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반소(班昭), 중국 최초의 여성 역사가

문인이자 시인, 학자였던 반소(班昭, 약 41년~약 117~120년경)는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이름이 알려진 여성 역사가입니다.

역사가의 딸, 역사가의 자매

반소는 서기 40~45년경, 진나라의 수도였던 함양 근처의 부풍(扶風)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오늘날 중국 중부에 해당합니다. 당시 중국은 서한(西漢)이 2세기 넘게 통치한 뒤, 동한(東漢, 후한)이 약 20년째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단 한 명의 황제와 14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신(新)나라가 이 두 시기를 갈라놓고 있는데, 한나라 통치의 두 시기는 각각 수도의 위치를 따라 명명된 것입니다.

반소(班昭), 중국 최초의 여성 역사가

반소는 부유하고 교양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아버지 반표(班彪)는 관료이자 역사가로, 서한의 역사를 다룬 대작 『한서(漢書)』의 집필을 시작한 인물입니다. 언니가 한 명 있고, 형제로는 훗날 뛰어난 장군이 된 반초(班超)와 저명한 역사가가 된 반고(班固)가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전한 성제(成帝)의 후궁이자 시인이었던 반첩여(班婕妤, 기원전 48~6년)의 종손녀이기도 합니다.

반소는 아직 어린 나이, 아홉 살에서 열네 살 사이에 아버지를 잃습니다. 54년 반표가 세상을 떠나자 장남 반고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 『한서』 편찬에 착수했습니다. 반소는 열네 살에 조세숙(曹世叔)에게 시집가 궁중에서 '조대가(曹大家)'로 불렸으며, 두 아들 조성(曹成)과 조곡(曹穀)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가 젊은 시절에 요절했고, 재혼하지 않기로 한 미망인 반소는 오빠 반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오빠의 저술에 보탬이 되다

반소가 반고의 집에 들어갈 무렵, 반고는 『한서』 집필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왕조의 역사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지리, 과학, 천문, 법률, 문학까지 폭넓게 다루는 방대한 저술이었습니다. 반소 자신도 수학과 천문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기에, 오빠는 그녀에게 특히 천체 현상에 관한 부분을 중심으로 작은 기여들을 맡겼습니다.

60년경, 반고가 "몰래 국사를 수정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는 체포됩니다. 형제인 장군 반초의 개입 덕분에 석방되어 저술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장제(章帝) 치세에 그는 고위 관직에 올랐으나, 92년 화제(和帝)에게 모반 혐의를 받아 체포되고 결국 옥사하고 맙니다. 미완성인 채 남겨진 거대한 저술만이 그의 뒤에 남았습니다.

반소의 업적

오빠에 이어 반소는 아버지가 시작한 저술의 완성에 매달립니다. 이는 화제 황제가 직접 그녀에게 맡긴 임무였습니다. 그녀는 연표와 계보(家系) 권을 집필하고 천문지(天文志) 편찬을 총괄했습니다. 마침내 111년, 『한서』가 완성됩니다. 백 권 분량의 이 책은 폭넓은 지식 영역을 아우르며 기원전 206년부터 서기 25년까지의 시기를 다룹니다.

가업 외에도 반소는 부(賦), 즉 산문시를 지었는데, 그중 네 편만이 오늘날 전해집니다. 또한 여성 교육에 관한 논저 『여계(女誡)』를 남겼는데, 이 책은 궁중에서 빠르게 유행했고 수백 년간 널리 읽혔습니다. 유교 사상에 따라 반소는 겸손, 희생, 순종, 존중을 가족 화목을 지키는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으며, 여성이 남편을 잘 섬기려면 교양 있게 교육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궁정에서

황태후 등수(鄧綏)의 시중을 들면서 반소는 그녀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태후는 섭정이 된 뒤에는 정치 문제를 포함한 수많은 사안에 대해 그녀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반소는 왕실 도서관에서 근무하며 궁녀들과 도서관의 학자들, 그리고 태후 자신에게까지 학문을 가르쳤습니다. 학식을 인정받은 그녀에게는 남학생도 찾아왔는데, 그중에는 학자 마융(馬融)도 있었습니다.

공에 대한 보상으로 등수 태후는 반소의 아들들에게 관직을 하사했습니다. 아들 조성이 새 부임지로 떠날 때 동행하며 그녀는 『동정부(東征賦)』를 지었는데, 이 시는 여행 중 지나가는 곳곳을 시적이고 학문적으로 묘사하며 오늘날까지 전해집니다. 120년경 세상을 떠난 뒤, 며느리가 그녀의 저술을 모아 『반소집(班昭集)』 삼 권으로 엮었으나 대부분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동정부(東征賦)』

아들과 함께 동쪽으로 떠나노니
춘정월의 길일을 택하여
좋은 시각을 골라 출발하리라

이제 일어나 수레에 오르니
해 질 무렵 연시(偃師)에 머물리라
벌써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에 나아가는데
마음은 근심에 싸이고 가슴은 슬프도다

새벽이 밝아왔건만 잠 이루지 못하니
마음이 배신할 듯 망설여지네
술 한 잔 따라 마음을 달래노라

감정을 잠재우고 탄식하며 스스로를 책망하노니
나는 둥지에서 잘 것도 벌레를 먹을 것도 아니거늘
어찌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아가지 않으랴

더구나 내가 남과 다른가?
하늘의 명을 듣고 그 길을 따르리라

여정 내내 큰길을 따르노라
지름길을 찾는다면 누구를 따르랴
앞으로 나아가며 이리 여행하는데
멀어짐 속에 눈은 헤매고 마음도 방황하노니...

속으로는 사랑하는 도읍을 그리워하노라
그러나 고향에 매달림은 유약한 본성의 행위라
옛 이야기가 우리를 가르치듯이...

광읍(匡邑)에 들어서며 먼 옛 일을 기억하노니
공자가 겪은 고난을 떠올리네
도를 모르던 쇠퇴하고 혼란한 시대에
성인인 그마저도 감회에 젖었던 일을!

실로 참된 덕은 죽지 않는다
몸은 쇠하여도 이름은 살아 남으니...

사람의 본성과 운명은 하늘에 있음을 알지만
노력하면 나아가 덕에 가까워질 수 있노라
고개를 들고 그 경지를 향해 나아가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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