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진흙 속에 가라앉은 비잔티움의 바다, 이스탄불 예니카피 항구의 37척 난파선

진흙 속에 잠든 비잔티움의 해양 보물

2004년부터 이스탄불 예니카피(Yenikapı) 항구 일대에서 진행된 구조 발굴을 통해, 한때 활발한 해상 무역에 동원되었던 상선 37척의 잔해와 함께 실려 있던 방대한 화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나의 고대 항구 유적에서 이처럼 많은 선박이 한꺼번에 확인된 사례는 전례가 없습니다. 선박 잔해 아래에는 원형 그대로 보존된 경이로운 고고학 유물들과 더불어 아몬드, 헤이즐넛, 멜론 씨앗, 복숭아, 솔방울 같은 이국적인 식재료가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고대 항구 자리에 들어선 지하철역?

이스탄불(옛 이름 콘스탄티노플)에서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관통하는 지하철 노선 건설에 앞서 실시한 고고학 조사 과정에서 고대 항구의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발굴 작업은 이스탄불 대학교와 해양고고학연구소(Institute of Nautical Archaeology) 소속의 두 독립 팀이 맡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서기 4세기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가 조성한 항구의 운영 모습과 당시 주민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건축 유적은 물론, 항만 바닥에 가라앉은 수많은 난파선과 선박 잔해가 확인되었습니다.

진흙 속에 가라앉은 비잔티움의 바다, 이스탄불 예니카피 항구의 37척 난파선

예니카피 난파선 — 선체 바닥에 암포라 화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 Acar54, CC BY-SA 4.0 라이선스, Wikimedia Commons 제공

흥미롭게도 고대 이후 콘스탄티노플 항구의 해안선이 예상보다 훨씬 안쪽으로 후퇴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빽빽한 항만 시설이 발견된 것은 고고학자들에게도 뜻밖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현장의 진흙 늪에 가라앉은 선박 대부분은 서기 6~7세기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난파선 군집

유물이 퇴적되기에 유리한 습윤 환경 덕분에 37척의 나무 선체가 온전하고 양호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상선 5척과 노를 젓는 전투함 2척으로 이루어진 선박 군집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텍사스 해양고고학연구소의 제말 풀락(Cemal Pulak)에 따르면, 상선들은 대형 선박이면서도 둥근 선형 덕분에 파도를 쉽게 가를 수 있었고, 반면 가늘고 길쭉한 전투 갤리선은 가벼운 목재로 건조되어 유연성과 속도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선박 판재에 대한 분석 결과, 당시 최상급의 값비싼 재목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흙 속에 가라앉은 비잔티움의 바다, 이스탄불 예니카피 항구의 37척 난파선

19세기 판화에 담긴 보스포루스 해협의 항해 풍경
© K. Kaldis – 『A Guide to the Benaki Museum』 스캔, Angelos Delivorrias, 퍼블릭 도메인

선체 외판은 발칸반도 북부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운반된 침엽수인 검은소나무(black pine)로 만들어졌습니다. 반면 상선에 쓰인 목재는 더 무겁고 질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주로 소아시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던 참나무 판재가 사용되었습니다.

바다가 품은 부와 낙타 이야기

배에 실렸던 풍성한 화물과 장비들도 오늘날까지 전해집니다. 포도주, 기름, 과일, 헤이즐넛과 아몬드 같은 견과류, 그리고 발효 생선 소스 '가룸(garum)'을 운송하던 수많은 암포라와 저장 용기 외에도, 선실 아래에서는 나무 빗, 주사위, 샌들, 주방용품 등 난파선 승무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물건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진흙 속에 가라앉은 비잔티움의 바다, 이스탄불 예니카피 항구의 37척 난파선

항구 유적에서 출토된 비잔틴 유등(기름등)
© Gryffindor, CC BY-SA 4.0 라이선스, Wikimedia Commons 제공

특히 아프리카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운송된 낙타의 뼈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낙타들은 아마도 항구 건설 당시 무거운 자재를 나르는 역할을 맡기 위해 도시로 들여온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부두와 선착장 인근에서 발굴된 어린 말의 뼈는 그보다 훨씬 많았는데, 이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말들이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고, 그 과정에서 숨을 거둔 개체들의 시신이 물속에 버려졌음을 시사합니다.

발굴 작업은 이미 한참 전에 마무리되었지만, 학자들은 여전히 이 지역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물에 대한 기록화, 분석, 보존 처리에는 앞으로도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Archaea

  • 저자: 예지 올렉시아크(Jerzy Oleksiak)

참고 자료:

  1. Weiss, D. The Price of a Warship
  2. Delgado, J.P. Yenikapi
  3. Erbil, Ö. Recent Artifacts Found to Change Istanbul's History
  4. Discovering the Great Harbor of Constantin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