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갱단은 암시장에서 무기와 마약, 미술품, 심지어 인체 장기까지 거래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사정이 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암시장'이라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요즘 우리는 별생각 없이 '암시장'이라는 말을 쓰지만, 이 명칭은 점령기 폴란드 주민들에게 결코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전쟁 이전 언론이나 1939~1945년 발행된 협력 잡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신문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1945년 무렵부터였다.
처음에는 따옴표를 붙이고 적절한 설명을 곁들여 소개되었는데, 마치 기자들이 독자가 이 용어를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 용어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야 탄생했다고 본 역사학자 토마시 샤로타(Tomasz Szarota)에게 이런 현상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프랑스 백과사전의 첫 정의
그의 견해에 따르면 '암시장(marché noir)'이라는 용어는 1942년 프랑스 백과사전 《프티 라루스(Petit Larousse)》에서 처음으로 정의되었다. 거기서는 이를 "공식 가격보다 높은 값에 물품을 파는 불법 시장"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저명한 역사학자라 해도 완전히 옳았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사실 그 이전에도 암시장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밀수와 불법 거래. 전쟁 중 수천 명의 폴란드 여성들에게 생존의 기반이 되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단어와 표현의 기원(March Hares and Monkeys' Uncles)》의 저자 해리 올리버(Harry Oliver)에 따르면, 영어의 '블랙 마켓(black market)'은 독일어에서 직접 빌려온 말로, 이미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슈바르츠마르크트(Schwarzmarkt)'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미국 군인들이 이 용어를 접했다면, 폴란드인들은 1915년경에는 더욱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대부분 기간 동안 바르샤바를 포함한 폴란드 땅이 독일 제국의 통치 아래 있었으니까 말이다.
알렉산드라 자프루츠코-야니차(Aleksandra Zaprutko-Janicka)의 책 《부엌에서 본 점령》에 담긴 여성들의 생존 기술.
독일어에서 온 단어, 그러나 의미는 달랐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원조 격인 독일어 '암시장'은 훨씬 좁은 의미를 지녔다. 주로 약탈한 군용 장비의 불법 거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전간기에는 이 용어가 거의 잊혀졌기 때문에, 많은 사전과 백과사전은 1930년대에야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설명한다. 결국 암시장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폴란드인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야 이 용어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점령기 폴란드의 노상 거래. 책 《부엌에서 본 점령: 여성의 생존 기술》 삽화.
1787년, 우연히 남겨진 흔적
흥미로운 일화 하나를 더하자면, '암시장'이라는 용어의 가장 오래된 확인된 사용례는 제1차 세계대전은커녕 지난 두 세기 안의 것조차 아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범죄학자인 마이크 서튼(Mike Sutton)에 따르면, 일찍이 1787년 조지 콜먼(George Coleman)이라는 인물이 오페라 《잉클과 야리코(Inkle and Yarico)》 대본에서 암시장을 언급했다. 다만 그가 염두에 둔 것은 폭리를 취하는 불법 거래가 아니라 흑인 노예 매매였다. 두 개념의 유사성은 순전히 우연인 듯하다.
맺음말
이 글은 저자가 책 《부엌에서 본 점령(Okupacja od Kuchni)》을 집필하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부엌에서 본 점령》은 몰래 돼지를 잡으면 아우슈비츠로 끌려갈 수 있었고, 연립주택 마당에서 채소를 길렀으며, 커피 찌꺼기까지 암시장에서 거래되던 시대를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다. 동시에 1939~1945년의 오리지널 레시피와 실용적인 생존 요령이 가득 담긴 놀라운 요리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