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제국 붕괴의 유령, 영국 해군 불패 신화를 깨뜨린 코로넬 해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영국 왕립해군(Royal Navy)의 지위는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도 공해상의 정면 전투에서 영국을 격파하지 못했다. 독일의 폰 스페 부제독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다.

19세기 말, 영토와 영향력에 대한 야망이 컸던 젊은 독일 제국은 아시아에 첫 식민지 거점을 확보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해군력이 필요했고, 그리하여 동아시아 분함대가 창설되었다. 대전 직전 이 함대는 6척의 군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강력한 함선은 쌍둥이 장갑순양함 SMS '샤른호르스트(Scharnhorst)'와 SMS '그나이제나우(Gneisenau)'였으며, 경순양함 SMS '뉘른베르크(Nürnberg)', SMS '라이프치히(Leipzig)', SMS '드레스덴(Dresden)', SMS '엠덴(Emden)'이 이들을 지원했다. 전체 편대는 재능 있는 지휘관 막시밀리안 폰 스페(Maximilian von Spee) 백작이 이끌었다.

남미 방면으로

로버트 K. 매시(Robert K. Massie)가 저서 『강철 요새』에서 강조하듯, 독일 부제독은 자신의 함선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영국 함대와 맞설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깨달았다. 그는 '엠덴'만 인도양에 남겨 통상파괴선(래이더)으로 활동하게 하고, 나머지 함선들은 1914년 8월 남미로 향한 뒤 그곳에서 유럽으로 돌파하기로 결정했다.

제국 붕괴의 유령, 영국 해군 불패 신화를 깨뜨린 코로넬 해전

동아시아 분함대 사령관 막시밀리안 폰 스페 부제독 (출처: 퍼블릭 도메인)

처음에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고, 왕립해군은 폰 스페 백작의 함대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10월, 영국이 마침내 독일 제독의 의도를 간파하면서였다. 크리스토퍼 크래독(Christopher Cradock) 소장이 지휘하는 서인도 분함대가 요격 임무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분함대의 실제 전력은 화려한 이름에 걸맞지 않았다. 편대의 핵심은 심각하게 노후화된 장갑순양함 2척, 즉 기함 HMS '굿 호프(Good Hope)'와 HMS '먼머스(Monmouth)'였다. 이들은 경순양함 HMS '글래스고우(Glasgow)'와 무장 상선 '오토란토(Otranto)'의 지원을 받았을 뿐이다.

4척 중 오직 '글래스고우'만이 현대적인 기준을 갖춘 함선이었다. 그럼에도 그 화력은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제국 붕괴의 유령, 영국 해군 불패 신화를 깨뜨린 코로넬 해전

서인도 분함대 사령관 크리스토퍼 크래독 소장 (출처: 퍼블릭 도메인)

처칠은 거부했다!

크래독은 자신의 전력이 열세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현대적인 장갑순양함 HMS '디펜스(Defense)'로 편대를 증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해군성 장관이던 윈스턴 처칠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대신 노후한 전함 HMS '카노푸스(Canopus)'가 서인도 분함대에 배속되었다. 이 함선은 305mm 함포 2문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독일 함대 추적 작전에 동행하기에는 항속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결국 크래독은 단 4척의 함선으로 전투에 임하기로 했고,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기술적으로도 폰 스페의 함대보다 열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찰 임무는 HMS '글래스고우'에 맡겨졌고, 이 함선은 10월 31일 칠레의 코로넬(Coronel) 항에 입항했다. 그곳에서 폰 스페에게 물자를 공급하던 선박 '괴팅엔(Göttingen)'의 승무원들에게 발각되었다.

국제법에 따라 영국 함선은 24시간 이상 항구에 머물 수 없었으며, 이를 어기면 칠레의 중립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로버트 K. 매시가 『강철 요새』에서 기술하듯, 독일 제독은 이 비교적 소규모의 적을 포위 섬멸하기로 결심했다.

제국 붕괴의 유령, 영국 해군 불패 신화를 깨뜨린 코로넬 해전

HMS '굿 호프', 서인도 분함대 기함. 윌리엄 라이오넬 윌리 작 (출처: 퍼블릭 도메인)

한편 영국군은 경순양함 SMS '라이프치히'의 무선 신호를 가로채는 데 성공했다. '라이프치히'가 단독으로 항해하고 있다고 믿은 크래독 제독은 해당 함선을 추격했다. 그가 장갑순양함 2척과 경순양함 3척으로 이루어진 적 함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조우

양측 함대는 1914년 11월 1일 오후 4시 30분경 마주쳤다. 매시가 언급하듯 두 제독 모두 놀랐는데, 각자 자신이 적의 경순양함 한 척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일 함대가 명백히 우세한 상황에서도 크리스토퍼 크래독은 도주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것은 느린 '오토란토'를 적의 손아귀에 내버려두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크래독은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의 함선들은 적과 지는 태양 사이에 위치해 있어, 역광이 독일 선원들의 시야를 가렸다. 이를 활용해 영국 제독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기 교전을 시도했다. 반면 속도에서 우위를 점한 막시밀리안 폰 스페는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완전히 내려갈 때까지 교전을 의도적으로 미루었다. 그 순간이 오자, 주황빛 하늘을 배경으로 드러난 영국 함선들의 검은 실루엣은 정교하게 훈련된 독일 포수들에게 완벽한 표적이 되었다.

제국 붕괴의 유령, 영국 해군 불패 신화를 깨뜨린 코로넬 해전

일방적인 사냥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의 210mm 함포가 첫 발을 쏜 것은 저녁 7시 직후였다. 그날 오후 해상 상태가 몹시 거칠었음에도 '샤른호르스트'의 세 차례 일제사격이면 충분했고, 크래독의 기함은 피탄되어 불길에 휩싸였다. 특히 234mm 함포 하나를 잃은 것이 영국군에게 큰 타격이었다. '그나이제나우'의 포수들 역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그들은 신속하게 HMS '먼머스'의 전방 갑판에 명중탄을 날렸다.

심각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영국 장갑순양함들은 독일 함대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구식 함재포 때문이었는데, 이는 적 함선에 장착된 포보다 사거리가 훨씬 짧았다. 결과적으로 '굿 호프'와 '먼머스'는 연이어 치명타를 허용했다. 오후 7시 42분, 최후의 저항을 다짐한 '굿 호프'는 남은 모든 힘을 짜내 자신을 몰아붙이는 적을 향해 불꽃을 끌며 곧장 돌진했다.

그러나 이 필사적인 공격은 실패했고, 오히려 불가피한 종말을 앞당겼을 뿐이다. 이제 두 척의 독일 장갑순양함이 모두 크래독 제독의 기함에 포문을 열었다. 마침내 오후 7시 50분, '굿 호프'의 선수(船首)가 떨어져 나가는 굉음이 하늘을 진동시켰다. 잇따라 함선은 침몰했다.

제국 붕괴의 유령, 영국 해군 불패 신화를 깨뜨린 코로넬 해전

대전기 독일 엽서에 담긴 코로넬 해전 (출처: 퍼블릭 도메인)

그 무렵 '먼머스' 역시 처참한 상태였다. 배가 물을 들이키며 더 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했다. 종말은 저녁 10시 직전 찾아왔다. 승무원들이 항복을 거부하자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가 근거리에서 집중 포화를 퍼부은 것이다.

반면 '글래스고우'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독일 경순양함들에게 5발을 맞았지만 그중 하나만 큰 피해를 입혔고, 덕분에 제때 전장을 이탈할 수 있었다. '오토란토'의 함장은 전투 초기부터 독일 함대와의 정면 대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안전한 해역으로 떠났다.

피로 씻어야 할 굴욕

단 몇십 분 만에 끝난 코로넬 해전은 왕립해군에게 뼈아픈 패배였다. 장갑순양함 2척이 침몰하면서 약 1,600명의 장교와 수병이 바다에 잠겼다. 그중에는 평소 전투 중의 죽음을 꿈꾼다고 밝히던 크리스토퍼 크래독 제독도 있었다.

제국 붕괴의 유령, 영국 해군 불패 신화를 깨뜨린 코로넬 해전

폰 스페 제독의 함대가 칠레 발파라이소 항을 떠나는 모습. 코로넬 해전 며칠 후 촬영됐으며, 앞쪽에 굴뚝 4개의 '샤른호르스트'와 '그나이제나우'가 보인다 (출처: 퍼블릭 도메인)

반면 독일 함선들이 입은 피탄은 총 7발에 불과했고, 심각한 손상은 없었다. 전사자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단 세 명의 수병이 경상을 입는 데 그쳤다.

왕립해군 본부는 이 굴욕을 반드시 씻어야 했다. 이를 위해 프레더릭 스터디(Frederick Sturdee) 제독이 이끄는 강력한 함대가 편성되었고, 목표는 스페 제독 분함대의 완전 섬멸이었다. 이 임무는 1914년 12월 8일 포클랜드 해전에서 수행되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글에서 다룰 것이다.

참고 자료

기본 자료:

  1. Robert K. Massie, 『Steel Fortresses』, vol. 1, Finna, 2014.

보충 자료:

  1. Jan Gozdawa-Gołębiowski, Tadeusz Wywerka-Prekurat, 『World War I at Sea』, Morskie Publishing House, 1973.
  2. Stanisław Strumph Wojtkiewicz, 『Corsairs of William II』, MON, 1965.

추천 도서

제국 붕괴의 유령, 영국 해군 불패 신화를 깨뜨린 코로넬 해전 강철 요새(Steel Fortresses) — 퓰리처상 수상 작가 로버트 매시의 탁월한 서사로 담아낸 제1차 세계대전의 해상 전쟁사. 저자는 왕실부터 정부 각료, 함대와 개별 함선의 사령관에 이르기까지 대전의 핵심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몇 해 전 출간된 『드레드노트(Dreadnought)』에서처럼 풍부한 일화를 아끼지 않아, 독자는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