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신화 속 헤파이스토스는 아마 가장 축복받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불운한 신일 것입니다.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로 불과 대장장이를 관장하고, 주신 제우스의 아들이기까지 한데, 왜 그토록 불행한 삶을 살았을까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모두가 미남이 되고 싶어 했던 올림포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제우스와 그의 아내 헤라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헤라는 질투 많은 여신이었습니다. 제우스가 다른 여인들에게 눈을 돌리면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까지 죽이려 들 정도였으니, 헤파이스토스 역시 어머니의 사랑을 받았다면 행운아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헤라의 분노를 가장 크게 산 것은 바로 친아들 헤파이스토스였습니다.
그는 기형아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자존심 강한 헤라는 몸이 불완전하게 태어난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국 그를 바다에 던져 버렸습니다. 헤라가 왜 인기 없는 여신으로 그려지는지를 설명해 주는 일화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식만큼 불쌍한 존재는 없습니다.
'외모가 좋아야 한다'는 외모지상주의는 SNS의 발달로 더욱 심해진 현대 사회의 병리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런 현상은 아득한 옛날부터 존재했습니다. 신들의 세계조차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죠.
헤파이스토스가 이렇게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불의 신입니다. 불이라면 붉게 타오르며 강력해야 마땅합니다. 주인공감이 넘치는 포지션인 셈입니다.
실제로 헤파이스토스는 매우 강력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순식간에 강물 자체를 말려 버릴 만큼의 화염을 다룰 수 있었고, 대장장이 기술 또한 탁월했습니다.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와 제우스의 최강 무기도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일본 만화 『용사 다이의 대모험』에 등장하는 대장장이 론 베르크의 원형이 된 신이기도 하지요.
미의 여신과의 결혼, 그리고 배신
헤파이스토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마 신화의 비너스)와 결혼합니다. 한 설에 따르면, 헤라가 아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며느리로 삼게 했다고 전해집니다.
주신의 아들이자 불의 신인 남편,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자 미의 화신인 아내. 명실상부 초월적인 승리 조합이 될 뻔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미의 여신은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는 여신조차 현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이죠. 신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프로디테의 상대는 하필이면 헤파이스토스의 동생들이었습니다. 전쟁의 신 아레스(마르스)를 시작으로, 헤르메스와 아폴론까지. 나아가 인간과도 관계를 맺어 자식을 낳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로마 건국자 로물루스의 선조인 아이네아스입니다.
어머니에게서도, 아내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한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
태어나면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받았지만, 단 하나 '미남'이라는 요소만 빠져 있었습니다. 그것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진 셈입니다.
현대 일본 문학의 거장 하루키 무라카미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요.
'정말 슬픈 이야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