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최악의 직업, 과연 무엇일까요?
쥐잡이? 역병이 창궐하던 시절의 무덤 파는 사람? 아니면 고문 담당관의 조수? 이 시대 가장 불운한 직업을 꼽는다면 저는 단연코 앵글로색슨 왕국의 왕을 최상위권에 올립니다. 아니, 정확히는 노섬브리아(Northumbria)의 왕입니다.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던 왕위
먼저 간단한 배경 설명부터 하겠습니다. 노섬브리아는 중세 초기 앵글로색슨 왕국 중 하나로, 훗날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국경 지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7세기 초 에텔프리스(Ethelfrith) 왕이 이끈 통일 전쟁을 통해 세워졌으며, 첫 100년간은 같은 왕조의 군주들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강력한 통치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영원할 수는 없었습니다. 왕실은 여러 갈래로 분열되었고, 다른 귀족 가문들이 왕관을 노리며 송곳니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8세기 초, 노섬브리아에서는 진정한 '권력의 회전목마'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모든 세부 사항을 우리가 알 수는 없습니다. 그토록 먼 시대의 기록은 극도로 희소하니까요. 불필요한 디테일로 독자를 지루하게 할 생각도 없고요. 몇 해 전 출간된 바버라 요크(Barbara Yorke)의 『앵글로색슨 시대 잉글랜드의 왕과 왕국』에 깔끔하게 정리된 핵심 정보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8세기 앵글로색슨 왕국들의 지도.
아동 왕부터 강제 출가까지
문제는 아마도 정체불명의 왕 에아드울프(Eadwulf)에서 시작된 듯합니다. 겨우 몇 달(705~706년)만 통치했던 그는 라이벌 계보의 일원이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곧 오스레드(Osred) 파벌에 의해 축출되었습니다. 오스레드는 훨씬 오래 통치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우선 그는 서기 900년 이전의 기록에 이름을 남긴 잉글랜드 유일의 미성년 국왕이었습니다. 아마도 수년간 실권자들의 손에 들린 꼭두각시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바버라 요크에 따르면, 소년을 왕위에 앉힌 것은 오스위우(Oswiu) 가문, 즉 현 왕조의 성패에 자신들의 운명이 달려 있던 집단이 권력을 지키려 했던 필사적인 시도였다고 합니다. 그 가문의 성인 남자 후손들은 전투와 내분 속에서 이미 모두 목숨을 잃은 상태였으니까요.
그 결과 한 세기 내내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통치자들은 만화경처럼 바뀌었고, 단 한 명도 자신의 후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오스레드는 716년 '국경 남쪽'에서 살해당했고, 그 뒤를 먼 친척 켄레드(Cenred)가 이었습니다. 그는 2년간 권력을 유지했지만, 십중팔구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오스레드의 동생 오스릭(Osric)에게 왕위를 내주었습니다. 오스릭은 11년간(718~729년) 통치했지만 역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지 못했습니다. 다음 왕은 축출된 켄레드의 동생 케올울프(Ceolwulf, 재위 729~737년)였습니다.
벌써 헷갈리기 시작하셨나요? 부디 그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니까요. 케올울프는 정적들에게 폐위당하고 머리를 강제로 깎여 린디스판(Lindisfarne) 수도원에 보내졌다가, 추종자들에게 끌려 나와 6년간 더 통치했습니다. 그러다 — 그렇습니다 — 다시 퇴위하여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수도사가 되었습니다. 왕으로서는 노년까지 살기 어렵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그의 뒤를 이어 사촌 에아드버트(Eadberht, 재위 737~758년)가 즉위했습니다.

린디스판 수도원. 폐위당해 수도사처럼 머리를 깎은 통치자들이 대부분 보내졌던 곳입니다(사진: Russ Hamer, CC BY-SA 3.0).
살해와 추방의 끝없는 반복
에아드버트는 아마 8세기 노섬브리아에서 가장 행운의 통치자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그 역시 퇴위했지만, 그것도 적어도 20년을 통치한 후의 일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운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에아드버트의 아들 오스월프(Oswulf)는 즉위하자마자 살해당했습니다.
그 무렵 새로운 왕조들이 왕위를 주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왕들의 출자를 특정하는 것조차 종종 불가능해졌습니다. 에텔월드 몰(Aethelwold Moll, 재위 758~765년)은 알흐레드(Alhred)에게 왕위에서 쫓겨났고, 알흐레드 역시 774년 축출되었습니다. 그 뒤를 에텔월드 몰의 아들 에텔레드(Aethelred, 재위 774~779년)가 이었지만 몇 년 후 추방당했습니다. 그 뒤 왕좌에 앉은 엘프월드(Aelfwald)는 788년에 이미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다음 왕인 오스레드 2세(Osred II, 재위 788~790년)는 전임 통치자 알흐레드의 아들이었습니다. 경쟁자들은 곧 그의 머리를 깎고 추방해 버렸습니다. 그의 자리는 예전에 통치했던 에텔레드가 다시 차지했습니다. 망명에서 돌아온 뒤 어리석게 처신한 탓인지, 6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살해당했습니다(796년). 어떤 오스발드(Osbald)가 몇 달간 그 뒤를 이었지만, 왕좌에 제대로 앉아볼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796년 그는 몰려나갔고, 권력은 에아드울프(Eardwulf)에게 넘어갔습니다. 그 역시 추방당했다는 걸 짐작하고 계시겠지요? 그렇다면 정답입니다. 806년의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대략 8세기 전체를 훑고 지나왔습니다. 정확히 덧붙이자면, 기습 공격은 왕위 계승 후보였던 왕의 아들들에게도 똑같이 닥치곤 했습니다. 그들 다수 역시 추방당하거나 수도원에 유폐되었습니다.
결론: 왕보다 나쁜 직업이 있었을까?
이 음울한 시대 노섬브리아의 왕노릇보다 더 나쁜 직업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아니면 제 상상력이 부족한 걸까요? 혹시 이보다 더 엉망인 중세 직업을 알고 계신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출처:
- Barbara Yorke, 『앵글로색슨 시대 잉글랜드의 왕과 왕국(Kings and Kingdoms of Early Anglo-Saxon England)』, Polish Scientific Publishers PWN,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