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공산주의 시절 폴란드에 테러가 없었던 이유, 아부 니달과의 비밀 거래

현대 테러리즘이 탄생하고 서유럽 곳곳에서 피비린내 나는 테러가 잇따르던 시기, 인민 폴란드에는 기이할 정도로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왜 테러 공격은 우리나라를 외면했을까요? 정보기관의 탁월한 활동 덕분일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숨어 있었던 걸까요?

아부 니달과 폴란드의 특별한 관계

이 현상을 설명하려면 '아부 니달(Abu Nidal)'이라는 인물부터 짚어야 합니다. 그는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 '파타 혁명평의회(Fatah – Revolutionary Council)'의 수장으로, 1982년 파리 유대인 지구에서 6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공격 등 여러 사건의 배후였습니다.

'투쟁의 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린 아부 니달의 조직은 서유럽에서만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철의 장막 너머, 동구권에서도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그런데도 폴란드만은 그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바로 파타가 폴란드에서 무기를 조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조직의 대표들은 소위 '첸진(Cenzin)', 즉 중앙공학수출입국과 끊임없이 접촉했습니다. 첸진은 아부 니달과 연계된 회사 S.A.S와 거래를 맺었는데, 이 회사는 바르샤바에 본사를 두고 농업기계 무역을 핑계 삼아 라돔(Radom)에서 생산된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폴란드제 경기관단총 RAK를 중동으로 판매했습니다.

1982년 피의 테러가 벌어진 곳은 파리의 요 골덴베르크(Jo Goldenberg)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이 참극을 자행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은 그 무렵 인민 폴란드에서 '황금 같은 젊음'을 만끽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호화롭게 생활한 '특별한' 유학생들

무역은 상호 이익이 되었습니다. 경제가 피폐해진 폴란드에게는 외화가 절실했고, 테러리스트는 무기 거래로 큰 부를 축적했습니다. 결국 보안국(Służba Bezpieczeństwa)은 그와 비밀 협정을 맺고, 그가 폴란드 영토 내에서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어두운 사업을 펼치는 대신 폴란드를 테러 공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젊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장학금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들은 자유롭게 폴란드에 들어와 유학하며 활동을 준비할 수 있었는데, 물론 모든 비용은 정부가 부담했습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입학이 보장되어 있었기에 공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월 500달러를 받았는데, 당시 폴란드의 평균 월급이 30달러 남짓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트램 대신 검은색 메르세데스를 타고 다녔으며, 외화전문점 '페웩스(Pewex)'에서 쇼핑을 즐기고, 여가 시간에는 고급 매춘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습니다.

흥미롭게도 아부 니달 본인도 1979년 대형 심장 수술을 받은 뒤 의사로부터 서늘한 기후에서의 재활을 권고받았습니다. 폴란드는 그에게 안성맞춤인 곳이었고, 그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요양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1981년 그는 가족과 함께 바르샤바에서 60km 떨어진 빌라로 이주하여, 연락책(쿠리어)을 통해 조직을 원격으로 통솔했습니다.

공생의 종언, 그리고 자유시장의 시작

하지만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와 폴란드 인민공화국 사이의 이 착찹한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비교적 빠르게 S.A.S의 실체를 파악했고, 보이체흐 야루젤스키(Wojciech Jaruzelski)에게 회사를 해체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대출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경고했습니다. 이미 파탄에 이른 폴란드 경제에는 그 대출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당국은 회사를 강제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만, 무기 거래 자체는 계속되었습니다. 정치적 전환기와 자유시장의 도래는 오히려 치명적인 거래를 확장할 기회를 넓혀주었습니다. 적어도 폴란드 국내에서는 — 음모에 따라서 — 실제로 테러 시도가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목적을 위해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었을까요?

출처

  • 프셰미스와프 가슈톨트(Przemysław Gasztold), 살인 청약: 인민 폴란드의 정보기관과 국제 테러리즘(Killer arrangements. The services of the People's Republic of Poland and international terrorism), 폴란드 학술출판사 PWN,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