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전간기 폴란드의 휘발유 가격은 얼마였을까? 유럽 최고 수준이었던 이유

주유할 때마다 주유기 계량판을 보며 속을 태우는 운전자라면, 전간기 폴란드 운전자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소득 대비 휘발유 가격이 유럽 최고 수준이었던 나라, 바로 제2공화국 시절 폴란드의 이야기다.


전간기 폴란드를 자동차 대중화 분야의 유럽 선두국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차라리 출발선에서부터 뒤처진 나라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1939년 발행된 『소(小)통계연감』에 실린 수치는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이 시기 비스와 강 유역에 등록된 승용차는 겨우 41,948대에 불과했다. 참고로 이 숫자에는 택시 5,216대, 버스 2,038대, 화물차 8,609대가 포함되어 있다.

리터당 8즐로티

간단히 계산해 보면 통계상 인구 1만 명당 승용차는 10대에 불과했다. 비교를 위해 같은 시기 다른 나라를 보면, 프랑스는 523대, 영국은 511대, 나치 독일(오스트리아 포함)은 251대, 이탈리아는 100대였다. 뒤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던 루마니아(1만 명당 13대)보다는 그나마 앞서 있었다!

전간기 폴란드의 휘발유 가격은 얼마였을까? 유럽 최고 수준이었던 이유

1936년 폴란드에서 피아트 508 한 대, 값이 약 5,500즐로티에 달하는 이 차를 살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여기에 막대한 유지비까지 더하면, 제2공화국에서 자동차를 굴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의 부유층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였다. 대다수 국민의 낮은 임금, 비싼 자동차 값, 끔찍한 도로 사정, 그리고 무엇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유류 가격. 실제로 제2공화국 시절 휘발유 가격은 진짜 '천문학적' 수준이었다. 1930년대 초 휘발유 1리터 가격은 0.80즐로티를 넘었는데, 이는 오늘날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8즐로티가 넘는 금액이다. 대공황으로 잠시 가격이 눌리긴 했지만, 1936년에도 휘발유 1리터에 68그로슈를 내야 했다.

평범한 시민에게 이것이 얼마나 큰 부담이었는지는 다음 수치가 잘 보여 준다. 당시 의류업 노동자의 주급은 24즐로티 미만이었다. 즉, 한 주를 온전히 벌어야 휘발유 35리터를 살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곳은 액체 연료를 전량 자급하던 나라였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전간기 폴란드의 휘발유 가격은 얼마였을까? 유럽 최고 수준이었던 이유

흔히 있던 일이지만, 이 같은 상황의 상당 부분은 정치인들 탓이었다. 1930년대 초 그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1931년 2월, 국가도로기금이 설립된 것이다. 이 기금의 예산은 자동차와 연료에 부과되는 통행료, 도로변 광고 판매 수입, 그리고 도로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벌금과 행정처분 수입으로 충당되었다.

이론상으로는 도로기금 설립이 국가 자동차화를 크게 앞당기는 데 기여해야 했다. 그러나 물론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왜 그렇게 비쌌을까?

잇달아 쌓이는 부담이 깊어지던 경제 위기와 겹치면서 운전자들의 지갑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 영향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나타났다. 수많은 운전자들이 자신의 '네 바퀴'를 처분해야 했다. 1931년에서 1933년 사이 등록 차량 수는 39,400대에서 겨우 26,000대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연료 가격은 계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전간기 폴란드의 휘발유 가격은 얼마였을까? 유럽 최고 수준이었던 이유

그런데 피아트 508도 당시 판매되던 쉐보레 마스터와 비교하면 새 발의 피였다. 쉐보레 마스터는 7,600즐로티가 넘었고, 100km 주행에 약 14리터의 휘발유를 태웠다. 결국 노동자의 주급 한 주 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겨우 250km였다(사진: Lars-Göran Lindgren, CC ASA 3.0 라이선스).

당시 포즈나 일간신문의 한 호를 읽어 보면, 휘발유 1리터 값 68그로슈가 정확히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기고자의 계산에 따르면 이 중 정유소가 0.26즐로티, 즉 38%를 가져갔고, 나머지 42그로슈는 다음 항목들로 나뉜다.

도로기금 세금 8.8그로슈, 식품세 11.2그로슈, 유통세 2그로슈, 드로호비치에서 바르샤바까지의 운송비 리터당 7.1그로슈, 노상 주유소에 대한 도시세 2.9그로슈, 주유기 관리비 4그로슈, 기타 비용 6그로슈.

전간기 폴란드의 휘발유 가격은 얼마였을까? 유럽 최고 수준이었던 이유

1936년 6월 25일자 『디엔니크 포란니(아침 일간신문)』 1면. 제2공화국 시절 휘발유 가격이 어떤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었는지 상세히 담고 있다.

보다시피 세금이 해당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그 이전 몇 년간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193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운전자들의 항의에 따라 일부 세율이 인하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당시 여건에 비해 연료 가격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었다.

교통부 장관 산하 자동차위원회 위원들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936년 봄, 그들은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0.35즐로티까지 낮춰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무언가 성과가 있었을까? 물론 아니다. 재무부 장관은 예산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 요청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