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아테나가 오디세우스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시점은 대체로 일정합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에 마침내 도착했을 때, 즉 서사시 제13권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왜 하필 이타카에서 드러났을까?
그동안 아테나는 오디세우스 곁에 있었지만, 모습을 감춘 채 은밀하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녀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오디세우스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포세이돈과 공개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신들 사이의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었고, 그래서 아테나는 눈에 보이지 않게 오디세우스를 지켜보며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만 했습니다.
양치기로 변신한 여신
흥미로운 점은, 이타카 해안에서 눈을 뜬 오디세우스 앞에 나타난 아테나조차 처음에는 양치기 청년으로 변장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디세우스가 또 다른 거짓 이야기를 늘어놓자, 아테나는 웃으며 본모습을 드러내고 그의 교활함을 칭찬합니다. 두 사람 모두 '거짓말의 명수'라는 점에서 서로를 알아본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드러낸 이후의 역할
정체를 밝힌 뒤 아테나는 더 이상 숨지 않습니다. 그녀는 오디세우스를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시켜 집에 들여보내고, 아들 텔레마코스와의 재회를 주선하며, 구혼자들에 대한 복수 계획까지 함께 세웁니다. 즉, 이타카 도착 시점은 아테나가 '그림자 속 조력자'에서 '공개적 동반자'로 전환되는 분기점인 셈입니다.
혹시 독자분께서 생각하고 계셨던 인물이나 장면이 이와 다르다면,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셨는지 알려주시면 더 구체적으로 짚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