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테아 보키(Dorotea Bocchi, 1360~1436)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학자로, '도로테아 부카(Dorotea Bucc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최고(最古)의 대학, 볼로냐 대학
1088년에 설립된 볼로냐 대학은 도로테아 보키가 태어나기 약 3세기 전에 세워졌으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대학은 외국인 학생들이 모여 학생 조합을 결성한 데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외국인들은 동포가 저지른 범죄 때문에 집단적으로 처벌을 받곤 했는데, 이에 맞서기 위해 학생들이 하나로 뭉친 것입니다. 그들은 도시에 있던 기존 학교의 문법가와 신학자 등을 초빙해 비공식 강의 형태로 법학을 가르치게 했고, 이것이 곧 볼로냐 대학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1158년에는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Frederick Barbarossa)가 '아우텐티카 하비타(Authentica habita)'를 반포했습니다. 이 헌장은 대학 역사상 획기적인 문서로,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이동권과 같은 특권을 부여했으며 외국인에 대한 집단 처벌도 폐지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법학뿐 아니라 의학, 수사학, 동양어, 수학, 그리스어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직이 새롭게 설치되었습니다.
볼로냐 대학의 교수가 되다
도로테아 보키의 삶에 대해 알려진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의 아버지 조반니 보키(Giovanni Bocchi) 역시 학자로서 볼로냐 대학에서 의학과 철학 교수직을 맡고 있었다는 점이 전해집니다.
1390년부터 무려 40년 동안 도로테아는 아버지가 차지했던 의학·철학 교수직을 물려받아 재직했습니다. 오랜 기간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당시의 기록들은 그녀의 강의가 학생들과 대학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음을 잘 보여줍니다.
중세 이탈리아의 여성 지식인들
흔하지는 않았지만, 중세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여성이 학교와 대학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볼로냐 대학은 이미 13세기에 최초의 여성 교수를 배출했는데, 법학 교수였던 베티시아 고차디니(Bettisia Gozzadini)는 대학에서 강의한 최초의 여성으로 여겨집니다.
도로테아 보키처럼 의학 분야에서 강의하고 저술하며 연구한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11세기 살레르노 학파(School of Salerno) 소속이었던 트로툴라(Trotula of Salerno)는 여성 건강에 관한 책을 집필하며 산부인과학이라는 분야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이 밖에도 메르쿠리아데(Mercuriade), 아벨라 살레르니타나(Abella Salernitana), 레베카 데 구아르나(Rebecca de Guarna) 등 중세 이탈리아 여성 의사들의 이름이 전해지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는 살레르노 학파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주] 볼로냐 대학의 설립 연도는 정확히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1088년이라는 날짜는 19세기에 이탈리아 시인 주즈에 카르두치(Giosuè Carducci)가 위원장을 맡은 역사가 위원회가 확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