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무시무시한 응용미술…패배한 적의 두개골로 만든 술잔

승리의 축배, 그리고 두개골

사람들은 다양한 기념할 만한 자리에서 축배를 들며 승리를 경축해 왔다. 그렇다면 중세 시대, 특히 이른바 '야만족'이라 불리던 민족의 지배자들은 어떤 그릇으로 술을 마셨을까?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답이 여기에 있다.

두개골은 어둡고 불길한 이미지와 늘 함께한다. 고딕풍의 음산한 분위기,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유명한 장면, 혹은 죽음의 화신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개골, 특히 그 윗부분은 인간의 뇌를 감싸는 단단한 용기라는 점이다. 이 밀폐된 구조를 떠올려 보면, 일부 승전한 지배자들이 즐기던 소름 돋는 풍습이 묘하게도… 실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유라시아 곳곳에는 패배한 적의 두개골 윗부분을 뒤집어 잔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승리를 축하하는 연회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패배한 적을 철저히 모욕하기 위해 그 잔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무시무시한 응용미술…패배한 적의 두개골로 만든 술잔

롬바르드의 왕비 로잘문다와 아버지의 두개골.

롬바르드의 왕 알보인

아바르와 동맹을 맺은 롬바르드족은 게피드족 군대를 격파했다. 알보인 왕(572년경 사망)은 직접 게피드의 통치자 쿠니문트를 죽였다. 승리한 그는 쿠니문트의 보물을 차지했고, 그의 딸 로잘문다를 아내로 삼았다.

알보인은 패배한 적의 두개골로 잔을 만들 것을 명했고, 아내가 친정아버지의 두개골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이 잔혹함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랐다. 로잘문다의 사주를 받은 알보인의 호위 기사가 결국 왕을 살해한 것이다.

불가르의 카간 크룸

아바르 국가가 멸망한 뒤 불가르인들은 속박에서 벗어나 영토를 넓혀 갔다. 당시 불가르를 다스리던 크룸(814년 사망)은 겸손함이나 고상한 문화 애호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는 비잔티움령 땅을 공격했고, 황제 니케포로스 1세는 강경하게 대응했으나 본격적인 전쟁은 2년 뒤에야 시작되었다.

황제는 불가르인들의 강화 요청을 거절하며 승리의 행군을 이어갔다. 크룸을 나라 곳곳에서 추격해 산속 깊이 몰아붙였지만, 바로 그곳에서 비잔티움 대군은 사실상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니케포로스는 전사했고, 부상당한 후계자는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 크룸은 죽은 황제의 두개골로 술잔을 만들 것을 명했고, 연회 때마다 이 잔으로 좌중의 신하들에게 축배를 들었다고 전해진다.

무시무시한 응용미술…패배한 적의 두개골로 만든 술잔

카간 크룸과 니케포로스 격파 후의 연회. 기록에 따르면 크룸은 비잔티움 황제의 두개골로 만든 잔으로 부하들에게 축배를 들었다고 한다.

페체네그족의 족장

972년, 키예프 공 스뱌토슬라프가 발칸반도에서 자신의 영지로 돌아오던 길에 드니프로강의 급류 구간을 넘어야 했다. 당시에는 배를 육지로 끌고 가 급류를 피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스뱌토슬라프와 일행도 같은 방식으로 이동하던 중, 초원의 유목민 페체네그족이 설치한 매복에 걸리고 말았다. 루스의 통치자는 살해당했고, 페체네그족 족장은 그의 두개골로 금세공을 입힌 잔을 만들었다. 잔에는 "남의 것을 노리다 정작 제 것을 잃었다"는 문구가 새겨졌다고 전해진다.

전설인가, 응용미술인가?

무시무시한 응용미술…패배한 적의 두개골로 만든 술잔

식기의 재료가 되기 직전의 스뱌토슬라프 공.

세 사례를 비교해 보면 서로 시간적·공간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장소와 인물만 바뀌어 전해진 하나의 전설에 불과한 걸까? 아니면 후대의 지배자들이 선대 지도자들이 남긴 소름 돋는 전통을 의식적으로 계승한 것일까? 이 수수께끼를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흥미롭게도 세 사례 모두 하나의 지리적 권역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덧붙이자면, 이 특별한 '응용미술'은 중세가 끝나면서 사라지지 않았다.

1511년, 맘루크 술탄 알가우리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바로 인간 두개골로 만든 잔이었다. 선물을 보낸 이는 사파비조의 샤 이스마일로, 결투 끝에 크림 타타르 칸을 죽인 뒤 그의 두개골로 잔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선물을 받은 술탄의 반응은 싸늘했다. 예전 동맹국이었던 이의 머리로 만든 잔으로 어떻게 포도주를 맛있게 즐길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