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동부 드렌테(Drenthe)주 슬린(Sleen) 마을 인근의 한 가스전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지구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 가스전에서 나온 메탄이 지하수로 스며들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려 52년 전 일어난 시추 사고입니다.
1965년, 시추 탑이 모래 속으로
1965년 12월 1일, 에멘(Emmen) 근처 슬린의 '트 하얀체('t Haantje')에서 진행 중이던 가스 시추 작업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시추 장비 내부의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폭발이 일어났고, 높이 50미터에 달하는 시추 탑(데릭)은 순식간에 형성된 유사(流砂)에 완전히 파묻혔습니다. 다행히 작업 인원들은 제시간에 대피했지만, 네덜란드 석유개발회사(NAM)는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폭발이 남긴 지층의 균열
이른바 '블로우아웃(blowout)'이라 불리는 이 폭발 사고는 지하 지층에 균열을 만들었고, 그 결과 가스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새어 나왔습니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천연가스 저류층의 메탄이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위트레흐트 대학교와 수질 연구기관 KWR의 지구과학자 연구진이 물의 화학 성분 분석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PNAS에 발표했습니다.
기밀성이 검증된 지하 저장고
무언가를 지하에 저장하고자 할 때 — 예컨대 이산화탄소(CO₂)나 채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등을 — 옛 석유·가스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힙니다. 이런 지하 저장 시설은 수백만 년에 걸쳐 가스나 액체를 안정적으로 밀봉해 온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가스전의 천연가스는 해면에 물이 스미듯 다공성 암석의 기공에 갇혀 있으며, 그 위에는 뚜껑 역할을 하는 불투수성 암석층이 덮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 덮개층이 반드시 온전해야 합니다. PNAS 논문의 제1저자인 위트레흐트 대학교 지구과학자 힐리안 스하우트(Gilian Schout)는 "국제 연구들을 보면 시추공 외벽을 따라 누출이 종종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는 지하 블로우아웃 역시 지속적인 누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동 연구자인 지구화학자 야스퍼 그리피언(Jasper Griffioen)은 이런 사고 자체가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얀체의 블로우아웃은 네덜란드에서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당시 세계적인 뉴스가 될 정도였다."
동위원소 분석으로 밝힌 메탄의 출처
연구진은 깊이 2킬로미터 아래 가스전 바로 위의 얕은 지하수에서 메탄을 발견했습니다. 이 메탄이 해당 가스전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한 결정적 단서는 탄소 동위원소의 조성비였습니다. 지하수 메탄의 동위원소 비율이 가스전의 것과 일치했고, 메탄·에탄·프로판의 구성비 역시 같아 추가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KWR의 지수문학자 닐스 하르토그(Niels Hartog)는 지하수에 메탄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토양 속 죽은 식물이나 조류가 분해되면서도 메탄이 생성되는데, 이를 늪가스(swamp gas) 또는 샘가스(source gas)라 부릅니다. 과거 네덜란드 서부 지역의 많은 농가들은 자급용으로 소규모 샘가스 시설을 갖추고 이 늪가스를 직접 뽑아 쓰기도 했습니다.
폭발 위험은 없을까?
하지만 늪가스든 천연가스든 메탄이 축적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지표로 방출되면 폭발과 화재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하르토그는 "에멘 가스전의 메탄이 지표까지 올라오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해야 한다"며 "만약 열린 들판으로 빠져나온다면 슬린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州) 당국은 지표수에서 메탄 검사를 따로 하지 않지만, 먹는 물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정수 과정에 폭기(aeration) 단계가 포함되어 있어 메탄이 있더라도 자동으로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프리슬란트(Friesland)주 스파넨부르크에서는 정수회사 비텐스(Vitens)가 2014년부터 지하수의 메탄을 회사 자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