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세기에 걸쳐 우리의 옷장은 극적인 변화를 거쳐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취향과 의복 선호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습, 예술의 새로운 흐름, 심지어 산업 발전까지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은 결과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어떤 의복들은 해방의 상징이 되어 삶의 여러 영역에서 자유를 향한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수영복입니다. 지금부터 그 놀라운 역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고대에는 수영복이 필요 없었다?
고대 사람들은 즐거움을 위해 바다나 강에서 수영하지 않았습니다. 해변은 너무 무서운 곳으로 여겨졌죠. 대신 사람들은 남녀 공간이 구분된 개인 목욕탕이나 공중목욕탕에서 몸을 씻었습니다. 목욕탕이 남녀 공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한 옷을 입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씻은 후에는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으면 그만이었습니다. 운동을 할 때도 남성들은 운동복 없이 알몸으로 나타났는데, 어차피 여성들은 체육관에서 훈련할 수 없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로마의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Villa Romana del Casale)에서 발견된 4세기 초의 모자이크에는 짧은 상의나 허리옷, 팬티를 입은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두 조각 수영복은 현대의 비키니와 놀랍도록 닮아 있지만, 실제로 수영용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모자이크에 묘사된 여성들은 달리기, 축구, 역기 들기, 원반 던지기 등 스포츠 경기를 벌이는 모습입니다. 승자에게 수여되는 종려잎과 왕관은 이것이 경기였음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고대 여성들은 스포츠웨어 역할을 하는 옷을 입고 운동했지만, 수영복으로 활용된 경우는 드물었을 것입니다.
중세 시대에도 고대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목욕복을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공중목욕탕은 여전히 존재했고, 일상에서 사람들은 대야나 휴대용 통으로 몸을 씻었습니다. 강이나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알몸으로, 혹은 속옷 역할을 하는 셔츠를 입고 물에 들었습니다. 수영복의 시대는 아직 멀었던 셈입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17세기 말, 온천지 여행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바닷물이 놀라운 치유력을 지녔다고 믿었고, 결핵, 우울증, 생리통, 불임, 심지어 '히스테리'까지 다양한 질환을 낫게 해준다고 여겼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 영국에서는 알몸 목욕에 대한 공식적인 금지가 없었지만, 각 도시가 자체적으로 법령을 제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단정하게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여성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드레스를, 남성은 긴소매 코트와 속바지를 착용해야 했죠.
당시 남성 복장은 그럭저럭 편안했다고 할 수 있지만, 여성의 목욕복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플란넬, 리넨, 심지어 울처럼 무거운 소재로 만들어져 수영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이 옷들은 튼튼했고, 무엇보다 젖었을 때 비치지 않아 여성의 몸을 호기심 어린 남성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 주었습니다.
문제는 물에 들어가면 옷이 위로 떠오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여성들은 드레스 밑단에 납추를 꿰매 무게를 더했습니다. 덕분에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드러내는 불상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당시 다리 노출은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금욕이 최우선이던 시절
19세기와 20세기가 교차하는 무렵, 사람들은 치료 목적뿐 아니라 여가를 위해 바다와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해변 휴가가 점점 대중화되었고, 사회 변화와 함께 여성들이 공공장소에 더 자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물론 등장할 때는 '적절한' 복장을 갖춰야 했습니다.
여기서 적절하다는 것은, 해변에서든 물속에서든 목부터 발끝까지 몸을 가리는 복장을 의미했습니다. 기존의 '목욕 드레스'는 수영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최초의 수영복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여성용 수영복은 목까지 잠글 수 있는 프릴 장식의 긴소매 드레스, 다리 전체를 덮는 스타킹, 그리고 소위 '블루머(bloomers)'라 불리는 무릎까지 오는 넓은 바지 형태의 속옷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속옷의 이름은 여성 의복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미국의 여성권 운동가 아멜리아 블루머(Amelia Bloomer)에게서 따온 것입니다.
출처: Peterson's Magazine / 퍼블릭 도메인
흥미롭게도 19세기 여성용 수영복은 그토록 보수적인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블루머 때문이었는데, 블루머는 형태상 바지와 흡사했고 당시 바지는 오직 남성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기 때문입니다.
타이트한 수영복 입고 체포당하다
19세기 말이 되자 여성용 수영복은 더 가볍고 통기성 좋은 소재로 만들어졌고, 소매는 생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리는 여전히 가려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수영복의 기장은 점차 짧아졌습니다.
20세기 초, 수상 스포츠가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었습니다. 수영은 이미 1896년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되었지만, 여성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은 1912년이었습니다. 여성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영하려면 수영복의 변화가 필수였습니다.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애네트 켈러먼
그보다 몇 년 전, 수영 선수 애네트 켈러먼(Annette Kellerman)은 서커스 레오타드와 비슷한 복장을 입고 수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복장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켈러먼은 복장에 긴 스타킹을 덧대었지만, 그럼에도 1907년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1912년, 여성들은 수영 대회에서 몸에 딱 붙는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이것이 여성 해변 패션 변화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1920년대에는 팔과 허벅지를 부담 없이 드러냈고, 탄력 있는 소재로 만든 수영복은 등을 깊게 파거나 네크라인이 깊은 원피스형, 또는 상의와 하이웨이스트 팬티로 구성된 투피스형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혁명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폭탄 같은 등장, 비키니
1946년, 수영복 역사에 충격적인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최초의 비키니가 탄생한 것입니다. 먼저 5월,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자크 에임(Jacques Heim)이 배꼽까지 가리는 미니멀한 투피스를 선보이고 '아톰(Atome)'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7월, 엔지니어 출신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Louis Réard)가 끈으로 연결된 네 조각의 천으로만 이루어진 수영복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디자인은 배, 등, 허벅지의 상당 부분을 드러냈습니다.
레아르는 자신의 작품 이름을 1946년 핵실험이 진행되었던 태평양 마셜제도의 비키니 환초(Bikini Atoll)에서 따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이 핵폭발만큼이나 충격적이고 폭발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그가 만든 비키니는 너무나 파격적이고 스캔들스러워서 광고 모델을 구하기조차 어려웠고, 공공장소에서 입는 것은 더더욱 논외였습니다.
출처: Florida Memory / 퍼블릭 도메인
1950년대 말까지는 배꼽을 포함해 배 대부분을 가리는 하이웨이스트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는 것이 권장되었지만, 사회적 시선을 개의치 않고 루이 레아르의 디자인을 당당하게 선보이는 용감한 여성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성 혁명과 반문화 운동의 물결 속에서 비키니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해변 휴가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명 여배우들이 비키니를 입고 출연한 영화들도 그 인기를 한몫했습니다.
이후에도 디자이너들은 여성 수영복의 형태를 끊임없이 실험했습니다. 1964년, 루디 게른라이히(Rudi Gernreich)는 톱리스 모노키니를 선보여 또 한 번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고, 10년 후에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최초의 T팬티를 발명했습니다.
오늘날 원피스든 투피스든, 노출이 많든 적든 모든 종류의 수영복이 각자의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영할 때 몸에 천을 두르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누디스트 해변에서라면 알몸으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수영복 논쟁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된 셈입니다.
참고 문헌
- Boucher F., 『History of Fashion: 선사시대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의복사』, 바르샤바 2009.
- Dobkowska J., Wasilewska J., 『레이스 파라솔 그늘에서: 19세기 패션과 풍속에 관하여』, 바르샤바 2016.
- Fogg M., 『History of Fashion』, 바르샤바 2016.
- Toussaint-Samat M., 『History of the Dress』, 바르샤바 1997.
- Żebrowska K., 『패션 혁명: 우리 옷장의 놀라운 역사』, 크라쿠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