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듀 르 베(Anne Dieu-le-Veut, 1661~1710)는 프랑스 브르타뉴 출신의 해적이다. 강인하고 불굴의 의지로 묘사되는 그녀는 지휘부터 전투까지 선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물로, 카리브해 해적 역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죄인으로서의 추방

안 듀 르 베는 1661년 8월 28일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 모르비앙(Morbihan)의 구랭(Gourin)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유년기와 성인 초기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1665년부터 1675년 사이, 베르트랑 도주롱 드 라 부에르(Bertrand d'Ogeron de La Bouëre)가 총독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산토도밍고(현재의 아이티) 북부에 위치한 토르툼 섬(Île de la Tortue)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죄인 신분으로 이곳에 추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684년, 그녀는 부카니어 출신 피에르 르롱(Pierre Lelong)과 결혼했다. 피에르는 현재 아이티의 카프아이시엔에 해당하는 카프프랑세(Cap Français)의 초대 사령관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딸 마리마르그리트 이본 르롱(Marie-Marguerite Yvonne Lelong)이 1688년 2월 브르타뉴의 모를레(Morlaix)에서 태어났지만, 피에르는 2년 후 산토도밍고에서 벌어진 다툼 중 목숨을 잃었다. 이후 1691년 그녀는 조제프 셰렐(Joseph Chérel)과 재혼했으나, 그 역시 2년 후 세상을 떠나 1692년생 아들 장프랑수아 셰렐(Jean-François Chérel)을 홀로 남겨두었다.
해적이 되다
전승에 따르면, 안은 남편의 죽음에 대한 복수, 혹은 받은 모욕에 대한 응징을 위해 네덜란드 출신 필리버스터 로랑코르네유 발드랑 드 그라프(Laurent-Corneille Baldran dit de Graaf)에게 결투를 청했다고 한다. 그녀가 권총을 뽑아 들자, 검을 든 로랑 드 그라프는 여자와 싸울 수 없다며 물러섰다. 안의 용기에 깊이 감탄한 그는 그녀에게 결혼을 제안했고, 1693년 첫 번째 결혼의 무효를 확보한 뒤 같은 해 7월 카프에서 안 듀 르 베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딸 마리 카트린 드 그라프(Marie Catherine de Graff)와 어린 나이에 요절한 아들이 있었다.
안은 남편의 해적 행위가 벌어질 때마다 바다에 함께 나섰다. 앤 보니(Anne Bonny)나 메리 리드(Mary Read)처럼 남장을 하거나 성별을 숨기는 대신,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이 여성임을 드러냈다. 배 위의 여자는 불운을 가져온다는 미신이 팽배하던 시대였음에도, 남편의 선원들은 오히려 안을 행운의 부적으로 여겼고 약탈품에서 그녀의 몫까지 따로 챙겨주었다고 한다. 용감하고 강인하며 결코 물러서지 않는 인물로 평가받은 그녀는 남편 곁에서 지휘와 전투는 물론 선상 생활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안 듀 르 베(Anne Dieu-le-Veut)'라는 별명, 즉 프랑스어로 '신이 그리하기를 원한다'는 뜻의 이름도 바로 이 시기부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꺾이지 않는 포로

1693년, 영국령 자메이카에 대한 일련의 침공 이후 로랑은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로부터 2년 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군은 산토도밍고의 포르드페(Port-de-Paix)를 공격하여 도시를 약탈하고 안 듀 르 베와 그녀의 아이들을 포로로 잡았다. 당시 기록들은 그녀를 '꺾이지 않는 포로(difficult captive)'라고 표현할 만큼, 그녀는 억류 기간 내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적과 그녀의 아이들은 3년간 인질로 붙잡혀 있다가, 프랑스 왕국의 수차례에 걸친 외교적 노력 끝에 1698년에야 석방되었다.
석방 이후 그녀의 삶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그녀와 남편은 루이지애나 또는 미시시피 지역에 정착했다고 하나, 이후에도 해적 활동을 계속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 듀 르 베는 1710년 1월 11일 카프프랑세에서 4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죄인으로 추방당한 한 여성이 두 차례의 과부 생활을 거쳐 카리브해 최고의 해적과 결혼해 직접 전투에 나선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오늘날까지 해적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