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세계를 잇는 마법의 매개자.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극도로 존경받았지만, 그것이 평화로운 삶을 보장해주지는 못했습니다. 피의 제물로 바쳐진 이들은 수백 년 후,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귀한 비료가 되고 맙니다!
'미라'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곧바로 파라오 투탕카멘을, 혹은 영화 속에서 브렌던 프레이저를 쫓아다니는 파라오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집트인들이 인간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미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영국 박물관 소장 고양이 미라 (사진: Magnus Manske, CC ASA 라이선스)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미라로 만든 이유는 동물 미라에서 약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집트 종교에서 고양이가 차지했던 지극히 중요한 위치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여신 세크메트와 바스테트가 상징하는 자리였죠. 그러나 역설적으로, 고양이 숭배는 수천 마리의 무고한 동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죽기 위해 사육되다
가장 오래된 고양이 미라는 제12왕조 시대, 즉 무려 4천 년 전의 것입니다. 고양이는 이집트인들이 숭배하던 다른 신성한 동물들처럼 삶의 강력한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들을 방부 처리해 최초의 신성한 미라인 오시리스와 닮게 만드는 것은, 그들을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잇는 매개자로 만드는 행위였습니다.

19세기 회화에 묘사된 고양이 신을 숭배하는 이집트 여사제.
이는 또한 이 동물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원래 미라는 통치자와 귀족들만을 위한 특권이었으니까요. 고양이는 기독교인들이 성인의 중보를 믿듯이, 사람들의 기도를 신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마법적 속성은 축복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까웠습니다. 세계 간 소통을 위한 동물들은 오직 그 역할만을 위해 사육되었고, 결국 피의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많은 가난한 순례자들에게 장차 미라가 될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제물을 바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값비싼 청동상을 바치는 것은 그들의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유층도 고양이 미라를 의뢰했습니다. 제18왕조의 투트모세 왕자는 아름다운 석관까지 함께 제공하며 고양이 미라를 만들도록 했는데, 정교한 고양이 미라를 제작할 때는 얼굴을 검게 칠하거나 특별한 고양이 가면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소름 돋는 사업
처음에는 고양이를 물에 빠뜨려 죽였는데, 이는 동물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깨워서 죽음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짐작할 수 있듯이 이 관행은 급격히 변질되었습니다. 고양이 제물로 큰돈을 벌어들인 사제들은 사육 과정 따위 신경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굳이 자신들의 일을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고양이들은 사실상 먹이를 제대로 주지 못한 채 12개월에서 최대 24개월까지만 살아남았습니다. 고양이 미라에 대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미라의 유해는 거의 항상 어린 동물, 심지어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의 것입니다.

이탈리아 몬제사에서 발견된 고양이 미라 (사진: Joadl, CC ASA 3.0 Austria 라이선스)
이들은 등뼈를 부러뜨려 죽임을 당했습니다.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미라 제작 과정이었습니다. 내장을 제거한 자리에는 모래나 다른 재료를 채워 넣어 고양이가 너무 초췌해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후 올바른 자세로 놓고 붕대를 감은 뒤, 약품을 이용한 방부 처리는 너무 비싸다고 여겨져 그냥 햇볕에 말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거대한 고양이 산업이 탄생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라 안에 제대로 된 고양이 유해가 들어 있는지에 대한 걱정조차 사라졌습니다. 과학자들은 고양이 미라에서 다른 동물의 뼈는 물론, 심지어 인간의 뼈까지 발견했습니다!
최고급 동양산 비료
기독교가 전래되기까지 이집트인들은 엄청난 수의 고양이 미라를 만들어냈으며, 그중 가장 큰 집단 유적은 부바스티스, 덴데라, 아비도스, 기자, 사카라의 묘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고양이의 역사』의 저자 매들린 스완에 따르면, 고고학자들은 수천 개의 고양이 미라를 발굴했습니다. 오늘날까지 이토록 많은 미라가 남아 있다는 것은, 실제로 고대 이집트인들이 수백만 마리의 고양이를 제물로 바쳤다는 뜻입니다.
미라 제작은 로마 시대에도 이어졌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목적을 위해서였습니다. 바로 현대적인 농업 기술의 일환으로, 고양이 유해가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고대 로마의 학자 대플리니우스(기원전 1세기) 역시 이 동물들의 재가 농작물에서 들쥐를 확실하게 쫓아낼 수 있다고 기록했습니다.

19세기 회화에 묘사된 고양이 여신 조각상 제작 장면.
고양이 미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매들린 스완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고양이 미라를 비료로 사용하는 전통은 1888년 기괴한 새로운 형태로 되살아났습니다. 한 이집트 지주가 자신의 땅에서 30만 구의 고양이 미라를 발견하고, 그중 8만 구를 영국인들에게 톤당 4파운드에 판매했습니다. 그 재는 리버풀 주변의 땅을 비옥하게 하는 데 쓰일 예정이었죠. 그 결과 오늘날에도 영국 농부들은 자신들의 밭에서 수천 년 된 고대 보석류와 동물 유해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미라가 워낙 많이 생산되다 보니 몇 구는 폴란드에도 전해졌습니다. 크라쿠프 고고학 박물관이나 바르샤바 국립 박물관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조상들의 손에 의해 고양이에게 닥친 참혹한 운명의 끝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특히 영국의 많은 건물 기초에서 고양이 미라가 발견됩니다. 우연히 그곳에 있게 된 경우도 있겠지만, 더 유력한 설명은 일종의 제물이었다는 것입니다. 가정에 행운을 가져다주고, 설치류를 쫓아내며, 심지어 악한 힘을 속여 사람 대신 고양이를 가져가도록 하는 주술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참고 문헌
- Bob Brier, Egyptian Mummies, 바르샤바 2000.
- Henk te Velde, A Few Remarks upon the Religious Significance of Animals in Ancient Egypt, "Numen", vol. 27, No. 1, pp. 76-82.
- Laurence Bobis, Cat. History and legends, 크라쿠프 2008.
- Madeline Swan, Cat History, 크라쿠프 2015.
- Margaret Howard, Dried cats, "Man", vol. 51, pp. 149-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