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남장으로 마라케시를 사수한 알모라비드 공주, 판누

알모라비드 왕조의 공주 판누(사망 1147년)는 남자로 위장해 마라케시 방어전에 직접 참전한 인물입니다.

알모라비드 왕조의 공주

남장으로 마라케시를 사수한 알모라비드 공주, 판누

오마르 벤 인탄(Omar ben Yintan)의 딸로 태어난 판누는 12세기 마라케시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베르베르계 왕조인 알모라비드 왕조의 공주였던 그녀는 마라케시 궁정에서 귀족 교육을 받았습니다. 당시 알모라비드 시대의 여성들은 교육과 권력에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는데, 상인 출신으로 왕후가 된 자이납 네프자우이아(Zaynab Nefzaouia)와 시인 하프사 빈트 알하지(Hafsa bint al-Hajj)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판누 역시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며, 무기 다루는 법과 군사 기술까지 익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당시 알모라비드 왕조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개혁자 무함마드 이븐 투마르트(Muhammad ibn Tûmart)가 창시한 알모하드 운동은 알모라비드가 따르던 말리키 학파 의례를 비판하며 이슬람의 종교적 원천으로의 회귀를 설파했습니다. 이븐 투마르트의 후계자 압둘무민(Abd al-Mu'min)이 이끄는 알모하드 세력은 결국 알모라비드 왕조에 대한 성전을 선포합니다.

마라케시 함락

오랑, 페즈, 메크네스, 안달루시아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둔 압둘무민의 군대는 1147년 3월 드디어 마라케시 성벽 앞에 도달했습니다. 5일간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알모하드군은 도시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성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마라케시 내부에서도 알모하드군은 알모라비드 왕조의 핵심 거점인 요새를 손쉽게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판누는 남성 복장으로 갈아입고 방어전에 뛰어들었으며, 격렬한 전투 끝에 저항은 다음 날 정오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알모하드군은 "남장을 한 어린 알모라비드 여인"이 전사하기 전까지는 요새를 정복하지 못했다고 전합니다. 그녀가 쓰러진 직후, 요새는 마침내 함락되었습니다.

남장으로 마라케시를 사수한 알모라비드 공주, 판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