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포스 12신의 수장이자 그리스 신화의 최고신인 제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이야기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일과 날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아가멤논』, 베르길리우스의 대서사시 『아이네이스』 같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에도 빠짐없이 등장하죠.
그리스 신화를 읽다 보면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고, 그 아내 헤라가 분노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온갖 소동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요즘에는 『퍼즐 앤 드래곤즈』 같은 게임에서도 인기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지요. 이번 글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이자 올림포스 12신의 최고신, 로마 신화에서는 유피테르(목성)로 불리는 제우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탄생에서 주신이 되기까지

나라마다 건국 신화가 있듯이, 일본 신화든 북유럽 신화든 중국 신화든 모든 신화는 '이 세상이 처음 어떻게 창조되었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혼돈(카오스)에서 세계가 태어났습니다. 어느 시점에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태어났고, 이어서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태어났습니다. 우라노스와 가이아는 아이들을 하나둘 낳았지만, 자신의 지위를 지키려던 우라노스는 아이들을 땅속 깊은 곳에 가두어 버립니다.
한편 가이아는 막내로 태어난 크로노스를 몰래 숨겨 기르는 데 성공했고, 크로노스는 결국 아버지 우라노스를 몰아냅니다.
크로노스는 누이 레아와 결혼해 아이들을 계속 낳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처럼 자식들을 하나씩 삼켜 버립니다. 곤경에 빠진 레아는 갓 태어난 아이 대신 돌을 삼키게 하는 데 성공하는데,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 바로 제우스입니다.
제우스는 할머니 가이아에게서 받은 토약(구토제)을 어머니 레아를 통해 크로노스에게 먹였고, 크로노스는 삼켰던 신들을 토해냈습니다. 여기에는 제우스의 형제인 하데스와 포세이돈(넵튠), 그리고 누이인 헤라, 데메테르, 헤스티아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올림포스 신들은 크로노스를 물리치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티탄 신들과의 대전쟁 '티타노마키아'에서 승리하고, 거인족과의 전투 '기간토마키아'에서도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제비뽑기 결과 하늘과 대지를 다스리는 최고신이 되었으며, 지하세계는 첫째 형 하데스가, 바다는 포세이돈이 다스리게 되었습니다.
제우스의 아내와 자녀들
제우스의 아내라고 하면 헤라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그의 첫 번째 아내는 티탄 여신 메티스였습니다.
티탄은 거인을 뜻하는 단어로 티타늄(Titanium)의 어원이기도 하지만, 본래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자녀들을 가리키는 말로 '거신(巨神)'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크로노스와 레아 역시 티탄 신이라 부를 수 있죠. 참고로 애니메이션 『Z건담』에 등장하는 부대 '티탄스'의 이름도 여기서 따온 것입니다.
메티스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제우스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언을 할머니 가이아가 내렸기 때문에, 제우스는 메티스를 통째로 삼켜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째선지 아테나가 제우스의 이마에서 태어났습니다.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으로, 그리스의 도시 아테네의 이름 유래이며,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여신이기도 합니다.
이후 제우스는 여신 테미스와 결혼하지만, 그 사이 누이 헤라에게 구애하기 시작합니다. 제우스는 훗날처럼 누이 헤라의 매력을 견디지 못한 모양새로 테미스와 이별했습니다. 신이라 해도 결혼 생활이 쉽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헤라 사이에서는 전쟁의 신 아레스(마르스)가 태어났습니다. 로마 왕국의 초대 왕 로물루스는 마르스의 아들이라고 전해지며, 로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 '마르쿠스'도 마르스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리고 서두에서 말씀드린 대로, 제우스는 바람을 피웁니다. 여신은 물론 인간 여성과도 관계를 맺었지요. 아폴론, 아르테미스, 디오니소스 같은 올림포스의 신들과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들도 모두 제우스의 자녀입니다.
하반신으로 완전히 살아가는 신, 그것이 바로 제우스입니다!
제우스의 장비와 전투력
제우스는 전용 장비인 '빛나는 갑옷'을 두르고, 방패는 유명한 아이기스(이지스)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무기는 가장 단단한 물질 아다만트로 만들어진 뇌전 '케라우노스'로, 대지와 우주를 한순간에 불태워 없앨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그 능력은 올림포스 신들 중에서 가장 강력할 뿐 아니라, 모든 신을 통틀어도 최강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치트급입니다.
바로 그 힘으로 아버지 크로노스를 비롯한 티탄 신들과의 전쟁(티타노마키아)과 거인족과의 전투(기간토마키아)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한때 동맹이었던 할머니 가이아는 제우스의 행보에 불만을 품고, 타르타로스와 함께 최강의 괴물 티폰을 만들어냅니다. 대지를 상징하는 가이아가 만든 궁극의 생물 앞에서 제우스는 한 차례 패배하지만, 운명의 세 여신의 계략 덕분에 티폰을 무력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그리스 신화 속 세계에는 평화와 안정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제우스의 존재가 후세에 남긴 영향
제우스는 물론 신화 속 인물이지만, 그 존재는 인류의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림픽은 원래 제우스에게 바치는 축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서양의 모든 이야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후대 르네상스에 큰 영향을 준 로마 최고의 문학 작품 『아이네이스』에도 제우스는 등장합니다.
제우스의 아들 아폴론을 모시는 델포이 신전은 언제나 그리스 정치를 좌우했으며,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이 실은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신탁을 받고 대원정을 결심했다고 전해집니다.
제우스의 라틴어·영어식 독음인 '유피테르(Jupiter)'는 목성을 가리키는 말로, 현대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우스는 때로 순수하고, 때로 오만하며, 때로는 정의롭고 때로는 잔인하며, 때로는 다정하기까지 한, 좋게도 나쁘게도 인간적인 신입니다.
아마도 그런 면이 시공을 넘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