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트에서 복무하는 것은 결코 편안한 일이 아니었다. 기름 때가 앉은 좁은 공간, 답답한 공기, 그리고 숨 막힐 듯한 밀집 환경이 선원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자랑스러울 만했다. 바로 식사였다. 잠수함 승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식량 배급은 독일군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다. 물론 어디에나 배어 있는 디젤유 냄새를 참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균형 잡힌 영양, 해군 최우선 과제
독일 전쟁해군(Kriegsmarine) 사령부는 유보트 승무원의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수백 년간 수많은 선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괴혈병의 악몽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급 부서는 잠수함 승무원들의 메뉴를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함선 설계자들은 승무원들의 입맛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식량을 저장할 공간과 조리할 장소는 설계상 완전히 무시된 요소였다. 결국 모든 것은 승무원들의 즉흥적인 재량에 맡겨질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 창고와 해먹에 걸린 빵
전쟁 내내 독일 잠수함 함대의 주력이었던 VIIC형 유보트에서 갤리(함내 주방)는 함미 쪽에 위치해 있었다. '쿠쿠(Kuku)'라 불리던 요리사에게는 2구 전기 조리대와 작은 오븐, 초소형 냉장고, 식품 저장고, 그리고 에나멜 세면대 하나가 주어졌다.

설계자들이 식량 저장 공간을 마련해 두긴 했지만,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주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식품을 넣는 데 사용되었다. 나머지 식량은 정말이지 넣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쏙쏙 집어넣었다. 로렌스 패터슨(Lawrence Paterson)은 저서 『독일 잠수함의 일상』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훈제 햄, 굵은 소시지 등 육류 가공품은 어뢰 발사관 사이와 사령실 천장 아래에 놓였다. 빵은 그물과 해먹에 담아 어뢰실과 전동기실 천장 아래에 걸어두었다. 신선한 고기, 채소, 과일, 크림은 냉장고와 그 아래에 마련된 저장고에 보관했다.
심지어 많은 유보트에서 출항 후 첫 몇 주 동안은 갤리 맞은편 함미 화장실이 곳간으로도 사용되곤 했다.

승무원 56명까지 탑승하는 원양형 IXC급 잠수함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보급품 저장 문제의 규모를 짐작하기 위해 단 한 가지만 언급하면 충분하다. 3개월간의 전투 순항에 나서는 함선에는 무려 12,583kg의 식량과 음료가 실렸다.
보급품은 매우 다양했는데,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생육 및 조리육 224kg (냉장 보관 권장)
- 소시지 108kg
- 통조림 고기 2,180.5kg
- 훈제·염장 생선 151.5kg
- 감자 1,750kg (함수·함미 및 사령실 상자 보관 권장)
- 기타 채소류 1,555kg (함수 격실 및 냉장고 보관 권장)
- 레몬 416kg(13상자) (함수 격실 보관 권장)
- 신선한 과일 300kg
- 신선한 달걀 270kg(10상자) (함수 격실 보관 권장)
- 식빵 456kg (함수·함미 및 전동기실 보관 권장)
- 통조림 빵 660kg
- 버터 50kg
- 신선한 치즈 50kg
- 통조림 치즈 65kg
- 커피(천연 및 대체품) 60kg
- 차 3kg
- 분유 784kg(8상자)
디젤유 첨가 특선 요리
보기만 해도 풍성한 식단이다. 그렇다면 잠수함 승무원들은 전투 순항 중 실제로 무엇을 먹었을까? 아침 식사는 보통 코코아나 초콜릿, 우유 수프, 버터·잼·꿀을 곁들인 달콤한 러스크, 혹은 계란 요리였다. 점심과 저녁은 U-518호의 6주간 순항 중 제공된 식단을 예로 들어볼 수 있다.

1일차
점심: 수프, 삶은 감자, 간, 신선한 과일
저녁: 블랙 푸딩(순대), 냉육, 빵, 버터, 커피
7일차
점심: 구운 소시지, 감자, 소스, 양배추, 신선한 과일
저녁: 청어 샐러드, 삶은 야크트부르스트(Jagdwurst, 돼지고기와 소고기 소시지), 빵, 버터, 커피
14일차
점심: 수프, 시금치 계란요리, 감자, 절임 과일 샐러드
저녁: 햄, 무, 빵, 버터, 통조림 로즈힙 주스

21일차
점심: 수프, 햄 누들, 소스, 주스를 곁들인 푸딩
저녁: 누들 국물, 냉육, 빵, 버터, 통조림 사과 주스
28일차
점심: 감자 샐러드, 스크램블 에그, 통조림 과일 콩포트
저녁: 햄 파스타, 토마토 소스, 통조림 로즈힙 주스
35일차
점심: 수프, 고기와 양파, 감자, 소스, 채소, 주스를 곁들인 푸딩
저녁: 햄, 삶은 달걀, 빵, 버터, 코코아
42일차
저녁: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넣은 콩 스튜
저녁: "와인에 조린 스튜" (즉, 순항 마지막 날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쿠쿠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란 뜻이다)
순항 초기 단계에서 선원들이 불평할 거리는 실제로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식사는 점점 단조로워졌고, 대부분 통조림 위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빵이었다.
U-564호에서 복무했던 '테디' 수렌(Teddy Suhren)의 회고에 따르면, 빵에는 곰팡이가 피었다. 몇 주가 지나면 빵 덩어리는 폭신폭신한 하얀 토끼처럼 보일 정도로 곰팡이가 뒤덮였다. 그럼에도 잠수함 승무원들에게는 그것을 먹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보급품이 도착하면 모든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함선 구석구석, 단 1센티미터의 공간도 낭비하지 않고 늘어놓아야 했다. 사진 및 설명 출처: 로렌스 패터슨, 『U-Boot. 독일 잠수함의 일상…』
포항 후의 성대한 환영
순항에서 돌아온 유보트 승무원들은 된니츠(Dönitz) 제독의 축하뿐만 아니라, 다른 독일 병사들은 꿈에도 그리던 음식까지 대접받을 수 있었다. 어쨌든 그들은 요리 문제에 있어서는 자신들이 운이 좋다고 여겼다. 항구로 돌아오면 다른 독일 병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가장 극심한 물자 부족의 시기에도 전쟁해군 사령부는 연합군 호송선단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던 수중 사냥꾼들을 세심하게 보살폈다. 어쩌면 그들의 성공에는 어느 정도… 배부른 배가 한몫했는지도 모른다.
출처:
- Lawrence Paterson, U-Boot. Everyday life on a German submarine during World War II, Carta Blanca,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