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제우스의 형이지만 올림포스 12신이 아니다?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 이야기

제우스의 형이지만 올림포스 12신이 아니다?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 이야기

그리스 신화의 중심에는 올림포스 12신이 있지만, 사실 12이라는 숫자보다 더 많은 후보 신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형인 하데스를 올림포스 12신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데스는 로마에서는 '플루토(Pluto)'로 불리며, 영어권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그의 아내인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장남, 하데스

아버지 우라노스를 타도한 크로노스는 자신도 언젠가 아이에게 아버지를 죽임당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부친 살해'는 고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부터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까지 이어지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이며, 심리학 용어로도 자리 잡은 개념입니다.

그래서 크로노스는 태어나는 자식들을 하나씩 삼켜버렸습니다. 하지만 막내인 제우스만은 어머니 레아의 지혜로 목숨을 건졌고, 결국 아버지 크로노스를 타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크로노스를 무찌른 뒤 세 형제는 제비뽑기로 세상을 나누었습니다. 막내 제우스는 하늘과 대지의 지배권을, 둘째 포세이돈은 바다를, 그리고 장남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하데스가 지하세계를 맡게 된 데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크로노스에게 삼켜졌던 순서 때문에 출생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평화로운 제비뽑기 설을 채택했습니다.

하데스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지 않고, 오히려 다른 신들의 이야기에 조연으로 자주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음악가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입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에 너무나 뛰어나 마침내 죽은 사람까지 되살려냈습니다. 이는 죽은 자의 수를 늘리면 안 된다는 하데스의 분노를 샀고, 제우스는 형의 청에 못 이겨 번개를 던져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습니다.

제우스의 형이지만 올림포스 12신이 아니다?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 이야기

그런데 제우스는 참으로 신비한 신입니다. 스스로 죽여놓고는 불쌍하게 여겼는지 아스클레피오스를 하늘로 올려 별자리 '뱀주인자리(Ophiuchus)'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또 하나 유명한 이야기는 오르페우스의 신화입니다. 요즘은 게임 '페르소나 3'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원래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리라 명수입니다. 어느 날 아내 에우리디케가 독사에게 물려 죽자, 그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지하세계로 향합니다.

보통이라면 지옥의 파수견 케르베로스에게 순식간에 잡아먹히는 것이 세간의 정석이지만, 오르페우스의 리라 선율 앞에서는 케르베로스마저 힘을 쓰지 못했고, 지하세계의 사람들이 하나둘 매료되어 갔습니다.

하데스 역시 아름다운 연주에 마음을 빼앗겨, 오르페우스에게 조건을 걸고 아내를 지상으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 조건이란 지하세계를 빠져나올 때까지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상이 눈앞에 보이던 순간, 조바심에 오르페우스는 결국 뒤를 돌아보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다시 저승으로 사라져 버린 슬픈 결말입니다.

오르페우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이 실패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조급함과 불안'입니다. 저 역시 불안에 조급해져서 손해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은 어떤 일에 대한 불안감 앞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때가 있지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제우스의 형이지만 올림포스 12신이 아니다?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 이야기

하데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일한 이야기는 바로 페르세포네와의 이야기입니다.

하데스는 제우스나 포세이돈과 달리 꽤 진지하고 성실한 신입니다. 형님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진지한 사람이 폭주하기 시작하면 더 무섭기 마련입니다. 어느 날 하데스는 목욕하던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에게 첫눈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태풍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이었을 것입니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와 결혼하고 싶어 아버지 제우스에게 결혼 허락을 구하러 갑니다.

'조카와 결혼이라니?'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우스는 친누이 헤라와 결혼했고, 부모인 크로노스와 레아 역시 남매 사이였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근친혼은 흔한 일이었죠.

그런데 페르세포네의 어머니는 풍양의 여신 데메테르로, 그녀 역시 제우스의 누이입니다. 문제는 제우스가 데메테르의 허락은 받지 않은 채 하데스에게 결혼을 허락했다는 점입니다.

허락도 받지 못한 데메테르는 분노하여 딸을 되찾으러 움직입니다. 그런데 풍양의 여신이 지상을 떠나면서 지상의 모든 곡물이 말라 죽어버렸습니다.

곤란해진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라고 명령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의 석류를 먹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으면 저승의 주민이 된다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석류 알을 먹은 개수만큼의 달 동안 지하세계에 머물러야 한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로 돌아가 있는 기간, 지상에는 겨울이 찾아옵니다.

이렇게 해서 지상에 사계절이 탄생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의 여왕이라는 면모도 갖게 되었고, 올림포스 12신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하데스의 로마식 이름 '플루토'는 원소 플루토늄(plutonium)과 왜소행성 명왕성(Pluto)의 어원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고대병기 '플루톤'의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덧붙이자면, 하데스는 스퀘어 에닉스가 예전에 발매했던 게임 '반숙영웅' 시리즈에서 최강의 알 몬스터로 등장한 적도 있습니다. 등장한 모든 캐릭터 중 압도적으로 강력해서, 지하세계의 왕다운 위력을 유감없이 과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