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헌신적인 화학자 도러시 호지킨(Dorothy Hodgkin)

도러시 메리 크라우풋 호지킨(Dorothy Mary Crowfoot Hodgkin, 1910~1994)은 영국의 화학자로, 복잡한 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한 X선 결정학 분야의 개척자입니다. 이 업적을 인정받아 196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열정

고고학자 존 크라우풋과 그레이스 메리 크라우풋의 딸인 도러시는 1910년 5월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소아시아와 영국을 오가며 보냈는데,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부모가 그녀를 영국의 친척 집에 맡겼습니다. 휴전 후 어머니는 딸과 함께 영국에 남기로 결정했지만, 가족은 이후에도 카이로와 하르툼을 자주 오갔습니다.

1921년 레만 학교에 입학한 도러시는 과학에 대한 열정을 빠르게 키웠으며, 어머니는 딸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격려해 주었습니다. 여성 전용 교육 기관이었던 옥스퍼드의 서머빌 칼리지에서 화학을 공부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물리학자 존 데즈먼드 버널(J.D. Bernal)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버널은 그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스승으로, 도러시는 그곳에서 단백질 구조 분석 기술을 배웠습니다. 1937년에는 교사이자 역사가·경제학자였던 토머스 호지킨과 결혼하여 슬하에 세 자녀를 두었습니다.

결정학 연구와 위대한 발견들

1936년 서머빌 칼리지 연구원이 된 도러시는 인슐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X선 결정학 기술은 인슐린처럼 복잡한 호르몬의 구조를 밝히기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녀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수년간 이 기술을 완성하는 데 매진했고, 그 결과 1937년 콜레스테롤의 구조를, 1945년 페니실린의 구조를, 1954년 비타민 B12의 구조를 차례로 규명했습니다.

마침내 1969년에는 자신이 평생 최대의 성과로 꼽은 인슐린의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이후 그녀는 세계 곳곳을 돌며 인슐린과 당뇨병 치료에서의 역할에 대해 알리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1964년 결정학 분야의 공헌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그녀는 이후에도 코플리 메달, 메리트 훈장(Order of Merit), 레닌 평화상 등 수많은 영예를 안았습니다. 1972년부터 1975년까지는 국제결정학연합 회장을 맡았습니다. 또한 무력 분쟁의 위험을 줄이는 데 깊은 관심을 가졌던 그녀는 1976년부터 1988년까지, 국가 간 대화와 핵 군축을 추구하는 국제 운동인 푸그워시 회의(Pugwash Conferences on Science and World Affairs)의 의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도러시는 젊은 시절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손과 발이 변형되었고, 휠체어를 사용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특히 과학 분야에서 끝까지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1994년 7월 29일, 도러시 호지킨은 심장마비로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남긴 결정학의 유산은 오늘날 신약 개발과 생명과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