들을 초대해 함께 작업했습니다. 21세기의 소셜 네트워크와 19세기 말의 활판 인쇄 기법을 잇는 방식이죠! 게다가 샹폴리옹 탄생 200주년인 2022년은 이 공간을 알리기 좋은 해가 될 것입니다."라고 구세가 열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카이로에서 되살아난 상형문자 인쇄 공방, 두 번째 전성기가 시작되다

옛 IFAO 인쇄 공방에 있는 프랑스 동양고고학연구소 출판부장 마티외 구세. © MG

종이 조달부터 유네스코 등재 꿈까지

파피루스의 나라 이집트는 나무가 자라지 않아 종이 펄프를 생산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카이로든 다마스커스(시리아)든, 출판과 인쇄의 전통이 깊은 이 도시들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종이를 구할 수 있는 대형 조달 거점이 있습니다.

구세는 프랑스의 낭트나 리옹 같은 인쇄 박물관이 카이로 IFAO의 이 진짜 산업·문화유산을 알아봐 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쇄기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라고 그는 꿈을 꿉니다. 이곳을 등재하는 일은, 한 세기 넘게 이 기계들과 상형문자 활자 주조를 통해 세계인의 상상력을 자극한 수많은 고고학적 보물의 출간을 가능하게 만든 노동자들의 장인정신에 바치는 경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