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제1차 세계대전, 최전선에서 생을 마감한 영국 귀족 출신 장교들

제1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기존 질서를 뒤흔든 대참전이었고, 영국의 귀족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지배층 자제일수록 앞장서 입대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케임브리지를 거친 젊은이들은 장교 계급으로 서부 전선에 배치되어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 결과 상류층 출신 장교들의 사망률이 일반 병사보다 오히려 높았다는 통계도 있을 만큼, 희생은 집중적으로 이들에게 돌아왔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 세 사람을 소개한다.

로버트 아서 제임스 개스코인세실, 제5대 솔즈베리 후작

로버트 아서 제임스 개스코인세실(Robert Arthur James Gascoyne-Cecil, 1893년 10월 23일 ~ 1916년 4월 23일)은 제4대 솔즈베리 후작 제임스 개스코인세실과 부인 레이디 시슬리 고어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제5대 아란 백작 아서 고어다. 그는 이튼 칼리지에 이어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지에서 수학했으며, 1915년 그레나디어 가즈(Grenadier Guards, 근위 척탄병 연대)에 장교로 입대해 서부 전선에 파병되었다. 1916년 4월 23일, 솜 전투 중 전사했으며 향년 22세였다.

에드워드 윌리엄 스펜서 캐번디시, 캐번디시 오브 퍼니스 자작

에드워드 윌리엄 스펜서 캐번디시(Edward William Spencer Cavendish, 1895년 3월 12일 ~ 1916년 7월 4일)는 제9대 데번셔 공작 빅터 캐번디시와 부인 레이디 이블린 피츠모리스(초대 피츠모리스 남작 에드먼드 피츠모리스의 딸)의 장남이자 캐번디시 오브 퍼니스 자작이었다. 그는 이튼 칼리지와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교육을 받았고, 1914년 콜드스트림 가즈(Coldstream Guards)에 들어가 서부 전선으로 향했다. 1916년 7월 4일 솜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향년 21세였다.

더 호너러블 찰스 알렉산더 요크 대위

찰스 알렉산더 요크(Charles Alexander Yorke, 1899년 12월 11일 ~ 1917년 9월 25일)는 제7대 하드윅 백작 존 요크와 부인 레이디 메리 서머싯(제9대 보퍼트 공작 헨리 서머싯의 딸)의 차남으로, 귀족 가문의 자녀에게 붙는 경칭인 '더 호너러블(The Honourable)'을 사용한 인물이다. 그는 이튼 칼리지를 거쳐 샌드허스트 왕립육군사관학교에서 교육받았고, 1915년 그레나디어 가즈에 입대해 서부 전선에 배치되었다. 1917년 9월 25일, 파스샨달레 전투(제3차 이프르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때 나이는 불과 17세였다.

젊은 귀족들이 최전선에 섰던 이유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당대 영국 사회가 공유하던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명예와 의무, 국가에 대한 충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던 상류층 문화 속에서 귀족 가문의 아들들은 전쟁이 터지면 군대에 지원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특히 근위 연대 장교들은 최전선에서 병사들을 직접 이끌어야 했기 때문에 사상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이들은, 한 시대 전체가 치른 값비싼 대가를 상징적으로 증언하는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