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는 전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 의상인 '와후쿠(和服)'가 널리 입혀졌습니다. 이러한 전통 의복은 단순한 옷을 넘어 일본인의 문화유산과 국가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였습니다.
히로시마에서 사랑받던 전통 의상, 와후쿠
당시 히로시마 시민들이 즐겨 입었던 대표적인 와후쿠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모노(着物)
기모노는 몸에 감싸 입는 T자형의 헐렁한 로브 형태의 의복입니다. 여성용 기모노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무늬와 문양이 특징이었으며, 남성용 기모노는 상대적으로 절제되고 차분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습니다.
2. 유카타(浴衣)
유카타는 면이나 리넨 소재로 만든 가벼운 여름용 기모노입니다. 착용감이 편안하여 일상적인 외출이나 목욕 후 실내복으로 자주 활용되었습니다.
3. 하카마(袴)
하카마는 주름 잡힌 넓은 바지 형태의 전통 의복으로, 주로 남성들이 기모노 위에 걸쳐 입었습니다. 격식 있는 자리나 무술 수련 시 입는 것으로 예의와 품격을 나타냈습니다.
4. 오비(帯)
오비는 허리에 두르는 넓은 띠로, 기모노나 유카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양한 색상, 무늬, 재질로 제작되어 전체 복장에 세련된 장식 포인트를 더해주었습니다.
5. 조리와 게타
조리(草履)는 짚이나 가죽으로 만든 전통 샌들이며, 게타(下駄)는 높은 받침대가 달린 나막신입니다. 특히 게타는 젖거나 진흙탕이 된 길에서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실용적으로 착용되었습니다.
점차 스며들던 서양 패션의 영향
1940년대 중반 히로시마에는 전통 의상과 함께 서양식 패션도 점진적으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전쟁과 점령 기간 동안 미군이 주둔하면서 비롯된 현상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히로시마에서 볼 수 있었던 서양식 복장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양복
남성들은 특히 업무나 격식 있는 자리에서 서양식 양복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양복은 재단된 재킷, 바지, 드레스 셔츠로 구성되어 기존 전통 복장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주었습니다.
2. 원피스와 스커트
여성들은 전통 기모노와는 또 다른 실루엣을 선사하는 서양식 원피스와 스커트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의복들은 허리 라인이 좀 더 몸에 맞게 처리되었으며, 기장 역시 다양하게 변화했습니다.
3. 모자와 액세서리
베레모나 페도라 같은 서양식 모자도 히로시마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핸드백과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로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던 과도기
서양 패션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었지만, 1945년 히로시마에서는 여전히 전통 일본 의상이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전통과 근대적 스타일이 한데 공존하는 모습은 당시 일본이 겪고 있던 격변의 과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식 문화는 곧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일상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히로시마 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