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영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택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영국 제도로 향하는 원자재·식량·군수 물자의 보급로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전쟁 초기에는 잠수함뿐 아니라, 나치 정권이 베르사유 조약을 위반한 뒤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재건한 독일 수상 함대 역시 이 임무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영국 해군의 압도적인 우세 앞에서 수상 함대를 활용한 해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나치 독일은 영국의 상선 교통망을 차단하기 위해 잠수함 순찰 전략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이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U-보트는 독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자, 동시에 연합국이 최우선으로 노려야 할 목표물이 되었습니다.
독일 U-보트의 상당수는 브레멘에서 조립되었습니다. 1944년에는 잠수함 생산을 위한 두 개의 초대형 벙커, 즉 호르니세(Hornisse) 벙커와 발렌틴(Valentin) 벙커가 건설되었습니다. 특히 발렌틴 벙커는 약 10,000~12,000명의 강제 노동자를 동원해 지어졌으며, 이들 중 일부는 전쟁 포로, 일부는 강제 수용소 수감자였습니다.
발렌틴 벙커는 길이 426m, 폭 97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었습니다. 지붕은 연합군의 공습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수 미터 두께의 콘크리트 슬래브로 덮여 있었습니다. 1945년 3월, 가동 직전을 앞두고 이 벙커는 영국 공군의 공습을 받았습니다. 영국군은 당시 전쟁 중 가장 큰 규모였던 톨보이(Tallboy) 폭탄 여러 발을 투하했지만, 혹독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벙커는 표면적인 피해만 입고 버텨냈습니다.
전쟁의 격랑을 그대로 넘긴 이 벙커는 이후 수십 년간 독일 연방군(분데스베어, Bundeswehr)의 창고로 사용되었습니다. 오늘날 발렌틴 벙커는 기념관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전쟁과 강제 노동의 역사를 고백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입장료와 관람 시간 등 자세한 정보는 발렌틴 벙커 기념관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발렌틴 벙커로 가는 방법
발렌틴 잠수함 벙커는 브레멘 시 외곽의 레쿰(Rekum) 마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차량을 이용해 방문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