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접해온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우리는 늘 빨간 모자와 할머니가 무서운 늑대의 날카롭고 악랄한 발톱에서 무사히 벗어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그렇다면 빨간 모자 이야기는 처음부터 행복한 결말로 끝났던 걸까요? 인류의 역사 속에서 '행복한 결말'에 대한 소망은 항상 우세했을까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빨간 모자 이야기
현대에 전해지는 판본에는 여러 변형이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따릅니다. 빨간 모자의 어머니는 사탕, 과자, 빵 같은 간식을 준비해 아픈 할머니께 전해 달라고 딸에게 부탁합니다. 그리고 무사히 다녀오기 위한 몇 가지 주의사항도 일러줍니다. 낯선 사람과 말을 섞지 말 것, 자신이 가는 곳을 밝히지 말 것, 어떤 일이 있어도 길에서 멈춰 서지 말 것입니다.
할머니 댁으로 가려면 울창한 숲을 통째로 지나야 했습니다. 길을 가던 소녀는 자신을 '숲의 천사'라고 칭하는 늑대를 만났고, 순진하게도 할머니 댁에 가는 길이라며 집의 위치까지 알려주고 맙니다.
집에 도착한 빨간 모자는 할머니를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선 소녀는 할머니가 병이 너무 심해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이 판본에서 늑대는 할머니로 변장해 소녀를 속여 잡아먹으려 하지만, 마침내 사냥꾼이 나타나 늑대를 죽이고 두 사람을 구해냅니다. 이야기는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18세기 낭만주의가 탄생시킨 '낭만적 버전'
위에서 소개한 내용은 18세기 말 유럽에서 시작된 문학적 낭만주의와 함께 등장한 낭만적인 버전입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로버트 다턴(Robert Darnton)은 저서 『대고양이 학살과 프랑스 문화사의 여른 에피소드들(The Great Massacre of the Cats and Other Episodes of French Cultural History)』에서 빨간 모자 이야기의 기원을 유럽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농부들이 들판일을 하러 나가는 동안 아이들을 집에 혼자 남겨두어야 했던 농촌 사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중세의 원작은 충격적인 비극으로 끝났다
다턴에 따르면, 중세에 만들어진 빨간 모자 이야기의 결말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늑대는 할머니의 목숨을 거두고, 그 고기와 피로 연회를 차렸으며, 빨간 모자는 그 연회에서 실컷 먹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는 빨간 모자의 살점까지 먹어치웠습니다.
즉, 원래 이야기에서 할머니와 아이는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던 것입니다.
왜 공포스토리를 만들었을까?
다턴은 부모가 없는 동안 아이들이 위험한 숲과 수풀에 함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경계하기 위해, 농부들이 비극적인 결말을 지닌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 전했다고 분석합니다. 역사가 흐르면서 빨간 모자 이야기는 각 시대의 도덕·윤리·문화적 가치관에 맞춰 끊임없이 변형되고 재해석되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해피엔딩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