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노예들, 마룬의 탄생
퀸 나니(Queen Nanny, 약 1685~1733 또는 1760)는 자메이카의 국민적 영웅이자, 자메이카 마룬(Maroon, 도망친 노예들의 공동체) 저항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생애에 대한 기록은 주로 구전과 역사적 문헌에 의존하고 있다.
나니는 1685년 또는 1686년경, 가나의 아샨티(Ashanti) 부족에서 태어났다. 부족 간 갈등으로 마을 사람들이 포로로 잡히면서, 그녀와 이웃 몇 명은 노예로 팔려 자메이카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으로 끌려왔다. 그녀는 킹스턴 인근 포트로열(Port Royal) 근처의 플랜테이션으로 팔려가, 혹독한 환경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도망쳐 마룬이 된 선배들의 영향을 받아, 나니는 네 명의 동료—아콤퐁(Accompong), 쿠조(Cudjoe), 조니(Johnny), 콰오(Quao)—와 함께 플랜테이션을 탈출해 자메이카 동부의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s)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다.
나니 타운의 건설과 해방 투쟁
블루 마운틴에서 다섯 명의 탈출 노예는 전략적 요충지에 각각 마룬 공동체를 세웠다. 나니 타운, 아콤퐁 타운, 쿠조 타운 등이 그것이다. 1650년대 스페인 점령기부터, 이후 영국이 점령한 뒤에도 마룬들은 자메이카 산악 지대에 다수 존재했다. 그들은 탁월한 전사들로 정착민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나니와 동료들은 이 공동체들을 조직화하는 한편, 더 많은 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해 수시로 구출 작전을 펼쳤다. 30여 년 동안 나니가 해방시킨 노예만 800명이 넘는다 전해지며, 이들은 민중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나니 타운은 블루 마운틴의 능선 위, 강을 내려다보는 천혜의 요새에 자리 잡았다. 마룬들은 목축, 농경, 사냥, 교역으로 자급자족하며 생활했다. 이들은 종종 플랜테이션을 급습해 노예들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노예주들의 물자를 노획하기도 했다. 영국군은 나니 타운을 비롯한 마룬 공동체들을 수차례 공격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지형에 밝은 마룬들은 함정과 기습 전술을 구사해 영국군의 공세를 격퇴했으며, 나니는 뛰어난 전략가로서 그 중심에 있었다.
오비아(Obeah)의 여인, 신비로운 지도자
공동체 내에서 많은 이들은 나니가 아프리카 전통 종교에서 유래한 오비아(Obeah)라는 신비한 힘을 지녔다고 믿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는 영국 병사들을 조롱하며 제 몸에 총을 쏘게 했고, 총알이 그녀를 비껴 갔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약초와 전통 치료법에 정통한 치유자이기도 했다.
퀸 나니의 최후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1733년 3월 29~30일 자 <자메이카 의회 저널(Journal of the Assembly of Jamaica)>은 마룬과 싸운 흑인 노예 캡틴 삼보(Captain Sambo)를 "충직한 노예"라 칭하며, 그가 "오비아를 행하는 반항자 아내 나니를 죽였다"고 기록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나니는 나니 타운 습격 전투 중 전사했으며, 이듬해 생존한 마룬들은 다른 공동체로 합류하고 나니 타운은 영국군에 함락되었다. 그러나 다른 사료들은 "나이 든 반항자 오비아"를 언급하며, 나니가 1733년 전투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1760년경 자연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메이카 역사에 남은 불멸의 영웅
불확실한 최후에도 불구하고, 나니는 자메이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 중 한 명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녀의 초상은 자메이카 500달러 지폐에 새겨져,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서 오늘날까지 국민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